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1 11:18 PM

콜롬비아 대선서 우파 델라에스프리엘라 초접전 승리... 득표율 49.66%

By 전재희

콜롬비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우파 후보 아벨라르도 델라에스프리엘라(Abelardo De La Espriella)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콜롬비아 선거당국이 21일 발표한 개표 결과에 따르면 델라에스프리엘라는 49.66%를 득표했다. 좌파 후보인 이반 세페다(Iván Cepeda) 상원의원은 48.70%를 얻었다.

두 후보의 득표 차이는 약 25만 표로, 격차는 1%포인트에도 미치지 못했다.

개표 대상의 거의 100%가 집계됐지만 콜롬비아 법에 따른 최종 검증 절차는 아직 진행 중이다.

세페다 후보는 일부 투표소의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며 표별 검증이 끝날 때까지 최종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지지 받은 치안 강화 공약

델라에스프리엘라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받았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범죄와 무장단체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경제를 회복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델라에스프리엘라는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현 대통령의 집권 기간 무장단체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경제와 치안 상황이 악화됐다고 비판했다.

우파 델라에스프리엘라 콜롬비아 대통령 당선
(우파 델라에스프리엘라 콜롬비아 대통령 당선. 당선인 Instagram )

그는 반군과 범죄조직을 상대로 진행해온 평화협상을 중단하고, 석유·가스 산업을 확대하며 세금을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 조직의 규모도 최대 40%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페트로 정부가 시행한 최저임금 23% 인상과 일부 인기 사회정책은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모든 콜롬비아 국민을 위해 통치"

델라에스프리엘라는 북부 해안도시 바랑키야(Barranquilla)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나에게 투표한 국민과 다른 후보를 선택한 국민 모두를 위해 통치하겠다"며 모든 시민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델라에스프리엘라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축하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콜롬비아뿐 아니라 미국과 이탈리아 시민권도 보유하고 있으며 여러 나라에 주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경제단체들도 그의 승리를 축하했다.

콜롬비아·미국상공회의소와 광업협회, 은행협회 등은 성명을 통해 델라에스프리엘라의 당선을 환영했다.

보고타와 메데인 일부 중산층·부유층 지역에서는 지지자들이 국기를 흔들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불꽃놀이를 했다.

세페다 "최종 검증 기다릴 것"

세페다는 보고타에서 열린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최종 검표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그의 선거운동본부는 전체 약 12만2,000개 투표함 가운데 약 3만3,000개의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세페다는 자신의 지지층이 여전히 중요한 정치세력이며 향후 국정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존중과 진정성을 갖추고 국가에 도움이 되며 이미 이룬 역사적 진전을 지키는 정치적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합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콜롬비아 법에 따라 공증인과 판사들이 감독하는 최종 검증 개표가 필요하다.

21일 밤 기준 해당 절차는 거의 마무리 단계였지만, 최종 결과가 잠정 집계와 일치하는지는 즉시 확인되지 않았다.

세페다, 페트로 정부 정책 계승 공약

세페다는 콜롬비아 최초의 좌파 대통령인 페트로 정부의 주요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빈곤층을 위한 국가연금 지급과 노동조합이 지지하는 노동개혁, 신규 석유개발사업 중단, 무장단체와의 평화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63세인 세페다는 암살된 공산주의 지도자의 아들이다.

델라에스프리엘라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세페다와 페트로가 범죄자들과 가까운 관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페다는 관련 주장에 증거가 없다며 부인했다.

페트로 정부도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코카인을 압수했다고 반박해왔다.

분열된 의회가 새 정부의 과제

델라에스프리엘라는 취임 후 분열된 의회를 상대해야 한다.

세페다가 소속된 역사적협약당(Historic Pact)은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가장 많은 의석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어느 정당도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델라에스프리엘라와 세페다의 득표 차이가 1%포인트 미만인 만큼, 새 대통령이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일부 공약을 조정하고 야당과 타협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규모 축소와 세금 인하, 석유·가스 산업 확대 등 주요 정책은 의회의 동의 없이는 추진하기 어렵다.

