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1 08:07 AM

비싼 월드컵에 팬들 발길 주춤... 미국 호텔·항공업계 기대 못 미쳐

By 전재희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미국 여행·관광업계가 기대했던 특수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 가운데 하나인 월드컵이 미국 호텔과 항공사에 큰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높은 항공료와 숙박비, 비싼 경기 입장권, 비자 문제 등이 겹치면서 팬들의 이동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월드컵 개최 도시들의 호텔과 항공 수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부 호텔은 객실 요금을 낮추고 있으며, 유럽발 미국행 항공 예약도 감소했다.

월드컵으로 인한 숙박 여행업 예상보다 저조
(2026년 월드컵 특수, 예상보다 저조)

경기 티켓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3개국 16개 개최 도시를 오가야 하는 복잡한 일정도 해외 팬과 미국 내 여행객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한다. 특히 미국은 다수의 주요 경기를 치르는 만큼 호텔, 항공, 식당, 관광업계가 대규모 방문객 유입을 기대해왔다. 그러나 개막 직전까지 분위기는 예상보다 조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 호텔업계, 월드컵 매출 전망 60% 낮춰

뉴욕 호텔업계의 실망감은 특히 크다. 뉴욕은 7월 19일 결승전을 개최하는 핵심 도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약 120만 명의 팬이 뉴욕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뉴욕시 호텔협회는 실제 방문객을 약 50만 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비제이 단다파니(Vijay Dandapani) 뉴욕시 호텔협회 최고경영자는 "전반적으로 실망스럽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월드컵 관련 호텔 객실 매출 전망을 기존보다 60% 낮춰 약 6,000만 달러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유럽에서 미국 개최 도시로 향하는 6월과 7월 항공 예약도 감소했다. 항공 데이터 업체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유럽발 미국 월드컵 개최 도시행 항공 예약은 전년 대비 평균 3.8% 줄었다. 결승전이 열리는 뉴욕행 예약은 15.8% 급감했다.

호텔 예약 증가율 0.5%에 그쳐

호텔업계는 조별리그가 끝난 뒤 막판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초기 지표는 신중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부동산·호텔 분석업체 코스타(CoStar)에 따르면 월드컵 개최 도시들의 평균 호텔 예약은 전년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둔 상황치고는 매우 제한적인 증가폭이다.

일부 뉴욕 호텔은 객실 요금을 낮추고 있다. 단다파니에 따르면 뉴욕 최대 호텔인 뉴욕 힐튼 미드타운(New York Hilton Midtown)은 월드컵 기간 객실 요금을 지난해 12월 게시 가격과 비교해 절반 수준인 1박 415달러까지 낮췄다.

힐튼(Hilton)은 지난 4월 뉴욕을 중심으로 강한 예약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후 수요는 업계 기대만큼 강하게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메리어트(Marriott)는 지난달 대회 후반부 정확한 대진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예약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높은 티켓 가격이 수요 억제

월드컵 여행 수요를 약화시킨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는 경기 티켓 가격이다. FIFA는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기본 가격을 도입했고,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오르는 동적 가격제를 처음 적용했다. 또한 재판매 가격에 상한을 두지 않으면서 일부 경기 티켓 가격은 크게 뛰었다.

티켓데이터(TicketData)에 따르면 뉴욕과 마이애미 같은 주요 개최 도시에서 가장 싼 티켓도 1,000달러에 가까운 수준이다. 경기 입장권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되는 데다, 항공료와 숙박비, 경기장 이동 비용까지 합치면 전체 여행 비용은 훨씬 커진다.

영국 축구 팬이자 《댓 월드컵 가이(That World Cup Guy)》 저자인 앤디 밀른(Andy Milne)은 일부 팬들이 아예 월드컵 현장 관람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 중 일부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모든 경기를 TV로 보기 위해 이비사로 가고, 다른 이들은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고 전했다.

럭셔리 스포츠 여행사 로드트립스(Roadtrips)에 따르면 고소득 팬들조차 대진이 확정되거나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다음 단계로 진출할 때까지 예약을 미루고 있다.

비자와 국경 심사도 부담

해외 팬들에게는 비자 문제도 큰 장벽이다. 본선 진출국의 절반 이상에서 온 팬들은 미국 입국을 위해 비자가 필요하다. 이는 여행 비용과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강화된 국경 단속 분위기 속에서 일부 해외 팬들은 미국 입국 절차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 소말리아 심판에 대해 "테러 조직 의심 인물들과의 연계"를 이유로 입국을 거부했다.

이런 상황은 이미 미국 여행을 줄이고 있던 유럽 여행객들의 심리를 더 위축시키고 있다. 월드컵이 통상 해외 팬들의 장거리 이동과 대규모 소비에 의존하는 행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자와 입국 불확실성은 수요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내 축구 팬층만으로는 공백 메우기 어려워

월드컵 수요가 약한 또 다른 이유는 미국 내 축구 인기가 유럽이나 남미만큼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해외 팬들이 예상보다 적게 오면 미국 내 여행객들이 그 공백을 메워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그런 흐름이 뚜렷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미식축구, 농구, 야구가 여전히 주요 스포츠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월드컵은 세계적으로는 압도적인 이벤트지만, 미국 내 일반 여행객이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타 도시로 이동해 경기를 관람할 만큼의 수요를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회는 개최 도시가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 걸쳐 넓게 분산돼 있다. 팬들이 여러 경기를 따라다니려면 장거리 항공 이동과 숙박, 교통비를 반복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 점도 과거 월드컵보다 여행 계획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단기 임대 숙소는 상대적으로 선전

호텔과 항공업계가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단기 임대 숙소는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에어비앤비(Airbnb)는 지난 5월 투자자들에게 이번 월드컵이 회사 역사상 최대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단기 임대 분석업체 에어DNA(AirDNA)에 따르면 보스턴과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한 개최 도시에서 단기 임대 예약은 특히 예산형·이코노미 숙소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단기 임대 숙소는 여러 명이 함께 숙박비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티켓과 항공료 부담이 큰 상황에서 팬들은 호텔보다 더 저렴하고 유연한 숙소를 찾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에어DNA에 따르면 개최 도시 단기 임대 숙소의 예약된 평균 일일 요금은 218달러였다. 그러나 6월 8일 기준 새로 숙소를 찾는 여행객들은 평균 335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호스트들이 막판 수요를 잡기 위해 가격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DNA의 제이미 레인(Jamie Lane)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월드컵 때문에 이들 도시 전반에 훨씬 더 많은 레저 수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기대보다 약한 월드컵 특수

이번 월드컵은 미국 여행업계에 큰 기회로 여겨졌다. 하지만 개막 직전까지의 흐름은 비용 부담이 팬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항공 예약은 줄었고, 호텔 예약은 거의 늘지 않았으며, 일부 호텔은 가격을 낮추고 있다. 경기 티켓 가격은 너무 높고, 해외 팬들에게는 비자와 입국 절차도 부담이다. 미국 내 팬층도 해외 수요 부진을 충분히 메우지 못하고 있다.

다만 대회가 진행되면서 특정 국가의 선전, 결승 토너먼트 대진 확정, 막판 티켓 가격 조정이 이뤄지면 수요가 일부 살아날 가능성은 있다. 호텔업계도 조별리그 이후 막판 예약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월드컵이 미국 호텔과 항공업계에 예상했던 수준의 특수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라도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이동·입국 절차가 복잡해지면 팬들의 실제 여행 수요가 크게 제한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