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5 07:16 AM

미국 5월 고용 17만2천 명 증가... 서비스·의료업이 채용 견인

By 전재희

미국 노동시장이 지난해 가을과 겨울의 부진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5월 신규 고용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고, 실업률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특히 여름 성수기를 앞둔 레저·접객업과 의료 부문이 고용 증가를 주도했다.

미 노동부는 5일 미국의 5월 비농업 일자리가 17만2,000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8만 개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실업률은 전월과 같은 4.3%를 유지해 시장 예상과 부합했다.

고용

이번 지표는 미국 고용시장이 3개월 연속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무역정책 불확실성, 연방정부 지출 축소, 경기 둔화 우려로 기업들이 채용을 미뤘지만, 최근 들어 고용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웰스파고의 세라 하우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기업들이 무역정책 불확실성과 연방정부 감축 때문에 채용을 멈췄던 데 따른 따라잡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들이 성장 배경에 대해 더 분명한 판단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레저·접객업 7만 명 증가... 여름 성수기 앞두고 채용 확대

5월 고용 증가의 가장 큰 동력은 레저·접객업이었다. 이 부문은 한 달 동안 7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다. 이는 4월 증가폭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여름 여행·외식·숙박 수요가 본격화되면서 호텔, 식당, 관광 관련 업체들이 인력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이후 소비심리 악화와 물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서비스 소비는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의료 부문도 4만7,000개의 일자리를 추가했다. 의료와 교육 부문은 최근 미국 경제에서 가장 안정적인 고용 창출 분야로 꼽힌다. 고령화, 의료 수요 증가, 병원·요양·외래 서비스 확대가 지속적인 인력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건설업도 3개월 연속 완만한 고용 증가를 기록했다. 반면 소매업, 정보업, 금융업은 5월에 일자리가 줄었다. 이는 고용 회복이 전 산업에서 균등하게 나타나기보다는 서비스와 의료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업률 4.3% 유지... 노동참가율도 안정

실업률은 4.3%로 전월과 같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했지만, 고용 증가가 이를 흡수하면서 실업률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경제활동참가율, 즉 일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찾고 있는 미국인의 비율은 61.8%로 4월과 변동이 없었다. 이는 노동시장에 새로 들어오는 인구가 크게 늘거나 줄지 않은 가운데, 고용 여건이 비교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고용시장이 강할 경우 더 많은 사람들이 구직에 나서면서 실업률이 일시적으로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5월에는 신규 구직자 유입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상승하지 않았다. 이는 기업들의 채용 수요가 아직 충분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3월·4월 고용도 대폭 상향 수정

이번 보고서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부분은 과거 고용 수치의 상향 수정이다. 노동부는 3월 신규 고용을 기존보다 2만9,000개 늘어난 21만4,000개로 수정했다. 이는 2024년 12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폭이다.

4월 고용도 기존 추정치보다 6만4,000개 늘어난 17만9,000개로 수정됐다. 이에 따라 3월, 4월, 5월 모두 예상보다 강한 고용 흐름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올봄 미국 노동시장이 단순히 일시적으로 반등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말의 부진에서 벗어나 점진적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이란 전쟁과 에너지 가격 부담에도 기업 채용 회복

미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이란 전쟁이 넉 달째 이어지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대부분 기업의 비용 부담을 높이고 있다. 휘발유 가격 상승은 소비자 지출에도 압박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기업들은 최근 더 많은 구인 공고를 내고 있다. 인사관리업체 ADP가 이번 주 발표한 자료도 의료·교육 부문이 여전히 고용 증가의 핵심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5월 채용이 특정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비교적 폭넓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채용을 늘리는 것은 수요가 아직 크게 꺾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소득층 소비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고, 일부 서비스 부문에서는 여전히 인력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 체감경기는 여전히 부정적

고용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다. 소비자들은 경제 전반, 휘발유 가격, 인플레이션, 노동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인식을 보이고 있다. 향후 물가 상승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주요 소비자심리지수는 최근 몇 달 사이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완전히 지갑을 닫은 것은 아니다. 미국인들은 여전히 지출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고소득 소비자들이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다만 저소득층 소비자들은 압박을 더 크게 받고 있다. 달러제너럴(Dollar General)은 이번 주 자사 고객들이 휘발유 가격 상승과 생활비 부담으로 식료품 등 가계 필수 지출까지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메이시스(Macy's)는 고객들이 가죽 재킷 등 고가 상품을 계속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 소비가 계층별로 뚜렷하게 갈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용은 견조하지만 물가 부담은 저소득층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고, 고소득층은 여전히 소비 여력을 유지하고 있다.

대기업 이익은 강세... S&P 500 순익 29% 증가

전쟁과 소비심리 악화에도 미국 대기업들은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현재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S&P 500 기업의 90% 이상을 기준으로, 주당순이익은 전년 대비 약 29%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업들이 비용 상승과 소비 불안 속에서도 가격 결정력, 생산성 개선, 비용 관리 등을 통해 이익을 방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용시장 회복과 기업 이익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연준 정책에도 영향 줄 고용지표

5월 고용보고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고용이 예상보다 강하고 실업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연준은 경기 둔화를 이유로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줄어든다.

반면 소비심리 악화와 에너지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불안은 여전히 부담이다. 고용시장이 강하다는 것은 경제가 버틸 힘이 있다는 의미지만, 동시에 임금과 서비스 물가 압력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연준에는 복잡한 신호가 된다.

이번 5월 고용지표는 미국 경제가 지난해 말의 약세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레저·접객업과 의료업이 채용을 이끌고, 3월과 4월 수치까지 상향 조정되면서 노동시장의 회복세는 더 뚜렷해졌다.

다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물가와 휘발유 가격에 불안을 느끼고 있고, 일부 업종은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미국 경제는 강한 고용과 약한 체감경기라는 상반된 신호 속에서 다음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