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8 08:07 AM

미·이란 합의 서명에 유가 70달러 초반 급락·증시 반등

By 전재희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잠정 합의에 서명하면서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에 가까워지고 미국 증시도 반등했다.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18일 배럴당 77.06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3.13% 하락했다. 이는 전쟁 전 가격인 약 72.50달러보다 불과 몇 달러 높은 수준이다.

유가가 빠르게 내려가면서 미국 휘발유 가격도 하락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갤런당 평균 휘발유 가격은 두 달여 만에 처음으로 4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나스닥 1% 넘게 상승

유가 하락과 중동 긴장 완화 기대에 미국 증시도 상승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1.31% 오른 2만6,361.90을 기록했다. 전날 연방준비제도가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상보다 강하게 시사하면서 발생한 하락분 대부분을 되돌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02% 오른 7,495.83,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56% 상승한 5만1,782.78을 나타냈다.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
(뉴욕 증권 거래소. 자료화면)

투자자들은 반도체 기업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관련 기업 등 최근 시장을 주도해온 종목을 다시 사들이고 있다.

연준 인상 가능성 커졌지만 투자심리 유지

연방준비제도는 전날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향후 금리 인상이 금리 인하보다 더 가능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자료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이 오는 9월까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64%로 반영했다. 연준 회의 전 약 29%에서 두 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은 주식시장에 부담을 준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시장에서는 중동 전쟁이 완화되고 유가가 하락한 효과가 금리 우려보다 더 크게 작용했다.

유가 하락은 소비자의 연료비 부담을 줄이고 기업의 운송·생산 비용을 낮춰 전반적인 물가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

10년물 국채금리 4.43%로 하락

미국 국채금리도 하락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0.066%포인트 내린 4.434%를 기록했다.

전날에는 연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단기 국채금리가 급등했다. 그러나 이날은 유가 하락이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되면서 장기 국채금리가 내려갔다.

유가가 안정되면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도 시장에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기대가 유가 끌어내려

유가 하락의 핵심 배경은 호르무즈해협 통항 정상화에 대한 기대다.

미국과 이란이 서명한 양해각서는 군사작전 중단과 함께 호르무즈해협을 즉시 개방하고, 미국이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봉쇄를 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초대형 유조선 3척은 이날 원유 약 600만 배럴을 싣고 해협을 통과했다.

일부 선박도 그동안 꺼두었던 위치신호장치를 다시 켜고 해협 통과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업계는 기뢰 제거와 항로 안전 확인, 보험 문제 때문에 전쟁 이전 수준으로 물동량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원유 운송이 재개됐다는 점은 시장의 공급 불안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

전쟁 전 유가 72.50달러 수준에 근접

브렌트유는 전쟁 직전 배럴당 약 72.50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봉쇄 이후에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며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송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격을 밀어 올렸다.

그러나 미·이란 협상 진전과 해협 재개방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유가는 급격히 하락했다.

현재 브렌트유 가격은 전쟁 전 수준보다 약 4~5달러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시장이 당장의 원유 공급 차질 위험을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소비자, 주유비 부담 완화

유가 하락은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두 달여 만에 처음이다.

휘발유 가격은 미국 소비자들이 가장 자주 체감하는 물가 가운데 하나다. 가격이 내려가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고 소비심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출퇴근과 장거리 이동을 자동차에 의존하는 미국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정치적·경제적으로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유가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미국 소비자들의 여행과 소비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

스페이스X 주가는 6% 가까이 하락

대부분의 기술주가 상승한 가운데 스페이스X(SpaceX) 주가는 하락했다.

스페이스X 주가는 5.94% 떨어진 180.43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상장 이후 처음으로 주가가 하락한 데 이어 약세가 이어졌다.

스페이스X는 최근 AI 코딩기업 커서(Cursor)를 60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하는 등 AI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인수 비용과 xAI 사업의 적자, 반도체 공장과 스타링크 주파수 투자 등 막대한 자금 지출에 대한 부담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크로거 "소비자 가격 부담 여전히 커"

미국 최대 슈퍼마켓 운영업체 크로거(Kroger)의 주가도 하락했다.

크로거는 이날 시장 예상보다 나은 매출을 발표했지만, 운영비용 증가와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레그 포런(Greg Foran) 크로거 최고경영자는 "운영비용이 매출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소비자가 장바구니에 필요한 상품을 모두 담기보다 할인 중인 상품만 골라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유가가 하락하고 있음에도 식품과 생활비 전반에 대한 소비자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크로거 주가는 6%가량 하락한 58.10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안정이 연준 정책에도 변수

미·이란 합의에 따른 유가 하락은 연준의 향후 금리 결정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연준은 전날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과 AI 투자 붐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원유 가격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내려가면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

휘발유와 운송비, 항공료, 제조업 비용이 낮아지면 소비자물가 전반에도 하락 압력이 생긴다.

시장에서는 현재 9월까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반영하고 있지만, 유가가 추가로 하락하고 물가지표가 안정되면 실제 인상 전망은 다시 낮아질 수 있다.

시장, 중동 평화와 금리 사이에서 움직일 전망

이날 시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보다 미·이란 합의와 유가 하락에 더 큰 무게를 뒀다.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에 가까워지고 미국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 아래로 내려가면서, 투자자들은 전쟁이 촉발했던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위험이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합의가 아직 최종 평화협정은 아니며, 이란 핵 문제와 제재 해제, 레바논 전쟁 중단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협상이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이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향후 시장은 호르무즈해협의 실제 통항 정상화와 국제유가 흐름, 미·이란 최종 협상, 연준의 금리 판단에 따라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