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2 12:38 PM

루비오 "호르무즈 개방 대가로 이란 제재 완화 제안한적 없다"

By 전재희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란과의 협상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대가로 제재 완화를 제안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는 어디까지나 테헤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와 이행 여부에 달린 조건부 조치라고 강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2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현재 이란과 논의된 모든 내용은 제재 완화가 조건부라는 점"이라며 "그 조건은 제재가 부과된 원인, 즉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과 핵 활동 때문에 제재를 받고 있다"며 "이란이 이를 포기하는 데 동의하고 합의를 이행한다면, 그 약속과 준수에 연계된 제재 완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이란전 장기화 속 의회 설득 나서

루비오 장관의 발언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전이 4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나왔다. 그는 이란전 발발 이후 처음으로 공개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을 설명했다.

마크 루비오
(마르코 루비오 국무 장관. 자료화면)

이번 청문회는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 예산을 30% 삭감하고 군사비를 50% 증액하는 방안을 의회에 요청한 가운데 열렸다. 루비오 장관은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을 겸하고 있으며, 공화당 내에서도 이란전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의회의 질의를 받았다.

민주당 소속 진 샤힌 상원 외교위원회 간사는 행정부가 의회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권자들은 하바나나 카라카스, 테헤란의 정권교체가 아니라 국내 경제 부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행정부가 전쟁권한 통보를 통해 의회의 감시를 피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과 유가, 중간선거 앞둔 정치 쟁점으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문제는 미국 내 휘발유 가격과도 직결되면서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화당은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고 유가를 낮출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동시에 이란에 대한 강경 노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당내 매파의 압박도 받고 있다. 이란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석유 수입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재 완화를 포함한 임시 합의를 원하고 있지만, 미국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란 관련 인사와 기관에 대한 제재를 계속 추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는다면 이번 전쟁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그는 유가가 내려갈 것이며, 전쟁을 끝낼 "좋은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의회, 전쟁권한과 외교정책 전반에 압박 강화

이란전이 장기화되면서 의회 내 견제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는 한 이란전을 종료하도록 하는 전쟁권한 결의안을 진전시키는 표결을 했다. 하원에서도 유사한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보이자 지도부가 표결을 갑작스럽게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문회에서는 이란 문제 외에도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미군이 선박을 공격한 작전, 쿠바 정책, 해외 원조 삭감, 아프리카 에볼라 확산 문제 등이 함께 다뤄졌다. 일부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원조 축소 이후 수십만 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는 보고를 언급하며 비판을 제기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와 관련해 미국이 국제백신연합 가비와 다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가비 지원을 중단했지만, 몇 주 전 재협력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핵 프로그램 포기'...제재 완화 범위는 여전히 불투명

루비오 장관은 이란과의 합의 시점이나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이란이 재래식 군사력을 "핵 프로그램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로 구축하려 했다고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행동을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이번 청문회에서 루비오 장관은 제재 완화의 핵심 기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아니라 이란의 핵 활동 포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전쟁 장기화, 유가 압박, 의회의 전쟁권한 문제, 이란과의 협상 조건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은 앞으로도 의회와 여론의 집중적인 검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