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3 11:03 AM
By 전재희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스페이스X(SpaceX)의 기업공개(IPO)를 계기로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trillionaire)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분석에 따르면 머스크의 현재 자산은 약 9,700억 달러에 달하며, 대부분은 스페이스X와 테슬라(Tesla) 지분 및 주식옵션 형태로 보유돼 있다.
이는 단순한 억만장자 수준을 넘어선 규모다. 머스크가 1995년 첫 미국 기술기업을 공동 창업한 이후 약 31년 동안 축적한 부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그는 매초 약 992달러, 매분 약 5만9,492달러, 매시간 약 360만 달러를 벌어들인 셈이다.
하루 기준으로는 약 8,570만 달러, 일주일 기준으로는 약 6억200만 달러, 한 달 기준으로는 약 26억 달러, 연간 기준으로는 약 313억 달러에 해당한다.
머스크의 자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스페이스X 지분이다.
WSJ 분석에 따르면, 상장 전 스페이스X 지분 가치는 약 5,380억 달러로 추산된다. 테슬라 지분 가치는 약 1,670억 달러이며, 두 회사에서 행사 가능한 주식옵션 가치는 약 1,500억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터널 굴착 기업 보링컴퍼니(The Boring Company)와 뇌신경 기술기업 뉴럴링크(Neuralink)의 가치는 각각 약 50억 달러로 평가됐다. 부동산, 항공기, 기타 투자자산 등도 약 1,04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머스크의 자산 9,700억 달러는 다른 주요 기술 창업자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의 자산은 약 2,760억 달러,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은 약 2,430억 달러,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약 2,190억 달러로 분석됐다. 머스크 한 명의 자산이 이들 각각의 자산을 3~4배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머스크의 부는 일반인이 체감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하다. 2024년 미국 가구 중위소득은 8만3,730달러였다. 이 소득을 버는 미국 가구가 머스크의 현재 자산 9,700억 달러를 모으려면 1,100만 년 이상 일해야 한다.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잉그리드 로베인스(Ingrid Robeyns)는 세계 최고 부자들의 부가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고 지적해왔다.
그는 머스크가 휴가 없이 주 70시간씩 75세까지 일한다고 가정해도, 생애 시간당 수입이 약 42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머스크의 부는 단순히 현금으로 쌓인 것이 아니다. 대부분은 스페이스X와 테슬라 지분 가치에 묶여 있다.
그는 보유 지분을 담보로 수십억 달러를 빌릴 수 있지만, 자산 상당 부분은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아니라 평가가치에 가깝다.
9,700억 달러라는 금액은 소비 능력으로 환산하면 더욱 극적으로 드러난다. 이 돈이면 미국 주택 약 240만 채를 살 수 있다. 또는 NFL 32개 구단 전체와 NBA 전 구단을 모두 사들이고도 5,000억 달러 이상을 남길 수 있다.
초고가 전용기인 걸프스트림 G700 기준으로는 1만 대 이상을 구입하고, 연료비를 포함해 5년간 운항비까지 부담할 수 있는 규모다.
기업 인수로 보면 액센추어(Accenture), 페덱스(FedEx), 홈디포(Home Depot), UPS, 타깃(Target), 크로거(Kroger), 스타벅스(Starbucks), CVS헬스(CVS Health), 앨버트슨스(Albertsons), 크래커배럴(Cracker Barrel), 캠벨스(Campbell's) 등 총 400만 명 이상을 고용한 기업들을 사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머스크의 자산은 대부분 국가의 연간 경제 규모보다 크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머스크의 순자산 9,700억 달러는 노르웨이, 태국,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25개 이상 국가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머스크가 태어난 나라다. 남아공의 연간 GDP는 약 4,800억 달러로, 머스크 개인 자산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미국 경제와 비교해도 규모는 상당하다. 머스크의 자산은 현재 미국 GDP의 약 3%에 해당한다. 이는 미국 역사상 대표적 부호였던 존 D. 록펠러(John D. Rockefeller)의 경제적 비중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록펠러는 1937년 약 14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했으며, 이는 당시 미국 GDP의 약 1.5%에 해당했다. 오늘날 미국 경제 규모로 환산하면 약 4,870억 달러 정도다. 머스크의 현재 자산은 이보다 두 배가량 큰 경제적 비중을 갖는다.
록펠러가 석유와 철도, 송유관을 기반으로 산업화 시대의 부를 축적했다면, 머스크는 전기차, 우주개발, 인공지능, 뇌신경 기술 등 21세기 핵심 산업을 통해 부를 키웠다.
테슬라는 전기차 산업의 상징이 됐고, 스페이스X는 민간 우주산업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뉴럴링크와 xAI 등 머스크가 관여하는 기업들은 인공지능과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영역에서도 시장의 기대를 끌어모으고 있다.
스페이스X 상장은 머스크 자산을 조 단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결정적 계기로 꼽힌다.
이미 그의 자산은 1조 달러에 근접해 있으며, 스페이스X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경우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 등극은 시간문제가 될 수 있다.
머스크의 자산 증가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투자자들에게도 막대한 수익을 안겼고, 회사 주식을 받은 직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백만장자가 됐다. 그러나 동시에 극단적인 부의 집중에 대한 논쟁도 커지고 있다.
개인 한 명의 자산이 수십 개 국가의 경제 규모를 능가하고, 미국 전체 GDP의 3%에 해당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은 현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전례 없는 현상이다.
머스크의 부는 전기차와 우주산업의 성공, 금융시장의 평가, 기술기업 주가 상승, 그리고 창업자 지분 구조가 결합해 만들어진 결과다.
스페이스X IPO가 현실화할 경우, 그의 자산 규모는 단순한 개인 부의 기록을 넘어 글로벌 자본시장과 기술산업의 권력 지형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