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1 10:58 PM
By 전재희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대표단이 스위스에서 진행한 첫 번째 협상을 마쳤다. 양측은 60일 이내에 최종 합의를 마련하기 위한 협상 로드맵과 레바논 교전 중단, 호르무즈해협 상선의 안전한 통행을 위한 연락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재국인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22일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회담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양측의 실무진은 이번 주 남은 기간 동안 카타르가 소유한 스위스 산악 휴양지 뷔르겐슈톡(Buergenstock)에 머물며 기술적 협상을 계속할 예정이다.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이란이 60일 이내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로드맵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또 레바논에서의 전투를 끝내기 위한 이행 장치를 마련하고,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상업용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지원하기 위한 통신 채널을 개설하기로 했다.
JD 밴스(JD Vance) 미국 부통령은 21일 이란 대표단과 고위급 협상을 시작했다.
이번 회담은 미국과 이란이 지난주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진행됐다.
해당 양해각서는 지난 4월 시작된 불안정한 휴전을 최소 60일 연장하고, 이 기간 최종 평화합의를 협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협상은 일요일 밤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란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위협 발언이 공개된 뒤 이란 대표단이 직접 회의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카타르와 파키스탄 중재자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측 외교관은 이란 대표단이 협상장을 떠난 것은 아니며 밤늦게까지 현지에서 협상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미국 외교관은 "호르무즈해협과 레바논, 핵 문제, 양해각서 이행의 세부사항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압바스 아락치(Abbas Araqchi) 이란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원유와 석유화학제품 수출에 대한 미국의 제재 면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동결자산의 해제와 이란 재건·경제개발 계획의 시작에도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백악관은 고위급 회담 종료와 이란 측이 발표한 경제조치에 대해 즉각적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이란 측이 핵 문제에 관한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려면 양해각서의 다른 조항들이 먼저 이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요구한 선행 조치에는 동결자산 해제와 이란산 원유 수출을 허용하는 미국의 제재 면제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공식적으로 시작되기 직전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폐쇄하려 할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관계자들에게 해협을 다시 닫으려 할 경우 "나라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을 직접 장악하고 통행료를 부과할 가능성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세계적인 경제공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란과 양해각서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급등했던 국제유가는 최근 잠정 합의와 협상 진전으로 하락했다.
카타르와 파키스탄의 공동성명이 발표된 뒤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1달러 이상 추가 하락해 79.44달러를 기록했다.
타스님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 발언이 공개된 뒤 이란 대표단이 미국 측이 있는 회의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다만 양측은 파키스탄과 카타르 중재자를 통해 메시지를 계속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협상에 참여한 미국 외교관은 "이란 대표단은 떠나지 않았으며 여전히 현지에서 밤늦게까지 회의와 협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란과 미국이 직접 대화를 중단했는지, 일시적으로 간접 협상 방식으로 전환했는지를 두고 양측의 설명이 엇갈렸다.
이번 협상은 카타르 중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호르무즈해협 문제는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였다.
미국 외교관은 회담에서 이란 측의 상반된 해협 관련 메시지를 명확히 하고, 해협이 완전히 개방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충돌 방지 장치를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이 레바논에서의 휴전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말 동안 해협의 선박 통행을 다시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란이 약 4개월 동안 해협 통행을 제한하면서 세계 에너지 공급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차질이 발생했다.
그러나 해협이 실제로 완전히 폐쇄됐는지를 두고는 이란과 미국의 주장이 엇갈렸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21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5척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관측된 26척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다만 일부 선박이 페르시아만을 운항하면서 위치정보 송신 장치를 끄는 경우가 있어 실제 통항 선박 수는 집계보다 많을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은 이번 협상에서 상선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직접 연락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해당 연락망은 양측의 군사적 오판을 막고, 선박 공격이나 해협 봉쇄 여부를 신속하게 확인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에서의 전투 중단도 미·이란 양해각서의 주요 조건이다.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이 레바논 전투를 끝내기 위한 이행 장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감시기구나 절차가 마련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레바논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Hezbollah)를 상대로 공습을 계속하고 있으며, 헤즈볼라도 이스라엘군을 향해 공격을 이어왔다.
이란은 미국이 레바논에서의 전투 중단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양해각서 위반을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합의 당사자가 아니며, 자국군과 영토에 대한 위협에는 계속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밴스 부통령은 스위스 회담에서 레바논의 폭력사태가 협상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해 설명했다.
그는 레바논에서 적대행위를 끝내기 위한 진전이 있었다며 "이런 일들은 언제나 조금 복잡하게 진행된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국민의 관계를 새롭게 바꾸기 위해 협상단에 새로운 출발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헤즈볼라를 통제하지 않으면 이란을 다시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은 레바논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고액 지원 대리세력을 즉시 중단시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난주보다 더 강하게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레바논에서는 최근 며칠과 비교해 큰 규모의 교전이 보고되지 않았다.
앞서 이틀 동안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공습과 헤즈볼라의 이스라엘군 공격이 이어진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로이터 기자들은 레바논 남부에서 미·이란 양해각서 서명 이후 가장 많은 차량이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피란했던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도로에 차량 행렬이 형성됐고, 일부 주민들은 도로변에서 헤즈볼라 깃발을 흔들었다.
이스라엘이 지난 3월 헤즈볼라를 추격한다는 명분으로 레바논에 진입한 이후 100만 명이 넘는 주민이 집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란은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최종 핵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양측은 이번 주 실무협상을 통해 핵 프로그램과 농축우라늄 처리, 제재 해제, 동결자산, 원유 수출, 재건계획의 세부 이행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란은 원유 수출 면제와 일부 자산 해제 등 미국 측의 초기 의무가 이행돼야 핵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의 완전한 개방과 레바논 휴전,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60일 이내 최종 합의를 위한 로드맵이 마련됐지만, 양측이 구체적인 이행 순서와 검증 방식에 합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최종 합의를 체결한 것이 아니라, 후속 협상을 계속하기 위한 절차와 주요 현안별 연락체계를 마련한 첫 단계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