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8 07:49 AM

미·이란 대통령, 전쟁 중단 양해각서 서명... 트럼프 "위반하면 공격 재개"

By 전재희

미국과 이란이 양국 대통령이 서명한 전쟁 중단을 위한 잠정 합의문을 공개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군사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해, 합의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남겼다.

미국과 이란 당국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이란 대통령은 영어와 페르시아어로 작성된 14개 조항의 양해각서에 전자서명했다.

이란 외무부는 양해각서가 17일부터 이미 발효됐다고 밝혔다.

미국 이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페제시키안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이 베르사유궁에서 주최한 만찬을 앞두고 문서에 서명했다.

베르사유궁은 제1차 세계대전을 공식적으로 끝낸 베르사유조약이 체결된 장소다.

이란 "1979년 이후 양국 대통령이 서명한 첫 합의"

이란 지도부는 이번 합의를 외교적 성과로 평가하며 서명 문서로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번 문서는 1979년 이란 이슬람공화국 수립 이후 미국과 이란 대통령이 모두 서명한 첫 합의로 추정된다.

이란 측 협상을 이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Mohammad Baqer Qalibaf)는 국영방송에서 "군사행동으로 얻고자 했던 모든 것을 협상을 통해 몇 배나 더 많이 얻었다"며 "두 결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해각서에는 이란의 동결자산 수십억 달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트럼프 "합의 위반하면 강력히 폭격"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서명하면서도 이란에 대한 군사적 경고를 거두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합의를 위반하면 강력하게 폭격할 것"이라며 "나는 그런 일이 벌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란이 합의를 지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이란이 제대로 행동하지 않거나 자신이 합의 이행에 만족하지 않을 경우 "다시 그들의 머리 한가운데 폭탄을 떨어뜨릴 것"이라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60일 동안 미국과 이란이 영구적인 합의를 협상하게 된다며, 이번 협상이 중동의 평화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60일간 군사작전 중단 연장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양해각서는 지난 4월 발표된 교전 중단을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추가로 60일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간 미국과 이란은 최종적인 전쟁 종식 합의를 협상한다.

양해각서는 모든 전선의 군사작전을 즉시 중단하고, 미국과 이란 및 양측 동맹국들이 서로를 상대로 새로운 전쟁이나 군사작전을 시작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레바논 전쟁의 영구적 종료와 레바논의 영토 보전 및 주권 보장도 명시됐다.

호르무즈해협 통항 재개

합의에는 호르무즈해협의 상업용 선박 통행을 통행료 없이 전면 재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란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사이를 오가는 상선의 안전한 통행을 지원하고, 기뢰와 군사적·기술적 장애물을 제거해 30일 안에 선박 운항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봉쇄를 즉시 해제하기 시작하고, 30일 안에 완전히 종료하기로 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송의 핵심 통로다. 전쟁과 해협 봉쇄로 국제 에너지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했다.

합의에 따른 해협 재개방 기대가 커지면서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쟁 시작 이후 가장 낮은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공격 재개 가능성을 언급한 뒤 유가는 다시 일부 상승했다.

원유 수출 제재 면제·동결자산 해제

양해각서는 미국이 이란산 원유와 석유제품 수출에 대한 제재 면제를 즉시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은행거래와 보험, 운송 등 원유 수출에 필요한 관련 서비스도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은 이란의 동결되거나 사용이 제한된 자금과 자산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허가를 제공하기로 했다.

양국은 향후 협상을 통해 이란 중앙은행이 지정한 수취인에게 해당 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해제 절차를 마련한다.

3,000억 달러 재건계획 포함

합의문에는 미국이 역내 파트너들과 함께 이란의 전후 재건과 경제개발을 위한 최소 3,000억 달러 규모의 계획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계획의 구체적인 집행 방식은 앞으로 60일 동안 진행될 최종 합의 협상에서 결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이란에 직접 자금을 제공하거나 기금을 조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10센트도 투자하지 않는다"며 다른 국가나 민간 투자자들이 참여할지는 그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란, 핵무기 비개발 재확인

이란은 양해각서에서 핵무기를 생산하거나 획득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양측은 이란이 보유한 농축우라늄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독 아래 이란 현지에서 저농축 물질로 희석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란의 농축우라늄을 국외로 반출하기를 원했지만, 이란은 이를 거부했다.

이란의 향후 우라늄 농축 활동과 민간 핵에너지 수요 등은 60일 동안 진행될 최종 협상에서 다뤄진다.

최종 합의가 체결될 때까지 이란은 현재 핵 프로그램의 상태를 유지하고, 미국은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거나 중동에 추가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 이란 미사일 보유 인정하는 방향으로 후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탄도미사일 보유 문제에서도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다른 국가들도 미사일을 보유한 상황에서 이란만 미사일을 가질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조금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이는 전쟁 초기 이란의 모든 미사일을 파괴하고 미사일 산업을 완전히 무너뜨리겠다고 했던 발언과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이란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능력을 파괴하고, 주변국 공격 능력과 역내 무장세력 지원을 차단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워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 시점에도 이란 정부는 유지되고 있으며, 고농축우라늄 비축분도 넘겨지지 않았다. 탄도미사일 능력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고, 레바논 헤즈볼라 등 반이스라엘 무장세력 지원 중단도 확정되지 않았다.

G7 정상들 합의 환영

프랑스와 독일, 영국,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미국 등 G7 정상들은 미·이란 합의를 환영했다.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레바논의 즉각적인 교전 중단도 촉구했다.

레바논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사이의 전쟁으로 수천 명이 숨지고 100만 명 넘는 주민이 피란했다.

미·이란 합의가 발표된 이후 레바논 내 전투는 감소했지만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다.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일부를 점령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계속 무력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 사이 견해차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건물 전체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는 미·이란 합의와 거리를 두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합의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레바논 전쟁 중단은 이란이 합의의 핵심 조건으로 요구한 사항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이스라엘에 실제로 공격 중단과 철군을 압박할지가 합의 이행의 주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스위스 서명식은 취소 가능성

미국은 당초 19일 스위스에서 미·이란 합의의 공식 서명식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Esmaeil Baghaei)는 양국 대통령이 이미 문서에 서명했기 때문에 스위스에서 별도 서명식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해각서가 발효됨에 따라 미국과 이란은 앞으로 60일 동안 핵 프로그램과 제재 해제, 경제지원, 역내 안보 문제를 포함한 최종 합의를 협상하게 된다.

이번 합의는 즉각적인 군사작전 중단과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을 위한 잠정적 틀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란의 핵·미사일 능력, 레바논에서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제재 해제와 3,000억 달러 재건계획의 집행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남아 있어 최종 합의까지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