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8 10:53 AM
By 전재희
엑손모빌(ExxonMobil)이 약 19년 만에 베네수엘라 석유 사업 복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후화된 인프라와 불안정한 제도, 막대한 복구 비용 등으로 인해 실제 투자가 성사되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최근 베네수엘라 정부 관계자들과 사업 재진출 가능성을 논의했으며, 기술팀을 현지에 파견해 오리노코 벨트(Orinoco Belt)의 세로 네그로(Cerro Negro) 중질유 프로젝트를 조사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과거 엑손이 운영했으나, 2007년 우고 차베스(Hugo Chávez) 정권의 국유화 조치로 철수한 곳이다.
그러나 현장을 둘러본 기술팀은 상당한 수준의 시설 붕괴와 관리 부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질유를 경질 합성유로 전환하는 업그레이더 시설은 대규모 보수가 필요한 상태였고, 다수 유전도 수년간의 방치와 오운영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엑손 측은 운영 재개를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WSJ는 시설 전면 재건 비용이 최대 50억 달러에 달할 수 있으며, 신규 프로젝트까지 포함하면 총 투자 규모는 100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엑손모빌과 베네수엘라 정부 간 협상도 아직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카라카스와 휴스턴에서 열린 협상에서 양측은 계약 조건과 세금·로열티 체계 등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엑손은 특히 과거 국유화 과정에서 발생한 10억 달러 이상의 보상금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법률 전문가 호세 이그나시오 에르난데스(José Ignacio Hernández)는 "정부 몫이 얼마나 되는지 명확하지 않으면 엑손 같은 신규 사업자가 계약에 서명하기 매우 어렵다"며 "로열티와 추출세 규모가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엑손모빌이 베네수엘라 복귀를 검토하는 이유는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매장량 때문이다. 특히 경쟁사인 Chevron이 이미 현지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엑손 역시 장기적 전략 차원에서 기회를 완전히 포기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베네수엘라 내 자산 확보는 인접국 가이아나(Guyana)에서 진행 중인 엑손 주도 대형 유전 사업의 지정학적 방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과거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정권은 가이아나 스태브룩(Stabroek) 유전 지역 인근까지 군사 자산을 전개한 바 있다.
Donald Trump 대통령 역시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베네수엘라 투자 확대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석유·가스 인프라 복구에 총 1천억 달러 규모 투자를 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엑손모빌의 Darren Woods 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베네수엘라를 "세계에 다시 개방된 거대한 자원"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올해 초 "상업 제도와 법률 체계가 바뀌지 않는 한 투자 불가능한 국가"라고 평가했던 기존 입장에서 상당히 완화된 발언으로 평가된다.
다만 현지 상황은 여전히 열악하다. 지속적인 정전과 도로 파손, 치안 불안이 계속되고 있으며, Chevron 관계자는 최근 카라카스 포럼에서 "대규모 정전 한 번이면 유정 40개가 순식간에 멈춰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최근 헌트오일(Hunt Oil), 크로스오버 에너지(Crossover Energy), HKN 에너지(HKN Energy), 메르쿠리아 에너지 그룹(Mercuria Energy Group) 등 일부 중소 에너지 기업들은 신규 시추 및 거래 기회를 검토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시장 진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