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1 09:29 AM

엔비디아, PC용 AI 칩 'RTX 스파크' 공개...AI 전장, 데이터센터에서 개인용 컴퓨터로 확장

By 전재희

엔비디아(Nvidia)가 인공지능(AI) 기능을 노트북과 데스크톱 컴퓨터 안에서 직접 구동할 수 있는 새로운 PC용 칩을 공개했다.

그동안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시장을 장악해온 엔비디아가 이제 개인용 컴퓨터 시장으로 전선을 넓히면서 AMD, 인텔(Intel), 애플(Apple), 퀄컴(Qualcomm) 등 기존 PC 반도체 업체들과의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젠슨 황 "마이크로소프트와 AI 시대 PC 재창조"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Computex) 행사에 앞서 'RTX 스파크(RTX Spark)' PC 칩을 공개했다.

황 CEO는 이 칩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3년에 걸쳐 협력한 결과물이라며, 양사가 AI 시대에 맞춰 PC를 "재창조"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젠슨 황
(PC용 칩을 발표하는 젠슨황 앤비디아 CEO.)

RTX 스파크는 대만 미디어텍(MediaTek)과 공동 개발됐으며, 올해 가을부터 델(Dell), HP, 레노버(Lenovo), 에이수스(ASUS),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Microsoft Surface), MSI 등의 노트북과 소형 데스크톱에 탑재될 예정이다. 이후 에이서(Acer)와 기가바이트(GIGABYTE) 제품에도 적용될 계획이다.

클라우드 의존 줄이고, AI 에이전트 PC에서 직접 구동

엔비디아가 강조한 핵심은 AI 기능을 클라우드에만 의존하지 않고 개인용 컴퓨터 안에서 직접 처리하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RTX 스파크가 자율형 AI 에이전트를 PC에서 로컬로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클라우드 서버가 답변을 생성하는 기존 방식에서 더 나아가, PC 자체가 일정 수준의 AI 추론과 업무 자동화를 수행하는 구조로 바뀐다는 의미다.

AI가 단순한 문답형 도구를 넘어 사용자의 반복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면서, 개인용 기기 안에서 AI를 빠르고 지속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반도체 수요가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다음은 '추론 칩' 시장

엔비디아는 그동안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제는 AI가 실제 사용자 질문에 답하고, 에이전트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필요한 '추론(inference)' 반도체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넓히고 있다.

PC 시장 진출은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이다. AI 수요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개인용 기기로 확산될 경우, 엔비디아는 기존 GPU 생태계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규모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AI PC 시장 반응은 아직 엇갈려

다만 AI PC 시장의 초기 반응은 아직 혼재돼 있다. HP는 AI PC가 최근 분기 매출을 떠받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지만, 델은 앞서 AI PC 수요가 초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퀄컴도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AI PC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의 닐 샤(Neil Shah) 공동창업자는 RTX 스파크가 기존 앱 중심 PC를 "에이전트형 AI 개인용 컴퓨터"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개인용 엣지 AI 에이전트가 가정 내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발표 직후 PC·반도체주 희비 엇갈려

엔비디아의 발표 이후 시장 반응은 뚜렷하게 갈렸다. 엔비디아 주가는 4% 상승한 반면, AMD와 인텔, 퀄컴 주가는 4.9%에서 8.5% 사이로 하락했다. 애플도 소폭 하락했다. 반면 HP와 델은 각각 7% 넘게 올랐고, 레노버 주가도 홍콩 시장에서 5% 이상 상승했다.

이는 엔비디아의 PC용 AI 칩이 기존 반도체 업체에는 위협으로, PC 제조사에는 신제품 수요를 끌어낼 기회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베라' CPU도 전면에...오픈AI·앤트로픽·스페이스X 초기 채택

황 CEO는 이번 발표에서 PC와 중앙처리장치(CPU) 전략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새 '베라(Vera)' 중앙처리장치를 언급하며, 초기 채택 기업으로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 스페이스X(SpaceX)를 제시했다.

황 CEO는 지난 5월 실적 발표에서 베라 CPU가 엔비디아에 2,0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번 연설에서도 베라 CPU가 엔비디아의 새로운 주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년은 AI 에이전트의 해"

컴퓨텍스에 앞서 연설한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CEO도 2026년을 "에이전트의 해"라고 표현했다. 그는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도구에서 벗어나, 스스로 행동하는 자율형 에이전트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몬 CEO는 현재의 기기 구조가 사용자의 직접 명령을 전제로 설계돼 있으며, 항상 작동하는 자율형 에이전트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AI 기능을 기기 내부에서 처리하는 엣지 컴퓨팅이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젠슨 황 "AI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일자리 줄인다는 건 말도 안 돼"

황 CEO는 AI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수요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AI가 노동자를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 오히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을 늘릴 것이라며, AI가 일자리를 줄인다는 주장은 "완전한 헛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AI의 약속은 생산성 향상에 있으며, 기업들이 더 많은 엔지니어를 고용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 투자 확대도 강조

대만 타이난 출신인 황 CEO는 지난주 대만에 연간 약 1,5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만을 AI 혁명의 중심지로 표현하며, 글로벌 기술 산업에서 대만의 역할을 부각했다.

이번 연설은 황 CEO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과 함께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지 약 2주 만에 이뤄졌다. 엔비디아가 미국과 중국,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I 반도체 경쟁, 개인용 기기로 확산

RTX 스파크 공개는 AI 반도체 경쟁이 데이터센터 중심에서 개인용 컴퓨터와 엣지 기기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엔비디아는 AI 모델 학습용 GPU 시장에서 확보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이제 AI 에이전트가 구동되는 개인용 기기 시장까지 장악하려 하고 있다.

PC가 단순한 작업 도구에서 AI 에이전트가 상시 작동하는 개인형 컴퓨팅 플랫폼으로 바뀔 경우, 반도체 산업의 경쟁 구도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번 발표는 엔비디아가 AI 시대의 중심을 데이터센터에만 두지 않고, 사용자 손끝의 PC까지 확장하려는 전략적 전환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