높은 공공부채와 경제 문제도 부담

델라에스프리엘라는 높은 공공부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는 스스로를 사업가로 소개해왔지만, 콜롬비아 매체 라시야바시아(La Silla Vacía)의 조사에 따르면 그가 운영했던 여러 기업은 이미 해산됐거나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는 그의 기업들이 2024년 전체적으로 손실을 기록했으며, 법률회사가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었다고 보도했다.

델라에스프리엘라는 정치 경험이 없는 변호사 출신으로, 이번 선거를 통해 처음으로 주요 공직에 진출하게 됐다.

치안 문제가 표심에 영향

치안은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최근 갈취와 마약 밀매가 늘어난 지역에서는 델라에스프리엘라의 강경 대응 공약이 높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반군과 범죄조직에 대한 협상을 중단하고 군과 경찰의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세페다 지지자들은 강경한 군사 대응이 콜롬비아를 다시 장기적인 무력충돌로 몰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콜롬비아에서는 좌익 게릴라와 과거 우익 준군사조직에서 파생된 범죄단체들이 60년 넘게 정부 및 서로를 상대로 충돌해왔다.

피해자 가족 "차이가 계속되는 나라"

세페다 지지자인 마르가리타 레스트레포(Margarita Restrepo)는 보고타 행사장에서 실종된 딸의 사진을 목에 걸고 있었다.

그의 딸 카롤 바네사 레스트레포(Carol Vanessa Restrepo)는 2002년 알바로 우리베(Álvaro Uribe) 전 대통령이 명령한 치안작전 도중 실종됐다.

우리베 전 대통령은 세페다의 오랜 정치적 대립자이자 델라에스프리엘라의 지지자다.

레스트레포는 "나도 피해자지만 콜롬비아에는 많은 피해자가 있다"며 "불행히도 차이가 계속되는 나라에서 원한이 다시 승리했다"고 말했다.

우파 집권 이어지는 중남미

콜롬비아의 선거 결과는 최근 중남미에서 나타난 우파 정치세력의 상승 흐름과 맞물려 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 코스타리카, 볼리비아, 에콰도르에서는 가장 최근 선거를 통해 우파 대통령이 선출됐다.

페루에서는 지난 7일 치러진 대통령선거의 개표가 계속되는 가운데 보수 후보 게이코 후지모리(Keiko Fujimori)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지모리는 인권침해 혐의로 16년간 복역한 알베르토 후지모리(Alberto Fujimori) 전 대통령의 딸이다.

그는 세 차례 대선 패배 뒤 다시 대통령직에 도전했다.

변호사 경력 둘러싼 공방

세페다는 델라에스프리엘라가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우익 준군사조직 및 부패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을 변호했다는 점을 비판했다.

해당 인물 가운데에는 미국에서 축출된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위해 돈세탁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 알렉스 사브(Alex Saab)도 포함됐다.

델라에스프리엘라는 변호사로서 의뢰인을 대리한 것일 뿐, 의뢰인의 행위에 공모하거나 범죄에 가담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의 법률 활동을 둘러싼 논란은 선거운동 기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트럼프 공개 지지에 미국 내 비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콜롬비아 대선 결과가 미국과 콜롬비아의 미래 관계에 매우 중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는 페트로 대통령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충돌했으며, 델라에스프리엘라를 지지했다.

미국 민주당 소속 일부 연방의원들은 현직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의 대통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을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남미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미국은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했으며, 마약 운반선이라고 주장한 카리브해 소형 선박들을 공격했다. 다만 일부 공격에서는 마약 밀매 혐의에 대한 증거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파 지도자들이 마약 밀매에 공동 대응하는 군사동맹인 '아메리카의 방패(Shield of the Americas)'도 창설했다.

2,630만 명 투표... 무효·백지표 42만7,000표

이번 대선에는 투표권을 가진 약 4,140만 명 가운데 2,63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선거당국에 따르면 약 42만7,000명의 유권자가 백지표를 제출했다.

콜롬비아에서 백지표는 일반적으로 모든 후보에 대한 항의 표시로 해석된다.

델라에스프리엘라가 잠정 집계에서 승리했지만, 최종 검증 결과와 세페다 측의 이의 제기 처리 여부가 남아 있다.

최종 결과가 확정되면 델라에스프리엘라는 높은 공공부채와 치안 악화, 무장단체 문제, 분열된 의회를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