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30 08:35 AM
By 전재희
오픈AI(OpenAI)의 공동창업자이자 사장인 그레그 브록먼(Greg Brockman)이 회사의 핵심 의사결정자로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샘 올트먼(Sam Altman) 같은 더 유명한 공동창업자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그는 올해 제품 총괄 역할을 맡으며 오픈AI의 차기 전략을 이끄는 인물로 떠올랐다.
브록먼은 최근 머스크와 오픈AI 간 재판에서 증언한 뒤에도 곧장 회사 업무로 복귀했다. 그가 맡은 과제는 챗GPT(ChatGPT), 코덱스(Codex) 코딩 도구, API를 하나의 '슈퍼 앱'으로 통합하는 작업이었다.
재판 일정이 끝난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고강도 업무였지만, 브록먼은 이를 "활력을 주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재판을 통해 브록먼이 보유한 오픈AI 지분 가치가 약 3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이는 그를 세계 100대 부호 수준으로 올려놓는 규모다. 특히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이 직접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점과 대비되면서, 브록먼의 위상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브록먼은 실리콘밸리에서 이른바 '10배 엔지니어'로 불려왔다. 평균 개발자보다 10배 생산성이 높다는 의미다. 오랫동안 직접 보고받는 부하 직원 없이 핵심 코딩과 기술 과제에 집중해왔지만, 이제는 오픈AI의 가장 중요한 두 부문, 약 1,500명의 직원이 그에게 보고하는 구조가 됐다.
브록먼이 제품 총괄을 맡은 뒤 내린 가장 상징적인 결정 중 하나는 동영상 생성 모델 소라(Sora)의 독립 앱 계획을 중단한 것이다. 소라는 디즈니(Disney)와의 대형 라이선스 계약의 핵심 도구이자, 샘 올트먼이 소셜미디어 네트워크 구축의 기반으로 삼으려 했던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브록먼은 회사의 컴퓨팅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이를 정리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었다"며 "회사는 내가 들어와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결정은 오픈AI가 구글(Google), 앤스로픽(Anthropic) 등 강력한 경쟁자들과 맞서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특히 앤스로픽이 최근 오픈AI의 기업가치를 넘어섰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오픈AI 내부의 제품 전략과 자원 배분은 더욱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브록먼은 노스다코타주의 작은 마을 톰슨(Thompson)에서 자랐다. 의사인 부모 밑에서 성장한 그는 어릴 때부터 수학과 과학에 몰두했다. 하버드대에 입학했지만 1학년을 마치고 중퇴했고, 이후 MIT에 들어갔으나 몇 달 만에 다시 중퇴했다.
그가 향한 곳은 결제 처리 스타트업 스트라이프(Stripe)의 전신인 /dev/payments였다. 그는 이 회사의 네 번째 직원으로 합류했고, 창업자 지분을 6달러에 샀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 지분은 현재 4억7,000만 달러 이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스트라이프 시절 브록먼은 밤샘 코딩으로 유명했다. 동료들은 아침에 출근하면 그가 책상에서 신발을 벗고 잠든 모습을 보곤 했다. 스트라이프 공동창업자 패트릭 콜리슨(Patrick Collison)은 브록먼이 중요한 마감 시한을 앞두고 "그럼 오늘 밤 필요한 코드를 다 쓰면 된다"고 말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브록먼은 2015년 스트라이프를 떠난 뒤 오픈AI 초기 팀의 상당수를 직접 영입했다. 오픈AI가 출범했을 때 회사는 그의 거실에서 운영됐다. 그는 오픈AI의 기술적 기반을 다진 인물 중 하나였지만,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보다는 직접 코드를 쓰는 일을 선호했다.
그는 회의가 집중력을 방해한다고 보고, 회의를 화요일에 몰아넣어 나머지 시간의 80%를 코딩에 쓰려 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때로 내부 갈등을 낳았다. 일부 동료들은 그가 충분한 맥락 없이 프로젝트에 들어와 방향을 흔든다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2023년 샘 올트먼이 오픈AI 이사회에 의해 전격 해임됐을 때, 당시 이사회 멤버였던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가 거론한 이유 중 하나도 올트먼이 브록먼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브록먼 역시 이사회에서 해임됐지만, 임원직에서는 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아내에게 "우리는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고, 그의 사임은 연쇄적인 내부 반발로 이어졌다. 결국 올트먼은 닷새 만에 복귀했다.
브록먼과 그의 아내 애나 브록먼(Anna Brockman)은 최근 실리콘밸리의 주요 정치 후원자로도 떠올랐다. 두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과 AI 업계에 우호적인 슈퍼팩에 총 5,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브록먼은 자신과 아내가 "AI라는 단일 이슈에 집중하는 기부자"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AI 산업에 필요한 전력 확보와 국가 차원의 규제 체계 마련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록먼은 대선 후보 시절 트럼프에게 챗GPT가 이미지를 생성하고 정보를 분석하는 기능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오픈AI의 제품 책임자일 뿐 아니라, AI 산업을 정치권과 대중에게 설명하는 핵심 인물로 자리 잡고 있다. 노스다코타 출신인 더그 버검(Doug Burgum) 내무장관은 브록먼을 두고 "AI 업계가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화당과 관계를 구축하는 데 가장 앞장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브록먼은 오픈AI 내부에서 기술자, 창업자, 경영자, 정치적 설득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머스크와의 재판, 제품 통합, 컴퓨팅 자원 배분, 워싱턴과의 관계 구축까지 그의 업무 범위는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아내와 마지막으로 휴가를 간 때가 언제인지 떠올리지 못했다. "어쩌면 AGI 이후, 우리가 임무를 달성한 뒤일 것"이라고 말한 그는 잠시 멈춘 뒤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 아내도 시간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오픈AI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제품 전략과 정치적 입지를 동시에 다져야 하는 시점에서, 브록먼은 더 이상 조용한 기술자가 아니다. 그는 이제 오픈AI의 다음 국면을 결정하는 핵심 인물로, 회사 안팎의 가장 어려운 결정을 떠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