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7 01:51 PM

연준, 기준금리 동결... 올해 금리 인상 가능성 커졌다

By 전재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준 내부에서는 다음 정책 조치가 인하보다 인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케빈 워시(Kevin Warsh) 신임 연준 의장이 주재한 첫 통화정책회의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예상보다 강하게 드러났다.

연준은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연 3.5~3.7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그러나 함께 공개된 분기 경제전망에서는 정책 방향이 크게 달라졌다.

캐빈 워시
(캐빈 워시 신임 연준회장. 취임후 첫 FOMC 개최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준 정책위원 19명 가운데 9명은 올해 말까지 최소 한 차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지난 3월 전망에서는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이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올해 금리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3월 12명에서 이번에는 1명으로 줄었다.

인하 기대 사라지고 '인상 준비' 단계로

시장에서는 연준이 상당 기간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이번 전망은 단순한 장기 동결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연준이 당장 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것은 아니지만, 정책위원들이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 인상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이번 회의 이후 연준이 이르면 다음 달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약 3분의 1로 반영했다.

이번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추진할 인물로 선택한 워시 의장의 첫 회의에서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연준 의장으로 낮은 금리를 지지하는 사람만 임명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워시 의장이 처음 주재한 회의에서 연준은 금리 인하가 아니라 인상 가능성 쪽으로 움직였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할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다"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워시, 금리 전망 제출하지 않아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최근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성명도 이전보다 짧게 발표했다. 성명에는 향후 금리 방향을 암시하는 표현이 거의 담기지 않았다.

분기 전망에는 19명의 회의 참가자 가운데 18명의 전망만 포함됐다. 워시 의장은 자신이 금리 전망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워시 의장이 그동안 비판해온 '점도표(dot plot)'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점도표는 각 정책위원이 향후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기준금리 수준을 점으로 표시한 자료다.

워시 의장은 취임 전부터 점도표와 과도한 경제전망 공개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연준을 기존 전망에 묶어둔다며 비판해왔다.

이번 회의에서 전망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꾸려는 첫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란 전쟁과 AI 투자 붐이 물가 자극

연준의 방향 전환은 미국 경제와 물가가 예상보다 강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인플레이션은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충격과 AI 투자 붐으로 다시 상승했다. 반면 연준이 약해질 것으로 우려했던 노동시장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데이터센터와 전력시설, 반도체, 관련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경제 전반의 수요를 끌어올렸다. AI 관련 주식시장 상승으로 자산이 늘어난 고소득층의 소비도 증가했다.

AI는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물가를 낮출 기술로 평가돼왔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수요, 반도체 투자, 인력 확보 경쟁을 촉진해 물가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BNP파리바의 제임스 이겔호프(James Egelhof)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AI가 장기적으로 물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전망이 맞을 수 있다면서도 "통화정책은 2030년대가 아니라 오늘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오는 12월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 차입비용 인하 기대 멀어져

이번 결정은 가계가 대출비용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연준 기준금리는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 등 단기 차입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연준이 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동안 이들 대출금리도 높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장기 국채금리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그러나 시장이 연준의 장기 동결이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면서 장기 국채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모기지 금리는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국채금리 급등·주가 하락

연준의 전망이 공개되자 채권시장은 약세를 보였다.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금리는 하루 동안 0.114%포인트 오른 4.16%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3개월 사이 가장 큰 하루 상승폭이며, 2025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주식시장도 하락했다. 미국 주요 주가지수는 약 1% 이상 떨어졌다.

시장은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에서도 향후 금리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신호를 찾으려 했지만, 그는 새로운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연준 운영 전반 재검토하는 5개 태스크포스

워시 의장은 연준의 핵심 기능을 재검토하기 위한 5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검토 대상에는 연준의 대외 커뮤니케이션, 대차대조표, 인플레이션을 분석하는 정책체계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의 태스크포스는 올해 말까지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는 워시 의장이 통화정책뿐 아니라 연준 운영 방식 전반을 개편하려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는 "변화는 쉽지 않다"며 "변화에는 위험이 따른다"고 말했다.

워시는 그동안 연준이 너무 많은 전망과 발언을 공개한다고 비판해왔다. 이번 회의에서는 성명을 줄이고 자신의 점도표 전망 제출을 거부하면서, 이러한 철학을 일부 행동으로 옮겼다.

2024년 시작한 금리 인하 사이클 사실상 중단

이번 회의는 연준 정책의 큰 흐름이 다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준은 3년 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0여 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빠르게 올렸다. 이후 2024년 9월 금리 인하를 시작했고, 지난해 말까지 여섯 차례 인하한 뒤 동결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이후 추가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가 장기간 동결되거나 다시 인상될 수 있다는 신호가 나왔다.

연준 관계자들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해지면서 현재 금리 수준이 생각만큼 경제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 전쟁 끝나도 근원 물가 우려 남아

미국과 이란의 협상으로 전쟁이 끝나면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은 다시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최근 하락했다.

그러나 연준이 걱정하는 것은 단기적인 에너지 가격만이 아니다.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세 인상, 이란 전쟁 등 연속된 공급 충격으로 연준은 근원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안정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을 잃고 있다.

일부 위원들은 물가상승률이 목표보다 높은 수준에 오래 머물면 소비자와 기업이 앞으로도 높은 물가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기대가 굳어지면 임금과 제품가격 결정에 반영돼 인플레이션을 낮추기가 더 어려워진다.

물가 상승으로 실질금리 낮아지는 문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는 동안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실질금리는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개념이다. 기준금리가 그대로 있어도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실제 차입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일부 연준 관계자와 경제학자들은 이를 정책의 수동적 완화로 보고 있다. 경제가 더 이상 추가 부양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저절로 느슨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윌리엄 잉글리시(William English) 전 연준 고위자문역은 "금리는 상당 기간 현재 수준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다음 조치가 인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인상까지 필요하지 않다는 반론도

모든 경제전문가가 실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페이든앤리겔(Payden & Rygel)의 제프리 클리블랜드(Jeffrey Cleveland)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다음 조치가 결국 금리 인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인하 시점이 가까운 것은 아니며, 장기간 동결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근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끈질기고 노동시장도 예상보다 강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금리를 다시 올리려면 임금상승률이 가속하거나 미국인들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상승하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클리블랜드는 현재 그런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며 "지금은 2022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시 첫 회의, 인하보다 물가안정에 무게

워시 의장의 첫 회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대했던 금리 인하보다 연준의 물가안정 의지가 앞선다는 점을 보여줬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내부 전망은 인하에서 인상 가능성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동시에 워시 의장은 점도표 제출을 거부하고 성명을 간소화하며 연준 소통 방식의 변화도 시작했다.

향후 정책의 핵심은 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얼마나 빠르게 안정되는지, AI 투자 붐이 경제와 물가를 얼마나 더 자극하는지, 노동시장과 임금이 계속 강한 흐름을 유지하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로서는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보다 장기 동결 가능성이 더 크며,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아질 경우 연준이 다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