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6 07:57 AM

G7 동맹국들, 트럼프 시선 다시 우크라이나로... 마크롱이 의제 전면 배치

By 전재희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지난 4개월 동안 이란 전쟁에 집중해온 가운데,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그의 관심을 다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돌리는 계기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해 G7 정상회의를 주최한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기술과 글로벌 경제 문제보다 우크라이나 논의를 우선순위에 올렸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특별 초청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도록 했다.

마크롱과 젤렌스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ZUMA PRESS )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경색된 관계를 회복하고, 러시아에 맞선 우크라이나 방어에 미국의 관여를 다시 확대하려 하고 있다.

트럼프, 한때 "24시간 내 종전" 장담했지만 외교 노력 후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외교정책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내세웠다. 그는 자신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평화합의를 24시간 안에 중재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을 설득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합의를 압박하는 방식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두 지도자 모두 핵심 양보를 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우크라이나 외교 노력에서 상당 부분 물러났다.

미국의 직접 군사지원도 줄어들면서, 유럽은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키이우 지원을 주도해왔다.

마크롱, 젤렌스키와 트럼프 회동 추진

유럽 정상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몇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지원이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외교적 유산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득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G7 회의에 도착할 당시 이란과의 초기 평화합의를 자신의 성과로 강조하고, G7 회원국들이 호르무즈해협 기뢰 제거와 재개방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려는 분위기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의 시작부터 우크라이나 문제를 전면에 배치했다. 그는 회의장 입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직접 맞이했고, 두 정상은 에비앙의 오텔 루아얄(Hôtel Royal) 정원으로 걸어가며 대화를 나눴다.

마크롱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일대일 회동이 잡혔는지 물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직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프랑스에 이틀 동안 머문 뒤 목요일 브뤼셀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동 주선을 돕겠다고 했지만,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어제 트럼프 대통령과 어려운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지각한 트럼프, 회의 54분 늦게 시작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 시간에 회의장에 도착하지 않으면서 G7 정상들은 첫 화요일 회의가 왜 지연되는지 의아해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는 회의실에서 기다리며 시계를 확인하기도 했다.

오전 9시로 예정됐던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늦게 도착하면서 54분 늦게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착 후 참석 정상들과 인사를 나눴다.

메르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번호에 "Trump 47"이 적힌 독일 축구대표팀 월드컵 유니폼을 선물했다.

트럼프·젤렌스키 회동 성사

마크롱 대통령은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 국왕과의 별도 회동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자신이 이미 첫 그룹 세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으며, 다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공개된 사진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상회의장 주변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겼다. 두 사람 옆에는 마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과 루스템 우메로프(Rustem Umerov)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가 배석했다.

프랑스 당국자는 마크롱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정상회의가 끝날 때까지 머물며 트럼프 대통령과 G7 정상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라고 권했다고 밝혔다.

미국, 우크라이나 방공 지원 확대 동참

메르츠 총리는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한 자리에서 미국이 G7 동맹국들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추가 방공 능력을 제공하는 데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럽 동맹들이 이번 G7 회의를 통해 얻은 중요한 성과로 볼 수 있다. 러시아의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방공망 강화를 가장 시급한 군사 지원 과제로 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하려 노력해왔다. 두 사람은 과거 몇 차례 공개적으로 충돌한 적이 있다. 특히 2025년 2월 백악관 오벌오피스 회동은 고성이 오간 끝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사실상 쫓겨나는 장면으로 끝났다.

그럼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15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80세 생일을 축하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미국에서 회동하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제안이 러시아 측에 전달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트럼프, 푸틴과 통화 뒤 "같은 말만 반복"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푸틴 대통령과도 전화 통화를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거의 같은 말"을 반복했다며, 침공을 되돌릴 의사가 없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계속 싸우고, 병사들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최근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로 이동하던 날에도 러시아의 공격으로 키이우의 동굴수도원, 즉 페체르스크 라브라(Pechersk Lavra) 수도원 주성당 지붕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곳은 동방정교회의 주요 성지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러시아 공격으로 발생한 피해 사진을 보여줬다고 유럽 당국자가 전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본토 장거리 드론 공격 확대

우크라이나도 최근 전쟁을 러시아 본토로 직접 확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 능력을 발전시키며 러시아 주요 도시와 군사시설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이달 초 키이우는 푸틴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 요구를 거부하는 연설을 한 다음 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군사시설을 겨냥해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가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단순히 방어에 머물지 않고,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과 후방 인프라를 직접 압박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G7, 이란 성과보다 우크라이나 압박에 초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G7에 이란과의 초기 평화합의를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며 도착했다. 그러나 유럽 동맹들은 회의 의제를 우크라이나로 돌리는 데 집중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을 추진하며, 우크라이나 문제를 G7 정상들의 우선 의제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방공 지원과 러시아 전쟁 문제에도 다시 관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회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럽은 군사지원의 상당 부분을 떠안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방어에 필요한 핵심 무기와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히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정책, 다시 시험대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우크라이나 전쟁을 빠르게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를 설득하지 못했다. 이후 그는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문제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G7 정상회의는 그에게 다시 우크라이나 문제를 마주하게 했다. 러시아는 공습을 멈추지 않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방공 지원을 절실히 원하고 있으며, 유럽 동맹들은 미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이 추가 방공 지원에 동참하기로 한 것은 제한적이지만 의미 있는 변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시 본격화할지, 아니면 유럽 주도의 지원 구조를 유지하면서 제한적으로 관여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G7 정상회의는 이란 합의를 축하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또 다른 장기 과제를 다시 상기시킨 무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