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30 08:27 AM
By 전재희
구글(Google)의 베테랑 보안 엔지니어 미켈레 스파뇰로(Michele Spagnuolo)가 비공개 검색 데이터를 이용해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 베팅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30일 보도했다.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은 스파뇰로가 2025년 구글 검색 순위와 관련된 계약에 불법적으로 투자해 약 12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보고 있다.
스파뇰로는 겉으로 보기에는 실리콘밸리에서 부러움을 살 만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었다.
공학과 컴퓨터과학 석사 과정에서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고, 2014년 구글에 정보보안 엔지니어로 입사한 뒤 더 높은 책임과 보수를 받는 자리로 승진했다. 보안 연구 성과로 상을 받았고, 법적 사건에서 전문가 증인으로 활동한 이력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현재 사기와 자금세탁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구글 내부에서 제한된 직원에게만 접근이 허용되는 비공개 검색 데이터를 바탕으로 폴리마켓에서 베팅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스파뇰로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구글의 '올해의 검색어' 결과와 관련된 25건의 베팅에 약 270만 달러를 걸었다. 해당 베팅은 2025년 가장 많이 검색된 인물이 누구인지에 관한 계약이었다.
형사 고발장에는 당시 비공개 검색 데이터상 가장 많이 검색된 인물에 음악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와 d4vd가 포함돼 있었고, 두 사람 모두 최종 순위 상위 5위 안에 들었다고 적시됐다. 검찰은 스파뇰로가 이 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있다.
구글은 스파뇰로를 휴직 처리했으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파뇰로는 이탈리아 시민권자로 스위스 취리히에 거주하고 있으며, '미키(Miki)'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언론의 여러 차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의문을 낳는 부분은 그가 왜 이 정도의 위험을 감수했느냐는 점이다. 구글 같은 대형 기술기업의 고급 보안 엔지니어는 기본급과 주식 보상을 포함해 연간 수십만 달러에서 많게는 100만 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자리로 평가된다.
스파뇰로가 구글에 입사한 2014년 당시 알파벳(Alphabet) 주가는 30달러 미만이었지만, 현재는 380달러를 넘어섰다.
스파뇰로는 자신의 웹사이트와 블로그에 학력, 경력, 연구, 발표 이력을 상세히 정리해왔다. 그는 일리노이대 시카고 캠퍼스에서 컴퓨터과학 대학원 과정을 밟았고, 논문에서는 비트코인 거래와 관련된 사용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포렌식 도구를 만들었다.
이후 이탈리아 최대 기술대학인 밀라노공대(Politecnico di Milano)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과정을 밟던 중 구글 취리히 보안 엔지니어와 기술 면접을 봤다. 그는 당시 면접관이 단순한 코드 결과보다 사고 과정을 중시한 점을 긍정적으로 회고했다.
구글 입사 후에는 웹 보안 분야에서 화이트햇 해커로서 시스템 취약점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공격 기법을 발견하며 이름을 알렸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암스테르담 등 보안 콘퍼런스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검찰은 스파뇰로가 지난해 12월 폴리마켓 베팅 수익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자금 추적을 어렵게 만들기 위한 여러 단계를 거쳤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는 개인정보 보호 기능이 강화된 암호화폐 전송 서비스 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FBI는 그가 이전에 했던 인출 과정에서 신원을 숨기지 않은 흔적을 포착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1월 폴리마켓에서 약 15만 달러를 암호화폐 교환 서비스로 옮겼고, 곧이어 동일한 규모의 자금이 결제 처리업체로 이동했다. 그 계정은 스파뇰로 명의였으며, 개설 과정에는 이탈리아 정부 신분증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주식시장뿐 아니라 예측시장에서도 내부정보 이용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폴리마켓은 정치, 경제, 스포츠, 문화 이슈 등에 대해 결과를 예측하고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회사 내부의 비공개 데이터가 시장형 베팅에 활용됐다는 의혹이다.
검찰 주장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스파뇰로 사건은 기술기업 내부 데이터와 예측시장이 결합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내부거래 논란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화려한 경력과 높은 보상을 가진 구글 엔지니어가 비교적 제한적인 금전적 이익을 위해 직업적 명성과 법적 안전을 모두 위태롭게 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실리콘밸리 안팎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