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6 08:13 PM

머스크, 스페이스X 자금력으로 AI 약점 보완... 커서 인수로 기업 고객 공략

By 전재희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스페이스X(SpaceX)의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처진 약점을 보완하려 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AI 코딩 도구 커서(Cursor)를 인수하고, 데이터센터 용량을 경쟁사에 임대하면서 기업 고객 확보를 위한 기반을 넓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머스크는 스페이스X가 오픈AI(OpenAI), 앤스로픽(Anthropic), 구글(Google), 중국 오픈소스 AI 모델 등에 비해 AI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고 인정해왔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최근 대형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과 주식 가치를 바탕으로 AI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샌프란시스코의 AI 코딩 스타트업 커서를 600억 달러 규모의 전액 주식 거래로 인수하기로 했다. 커서는 엔비디아(Nvidia), 브리티시항공(British Airways), 딜로이트(Deloitte) 등 대형 기업과 주요 AI 연구소들이 사용하는 자율형 코딩 도구를 만든 회사다.

IPO 이후 860억 달러 실탄 확보

스페이스X는 사상 최대 규모 IPO 이후 막대한 자금 여력을 확보했다. 머스크는 이 자금을 AI 사업 확대에 투입하려 하고 있다. 핵심 목표는 스페이스X의 도구와 컴퓨팅 파워에 큰 비용을 지불할 기업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최근 몇 달 동안 AI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회사 구조를 재편해왔다.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자료화면)

올해 초 머스크가 지배하던 xAI를 인수하면서 챗봇 그록(Grok), 소셜미디어 X, 대형 데이터센터를 함께 편입했다.

 

지난 4월에는 커서를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실제 인수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커서가 이미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IPO 전 투자자들에게 인간을 지구 밖으로 데려가고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도록 돕는" AI 비전을 제시했다. 16일에는 커서 인수와 관련해 AI가 결국 어떤 인간보다도 코드를 더 잘 쓰고 디버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체스 엔진에 비유해 "AI는 스톡피시(Stockfish) 수준의 코딩과 일반 컴퓨터 사용 능력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톡피시는 인간 최고수를 이길 수 있는 강력한 체스 엔진이다.

데이터센터 임대도 새 수익원

스페이스X는 최근 AI 경쟁사들에 데이터센터 용량을 임대하기 시작했다. AI 업계 전반이 컴퓨팅 자원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스페이스X는 자사의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수익화하고 있다.

스페이스X가 발표한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들은 2027년부터 2029년 사이 연간 260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앤스로픽과 구글 등 경쟁사와도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계약을 맺었다.

이는 IPO 직후 스페이스X의 재무 전망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로켓 발사와 스타링크(Starlink) 외에도 AI 컴퓨팅 인프라가 새로운 대형 매출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IPO 전 투자자 설명회에서 xAI의 기업 영업팀을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AI 제품과 컴퓨팅 자원을 기업 고객에게 판매하는 데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커서, 기업 고객 확보의 핵심 자산

커서는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드(Claude Code), 오픈AI의 코덱스(Codex)와 경쟁하는 AI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다. 개발자가 코드를 더 빠르게 작성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을 제공한다.

커서의 도구는 개발자가 여러 AI 모델을 전환해 사용하면서 코드 자동완성, 편집, 검토를 할 수 있게 한다. 오픈AI, 앤스로픽, 구글, xAI 등 다양한 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커서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2025년 연율 기준 매출은 1억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늘었고, 6월 초에는 40억 달러까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율 매출은 최근 매출 흐름을 바탕으로 향후 12개월 매출을 추정한 수치다.

