2026.05.28 07:59 AM

美 봉쇄에 흔들리는 이란 경제..."정권 버틸 수 있는 시간 길지 않다"

By 전재희

미국의 해상 봉쇄와 전쟁 장기화 속에서 이란 경제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테헤란 정권 내부에서도 협상 필요성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가 원유 수출과 외화 유입을 급격히 압박하면서, 이란 지도부가 "경제적 고통을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재개방과 글로벌 원유·가스 공급 정상화를 목표로 이란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해협 통행 정상화와 일정 수준의 양보에 나설 경우 항만 봉쇄 완화 및 제재 일부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란 강경파 지도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을 경계하며 쉽게 양보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 상황 악화는 협상 압박 요인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원유 수출 급감·실업 증가...생필품 가격 폭등

미국 봉쇄로 이란의 원유 수출 수입은 크게 감소하고 있으며, 저장 공간 부족으로 일부 유전 생산 중단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국민들에게 연료·전기·물 절약을 요청하고 있으며, 경제 압박이 산업 현장을 넘어 일상생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미 주요 산업 시설들이 피해를 입었고, 100만 명 이상이 실직 상태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이란 통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쌀·고기·빵·치즈 등 필수 식품 가격도 최근 수주 사이 급등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여성 예술가는 WSJ 인터뷰에서 "오늘 산 물건 가격이 내일 얼마가 될지 모두가 걱정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올해 3월 약 45만 토만(약 3.4달러)이던 리그반 치즈(Lighvan cheese) 가격이 현재는 80만 토만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경제 전쟁이 핵심"...이란 내부도 위기감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이란 대통령은 최근 테헤란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진짜 전쟁은 경제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경제에서 실패하면 국가 전체가 실패한다"고 말했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자료화면)

경제 싱크탱크 '부르스 앤 바자르 재단(Bourse & Bazaar Foundation)'의 에스판디야르 바트망헬리드지(Esfandyar Batmanghelidj) 대표는 "현재 흐름이 계속되면 이란 경제는 회복이 매우 어려운 더 부정적인 궤도로 들어갈 수 있다"며 "그만큼 협상 유인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 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이란의 사용 가능한 외환보유액이 전쟁 이전 기준 수입 규모를 감안할 때 최대 3개월 정도만 버틸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민족주의만으로는 오래 못 버틴다"

이란 내부에서도 장기전 부담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 이란 관리는 WSJ에 "전쟁 초기에는 원유 수출과 필수품 수입이 어느 정도 유지됐지만, 미국이 선박 출입을 막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민족주의만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란 역시 협상에서 상당한 지렛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란은 전투가 재개될 경우 미국과 중동 경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상당한 비용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WSJ는 이러한 상황 때문에 워싱턴 역시 조속한 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양측 모두 경제·에너지 충격이 더 커지기 전에 타협점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