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9 07:51 AM
By 전재희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Hezbollah)가 격렬한 교전 끝에 휴전을 다시 시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미국 당국자들이 밝혔다. 그러나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이 계속되면서 미국과 이란의 후속 평화협상은 연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은 19일 오후 4시부터 발효될 예정이라고 미국 당국자들이 밝혔다.
이번 합의는 미국과 이란이 전쟁 중단과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한 지 며칠 만에 나왔다. 레바논에서의 전투가 확대되면서 미국·이란 합의의 이행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미국이 휴전 복원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JD 밴스(JD Vance) 부통령이 당초 예정됐던 이란 측과의 회담을 위해 스위스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외무부도 회담이 연기됐다고 확인했다. 스위스 정부는 양측이 협상을 재개할 경우 다시 중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은 이번 회담에서 앞서 서명한 양해각서의 세부 내용을 논의하고, 60일 이내 최종 합의를 마련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잠정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공격 중단을 보장받기 전에는 협상을 시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중재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마일 바가이(Esmaeil Baghaei)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레바논 상황에 미국이 직접 책임이 있다며, 이번 사태가 역내 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1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절박한 상황에서 협상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절박해서 만난 것이 아니라 이란이 그랬다"며 "이란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60일 동안 합의 이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이란은 돈을 받지 못한다. 10센트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개된 것으로 알려진 양해각서에 최소 3,0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경제개발 계획이 포함됐다는 보도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이란에 직접 자금을 제공하거나 투자기금을 조성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란은 미국과의 최종 합의에 레바논 전쟁 종료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미·이란 양해각서에는 레바논에서 군사작전을 영구적으로 끝내고, 레바논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과 헤즈볼라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려 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에서 벗어나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열고 국제유가를 안정시키는 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오랜 동맹인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사이의 이해관계가 갈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 군 정보기관 출신인 대니 시트리노비츠(Danny Citrinowicz)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태를 "예견된 충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과 합의를 원한다면 이스라엘에 군사작전을 완전히 중단하고 레바논에서 철수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며 "네타냐후는 이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합의를 이행하려면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을 중단해야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 내부에서는 오히려 군사작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휴전 합의에 앞서 레바논에서는 심각한 교전이 벌어졌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으로 자국 군인 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레바논 전역의 헤즈볼라 관련 시설 80여 곳을 공격했으며, 헤즈볼라 대원 수십 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우리 병력이나 영토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헤즈볼라가 매우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동부 베카밸리의 지휘소 두 곳과 남부 지역의 다수 시설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영토 안쪽으로 더 깊이 진입하려 해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교전했다고 주장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남부 지역 최소 11곳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적어도 18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레바논 보건부는 사망자 가운데 전투원이 몇 명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국경을 따라 수 마일 너비의 지역을 '안보지대'라고 부르며 점령하고 있다.
조제프 아운(Joseph Aoun) 레바논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습이 휴전을 강화하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모든 노력을 사실상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레바논 정부가 포괄적인 휴전 합의를 달성하려는 의지는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바논에서의 전투는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사이의 갈등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워싱턴에서는 전쟁의 경제적 피해를 줄이고 중동 분쟁을 끝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두 정상의 최근 대화가 점점 더 적대적으로 변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건물을 그만 폭파하라"고 압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이란 양해각서는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여는 대가로 이란산 원유 판매를 허용하고, 60일 동안 최종 합의를 협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합의문에는 레바논 전투 종료와 영토 보전, 주권 보장도 포함됐다. 이 문구는 이스라엘 안보당국 내부에서 강한 비판을 받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합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정부의 일부 장관들은 헤즈볼라 공격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극우 정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Itamar Ben-Gvir) 국가안보장관은 헤즈볼라 공격 이후 강경한 보복을 촉구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소셜미디어에 "이스라엘 어머니의 눈물 한 방울마다 레바논 어머니 천 명이 울어야 한다"며 "레바논 전체가 불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 대한 존중과는 별개로 이스라엘은 자국 군인의 피와 국민의 안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의 휴전 압박에 대한 이스라엘 강경파의 불만을 보여준다.
밴스 부통령은 미국의 협상을 비판하는 이스라엘 정치인들을 향해 이스라엘이 미국 무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 국가원수 가운데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지도자는 도널드 트럼프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이스라엘 내각에 있다면 세계에 남은 유일한 강력한 동맹국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중단을 요구하면서 양국 관계가 상당히 악화됐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이 이달 초 베이루트의 헤즈볼라 거점을 공격한 이후 긴장은 계속 높아졌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사일을 발사했고, 중동 전쟁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프랑스와 카타르 등은 이스라엘에 공습 중단을 촉구하고, 미국에는 동맹국인 이스라엘에 더 강한 압력을 행사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의 마이크 허커비(Mike Huckabee) 주이스라엘 대사는 프랑스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에 공격 중단을 요구하자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그는 "이스라엘 군인 4명이 숨졌다"며 "휴전은 헤즈볼라가 총격과 살해를 멈출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을 다시 시행하기로 하면서 일단 미·이란 합의가 완전히 무산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휴전이 실제로 지켜질지는 불확실하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공격에 대응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으며,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점령과 진격이 먼저 중단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후속 협상도 레바논에서 공격이 실질적으로 멈추고 이스라엘군 철수 문제가 해결돼야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핵심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어느 정도의 압력을 가할 수 있는지,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할지, 헤즈볼라가 공격을 중단할지에 달려 있다.
이번 휴전은 미·이란 잠정합의를 유지하기 위한 긴급 조치이지만, 중동 전쟁을 끝내는 최종 해결책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