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2 06:57 AM

미·이란 스위스 회담서 "고무적 진전"... 60일 내 최종합의 로드맵 마련

By 전재희

미국과 이란이 스위스에서 열린 첫 번째 고위급 회담에서 최종 평화합의를 위한 60일 협상 로드맵에 합의했다고 중재국인 파키스탄과 카타르가 밝혔다.

양측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투를 중단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의 안전을 지원하기 위한 통신 채널도 개설하기로 했다.

다만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레바논 휴전 이행, 미국의 대이란 위협 발언을 둘러싼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파키스탄과 카타르는 22일 공동성명을 통해 스위스 뷔르겐슈톡(Buergenstock)에서 열린 미·이란 고위급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발표했다.

샤바즈 샤리프(Shehbaz Sharif) 파키스탄 총리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회담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고무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60일 안에 지속 가능한 합의 추진

미국과 이란은 지난주 체결한 잠정 양해각서에 따라 최소 60일 동안 휴전을 연장하고, 그 기간 안에 전쟁을 끝내기 위한 최종 합의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21일 시작돼 22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파키스탄과 카타르는 양측이 60일 안에 지속 가능한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로드맵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JD 밴스 부통령
(JD 밴스 부통령. 자료화면)

구체적인 협상 일정과 각 단계별 이행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의 실무진은 이번 주 남은 기간 동안 스위스에 머물며 기술적 협상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란 학생통신 ISNA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Mohammad Baqer Qalibaf)를 포함한 이란 고위급 협상단은 회담을 마친 뒤 테헤란으로 출발했다.

밴스 "이란 국민과 관계 새롭게 바꾸라는 지시"

미국 대표단은 JD 밴스(JD Vance) 부통령이 이끌었다.

밴스 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국민의 관계를 새롭게 전환하라고 협상단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레바논에서 적대행위를 끝내기 위한 진전도 있었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레바논 휴전 과정에 대해 "이런 일은 언제나 조금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이란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Hezbollah) 간 전투를 중단하기 위한 이행 장치를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다만 해당 장치의 감시 방식과 위반 발생 시 대응 절차는 공개되지 않았다.

호르무즈해협 상선 안전 위한 연락망 개설

호르무즈해협 문제도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양측은 상업용 선박이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통신 채널을 개설하기로 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란의 해협 봉쇄와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 조치가 이어지면서 국제 원유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유가도 급등했다.

그러나 지난주 잠정 합의가 체결된 뒤 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에 가까워졌다.

22일 공동성명이 발표된 이후에도 국제유가는 추가로 하락했다.

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80달러 아래에서 거래됐다.

이란 "원유 수출 면제와 동결자산 해제 확보"

압바스 아락치(Abbas Araqchi) 이란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원유와 석유화학제품 수출에 대한 미국의 제재 면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동결자산의 해제와 이란 재건·개발계획의 시작에도 합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이란 측이 발표한 원유 수출 면제와 동결자산 해제의 구체적인 범위에 대해 즉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란은 핵 문제에 관한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미국이 양해각서에 포함된 경제적 조치를 먼저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이란 대표단이 동결자산 해제와 이란산 원유 수출을 허용하는 미국의 제재 면제를 핵협상의 선행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해협 관련 위협으로 회담 긴장

회담이 공식적으로 시작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폐쇄하려 할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관계자들에게 해협을 다시 닫으려 하면 "나라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을 직접 장악하고 통행료를 부과할 가능성도 다시 언급했다.

타스님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된 뒤 이란 대표단이 미국 측이 있는 협상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양측은 파키스탄과 카타르 중재자를 통해 메시지를 계속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이 최종적으로 공동 로드맵 합의로 마무리된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협상 자체가 중단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레바논 교전 이유로 해협 다시 통제

미·이란 잠정 합의에는 호르무즈해협 재개방과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이 레바논에서 전투를 중단시키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지난 주말 해협의 선박 통행을 다시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21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5척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관측된 26척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다만 일부 선박은 페르시아만을 운항하면서 위치정보 송신 장치를 끄기 때문에 실제 통항 선박 수가 집계보다 많을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개설하기로 한 통신 채널은 해협 통항 상황을 확인하고 양측 간 군사적 오판을 막는 데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 교전은 21일부터 감소

레바논에서는 20일 밤 이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폭력사태가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 보안 소식통들은 이스라엘의 마지막 공습이 20일 저녁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는 헤즈볼라가 이란을 지원한다며 지난 3월 2일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이후 가장 긴 교전 중단으로 전해졌다.

다만 베이루트 상공에서는 이스라엘 무인기의 비행 소리가 들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긴장 완화를 반영해 22일 오전 6시부터 레바논 국경 인근 8개 지역에 적용했던 안전 제한조치를 해제했다.

레바논 대통령, 밴스·카타르 총리와 휴전 논의

조제프 아운(Joseph Aoun) 레바논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과 카타르 총리, 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 백악관 특사와 전화통화를 했다.

레바논 대통령실은 이들이 휴전을 유지하고 이스라엘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츠하크 헤르조그(Isaac Herzog)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란전쟁을 외교적으로 끝내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란이 합의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역내 무장세력을 지원하는 데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미·이란 합의의 직접 당사자는 아니지만, 레바논 휴전과 이란의 자금 사용 문제는 최종 합의의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고위급 합의 이후 실무협상 계속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이란이 최종 평화협정에 서명한 것은 아니다.

양측은 60일 내 최종 합의를 추진하기 위한 협상 로드맵과 레바논 교전 중단 장치, 호르무즈해협 상선 안전을 위한 연락망에 합의했다.

핵 프로그램과 농축우라늄 처리, 미사일 문제, 제재 해제, 동결자산 반환, 원유 수출, 재건계획의 구체적인 이행 방식은 후속 실무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중재국들은 이번 회담에서 "고무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지만, 이란의 해협 통제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위협, 레바논 휴전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종 합의 성사 여부는 양측이 이번에 마련한 로드맵에 따라 경제적·군사적 의무를 실제로 이행하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