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3 02:06 PM
By 전재희
미국과 이란의 휴전 체제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송 의혹을 받는 유조선을 공격한 뒤 양측이 연쇄적으로 군사 대응에 나서면서, 쿠웨이트 국제공항이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아 폐쇄되고 사상자가 발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쿠웨이트는 3일 새벽 이란이 발사한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63명이 부상했다. 쿠웨이트 당국은 이번 공격으로 국제공항 운영을 중단하고 항공편을 우회시켰다.
이번 충돌은 지난 4월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들어간 이후 가장 격렬한 교전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양측은 휴전 이후에도 산발적으로 충돌해왔지만, 전면전 재개는 피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의 유조선 공격, 이란의 드론 공격, 미군의 자위권 공습, 이란의 쿠웨이트·바레인 미군기지 겨냥 미사일 발사로 이어지며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사태의 발단은 미국이 '렉시(Lexi)'라는 이름의 유조선을 공격한 데서 시작됐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 선박이 미국의 봉쇄를 뚫고 이란 하르그섬(Kharg Island)에서 원유를 실으려 했다고 밝혔다.
미군 항공기는 해당 선박의 엔진룸을 헬파이어 미사일로 타격했다. 렉시는 지난 3월 미 재무부 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으로, 수백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운송한 혐의를 받아왔다.
공격 직후 선박은 조난 신호를 보냈다. 선박 무전에서는 "우리는 미국 미사일에 맞았고 엔진룸에 불이 났다"는 선원의 음성이 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이 렉시를 공격해 새로운 충돌을 촉발했다고 비난했다. 이란 측은 이후 "미국-시오니스트 적"에 속한 선박을 공격했다고 주장했으며, 케슘섬(Qeshm Island)의 통신탑이 미국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탄도미사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유조선 공격 이후 이란은 페르시아만을 통과하던 민간 선박들을 향해 일회용 공격 드론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당국자들은 미군이 이 중 3대를 격추했고, 이어 호르무즈해협 입구에 위치한 케슘섬의 이란 군 지상통제소를 대상으로 "자위권 차원의 공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케슘섬은 호르무즈해협 입구에 자리 잡고 있어, 이란이 이 전략 수로를 통과하는 선박 이동을 감시·통제하는 데 중요한 위치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이 지역에서의 군사 충돌은 국제 에너지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란은 이에 대응해 미군기지가 있는 쿠웨이트와 바레인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쿠웨이트를 향해 발사된 미사일 2발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공중에서 분해됐고, 바레인을 향한 미사일 3발은 미국과 바레인 방공망에 의해 요격됐다. 미사일은 모두 목표물을 타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3일 새벽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은 쿠웨이트 민간 인프라에 직접적인 피해를 냈다. 쿠웨이트 당국은 탄도미사일 13발과 드론 17대를 처리했다고 밝혔으며, 공격 과정에서 민간 시설과 외교 공관도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쿠웨이트 국영 매체와 인도 당국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인도 국적자 1명이 숨지고 63명이 부상했다. 쿠웨이트 국제공항은 항공기 운항을 일시 중단했고, 일부 항공편은 다른 공항으로 우회했다.
쿠웨이트 외무부는 자국 주재 이란 최고 외교관을 불러 공식 항의했으며, 하급 외교관 2명을 추방했다. 이는 쿠웨이트가 이번 공격을 단순한 군사적 오발이 아니라 자국 주권과 민간 인프라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쿠웨이트는 지리적으로 이란의 공격에 취약한 위치에 있다. 쿠웨이트는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활동 반경과도 가깝다.
쿠웨이트 공항은 이미 지난 3월과 4월 초에도 거의 매일 드론 공격을 받았다. 당시 공격으로 연료탱크 여러 개와 레이더 시스템이 파괴됐고, 쿠웨이트는 주변국보다 몇 주 늦게 4월 말부터 단계적으로 공항 운영을 재개했다.
당국자들은 당시 드론 공격의 최소 절반이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공격이 이란의 직접 공격인지, 또는 이란과 연계된 세력의 지원을 받은 공격인지 여부는 향후 긴장 수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바레인 역시 공격 대상이 됐다. 바레인 방위군은 3일 성명을 통해 자국 방공망이 민간 시설을 겨냥한 미사일 3발과 다수의 드론을 요격·파괴했다고 밝혔다. 다만 바레인에서는 즉각적인 인명 피해나 물적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바레인에는 미 해군 5함대 본부가 위치해 있다. 이란은 자신들이 바레인의 미 5함대 본부를 타격했다고 주장했지만, 미 중부사령부는 이를 부인했다. 중부사령부는 "미군을 겨냥한 이란의 모든 공격은 실패했다"며 미군 인명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번 교전에도 불구하고 2일 밤 "휴전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양측이 휴전 이후 가장 강도 높은 군사 충돌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외교적 협상이 정체된 상황에서 발생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4월 휴전에 들어간 뒤 전면전 재개는 피했지만, 해상 봉쇄, 드론 공격, 미사일 발사, 대리세력 활동을 둘러싼 충돌은 계속 이어져 왔다.
특히 이번 공격은 민간 공항과 외교시설 피해, 제3국 국적자의 사망까지 동반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쿠웨이트와 바레인은 미국의 중동 군사 거점이자 걸프 지역 안보질서의 핵심 축이다. 이들 국가가 직접 공격을 받으면서,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단순한 양자 대결을 넘어 걸프 전체 안보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충돌의 또 다른 핵심은 호르무즈해협이다. 미국이 공격한 유조선은 이란 하르그섬으로 향하던 중이었고, 미국의 후속 공격 대상인 케슘섬은 호르무즈해협 입구에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통로다. 이 지역에서 선박 공격과 미사일 교전이 반복될 경우,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커지고 국제 유가에도 압박을 줄 수 있다.
현재까지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전 재개를 공식화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양측이 서로의 군사 행동을 자위권 또는 보복 조치로 규정하면서 충돌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작은 오판도 더 큰 군사 충돌로 번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번 쿠웨이트 공항 공격은 휴전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불안정한 미·이란 관계의 현실을 보여준다. 전면전을 피하려는 양측의 계산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지만, 해상 봉쇄와 대리세력, 미사일·드론 공격이 뒤섞인 걸프 지역의 긴장은 다시 위험 수위로 올라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