커서 매출의 절반 이상은 기업 고객에서 나온다. 회사는 스페이스X에 인수된 이후에도 다른 AI 모델 제공업체들과 계속 협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 가격 600억 달러는 지난해 11월 투자 유치 당시 평가액 293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만큼 AI 코딩 도구 시장과 커서의 기업 고객 기반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xAI 리더십 공백도 보완

스페이스X의 커서 인수는 xAI의 리더십 공백을 메우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머스크는 xAI가 "기초부터 다시 세워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xAI는 최근 창립 멤버를 포함한 일부 직원을 해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커서의 최고경영자 마이클 트루엘(Michael Truell)은 AI 업계에서 떠오르는 인재로 평가받고 있다. AI 업계에서는 최고급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트루엘은 X에 "함께 할 일이 많다"며 "유용한 AI를 만들기 위해 스페이스X와 힘을 합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머스크도 인정한 xAI의 열세

머스크는 최근 오픈AI 관련 민사소송 증언대에서 주요 AI 모델들의 순위를 언급하며 xAI가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앤스로픽이 1위이고, 오픈AI가 2위, 구글이 3위, 중국 오픈소스 모델들이 4위일 것"이라며 "그다음이 xAI"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로켓 발사와 위성인터넷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위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xAI는 인수 당시 적자를 내고 있었고, 고객 기반도 제한적이었다.

특히 주요 AI 고객 중 하나인 국방부 내부에서는 그록 챗봇의 안전성과 보안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과 정부 고객을 확대해야 하는 스페이스X 입장에서는 이는 중요한 약점이었다.

AI 사업, 막대한 비용 부담

AI 사업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모델을 훈련하려면 대형 데이터센터, 고성능 반도체, 전력, 엔지니어 인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고객 확보가 늦어지면 손실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AI 사업은 지난해 32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64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8억1,800만 달러의 매출에 25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스페이스X가 IPO로 확보한 자금을 모두 AI에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부 IPO 자금은 지난 3월 회사가 받은 200억 달러 규모 브리지론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회사는 또 텍사스 반도체 제조시설 건설에 최소 55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고, 스타링크 서비스용 주파수도 매입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머스크는 AI 시장 기회가 너무 크기 때문에 투자를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인류 역사상 최대 시장" 겨냥

스페이스X는 IPO 전 투자자들에게 자사 제품과 서비스가 총 28조5,000억 달러 규모의 잠재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이 가운데 AI 제품이 차지하는 잠재 시장 규모는 26조5,000억 달러로 제시됐다. 특히 기업용 AI 애플리케이션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스페이스X가 왜 커서 같은 기업용 AI 도구를 서둘러 확보하려 하는지를 보여준다. 로켓과 위성 사업만으로도 거대한 회사가 됐지만, 스페이스X의 현재 밸류에이션과 향후 성장 기대는 상당 부분 AI 사업 확장에 걸려 있다.

모닝스타(Morningstar) 애널리스트들은 스페이스X가 제시한 잠재 시장 계산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회사의 내재가치가 현재 거래 수준보다 훨씬 낮다고 평가했다.

반면 스페이스X IPO 주관에 참여한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AI가 스페이스X의 매출 성장을 크게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두 회사는 스페이스X의 2028년 매출이 약 1,6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이는 2025년 매출의 8배가 넘는 수준이다.

커서 인수, AI 기업으로 가는 발판

커서 인수와 데이터센터 임대 전략은 스페이스X가 AI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출발점이다. 커서는 이미 개발자와 기업 고객을 보유한 제품이고, 스페이스X는 xAI와 콜로서스급 데이터센터, 스타링크와 우주 인프라를 갖고 있다.

스페이스X가 이 자산들을 결합하면 단순한 로켓 기업을 넘어 AI 모델, 코딩 도구, 컴퓨팅 인프라, 위성 네트워크를 함께 제공하는 기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

다만 과제도 크다. xAI는 아직 선두 AI 모델보다 뒤처져 있고, AI 사업은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커서 인수 가격도 매우 높다. 스페이스X가 커서의 기업 고객 기반을 유지하면서 xAI의 모델 경쟁력을 높이고, 데이터센터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다.

이번 거래는 머스크가 스페이스X의 새 자금력을 AI 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투입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IPO로 확보한 시장의 신뢰와 자금을 바탕으로, 스페이스X는 이제 우주기업을 넘어 AI 인프라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까지 겨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