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3 07:19 AM

트럼프 "이란, 장기 핵사찰에 합의"... 테헤란은 부인

By 전재희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장기간 최고 수준의 핵사찰을 받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스위스 회담에서 핵 문제에 관한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지 않았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복귀에도 합의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미국과 이란은 동결 해제되는 이란 자산의 사용 방식에 대해서도 상반된 설명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자금이 미국산 식품과 의약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란은 자국 자산의 사용처는 이란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엇갈린 발표는 3개월 넘게 이어진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지만, 핵사찰과 제재 해제 등 핵심 사안에서는 아직 합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트럼프 "최고 수준 핵사찰, 먼 미래까지 합의"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먼 미래까지 최고 수준의 핵사찰을 받는 데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찰 기간을 강조하며 "무한대"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관련 합의를 부인하는 데 대해 "항의와 거짓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JD 밴스(JD Vance) 미국 부통령도 스위스 뷔르겐슈톡에서 열린 회담이 최종 합의의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란이 핵사찰단의 자국 복귀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란 "핵사찰 합의한 적 없다"

이란은 미국 측 발표를 부인했다.

에스마일 바가이(Esmail Baghaei)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 대표단이 스위스에서 라파엘 그로시(Rafael Grossi) IAEA 사무총장과 회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으로 손상된 이란 핵시설을 IAEA가 사찰하도록 할 계획도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이란은 카타르와 파키스탄의 중재로 열린 첫 고위급 회담에서 핵 프로그램에 관한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란 측은 잠정 합의에 포함된 미국 측 의무가 먼저 이행된 뒤에야 핵 문제와 IAEA의 역할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란 "선행 조건 5개 먼저 이행해야"

알리 바흐레이니(Ali Bahreini) 제네바 주재 이란 유엔대사는 스위스 회담에서 "좋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며칠 안에 두 개의 실무그룹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실무그룹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를, 다른 실무그룹은 이란의 핵 활동을 다룰 예정이다.

다만 바흐레이니 대사는 잠정 합의에 포함된 5개 항목이 완전히 이행된 이후에야 핵 문제와 IAEA의 역할에 관한 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5개 항목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번 발언에서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

이란은 그동안 원유 수출 제재 면제와 동결자산 해제, 레바논 전투 중단 등을 핵협상 개시 전 미국이 이행해야 할 조치로 제시해왔다.

미국, 8월 21일까지 이란산 원유 제재 면제

미 재무부는 이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의 첫 단계로 8월 21일까지 60일간 적용되는 제재 면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해당 기간 원유와 관련 석유제품을 판매하고 대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이란이 스위스에서 첫 고위급 회담을 마친 뒤 시행됐다.

양측은 지난주 체결한 잠정 평화합의에 따라 60일 안에 최종 합의를 마련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란은 원유 판매 재개와 제재 완화를 핵 문제에 관한 본격적인 협상의 선행 조건으로 요구해왔다.

트럼프 "동결자산으로 미국산 식품·의약품 구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에 따라 동결 해제되는 이란 자산이 에스크로 계좌에 보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당 자금으로 미국산 식품과 의약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매 대상에 미국 농민들이 생산한 옥수수와 밀, 대두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측은 미국이 동결 해제 자산의 사용처를 결정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바흐레이니 대사는 "동결 해제되는 이란 자산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란만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국가가 해당 자금의 사용 결정이나 집행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양측은 동결 해제될 자산의 규모와 보관 방식, 사용 제한 여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공동 발표를 내놓지 않았다.

핵협상 놓고 양측 설명 엇갈려

미국은 이란이 핵사찰단 복귀와 장기적인 검증체제에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아직 핵 문제에 관한 실질적인 협상 자체가 시작되지 않았으며, IAEA 사찰 재개에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첫 공습 이후 IAEA의 핵시설 접근을 제한했다.

올해 전쟁이 시작된 뒤에는 사찰을 전면 중단했다.

이란은 자국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고농축우라늄과 핵시설을 이용해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레바논 휴전 장치·호르무즈 연락망 마련

미국과 이란은 22일 스위스 회담에서 레바논 전투를 끝내기 위한 이행 장치에 합의했다.

양측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상업용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지원하기 위한 통신 채널도 개설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항로다.

이란이 전쟁 기간 해협을 봉쇄하면서 국제유가와 물가가 크게 상승했고, 미국은 이에 대응해 이란 항구를 봉쇄했다.

잠정 합의 이후 유가는 하락했으며, 23일에도 국제 원유가격은 추가로 떨어졌다.

호르무즈해협 선박 통행 증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과 상선의 운항은 22일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다만 이란과 오만은 공동성명에서 향후 해협 이용에 일정한 비용이 부과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두 나라는 해협의 항행 관리와 제공되는 서비스, 관련 비용을 논의할 공동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란과 오만은 어떤 합의도 양국의 주권과 주권적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선박에 어떤 비용을 부과할지, 이것이 기존 국제항행 규칙과 어떻게 조정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레바논 휴전 유지됐지만 사망자 발생

레바논 남부에서는 21일부터 휴전이 대체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레바논 민방위 당국과 국영언론은 23일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2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해당 사건이 휴전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안보지대를 유지하고 이스라엘군과 민간인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군사행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측은 레바논 문제가 미·이란 잠정 합의의 명백한 구성 요소이며, 합의에는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남부 레바논의 안보지대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레바논, 워싱턴서 추가 회담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23일 워싱턴에서 새로운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주요 의제는 휴전 유지와 이스라엘군의 주둔 문제, 레바논 남부의 안보체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내 헤즈볼라 공격으로 수천 명이 숨지고 수백만 명이 피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제재 완화와 동결자산 해제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군사 프로그램이나 역내 무장세력 지원에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자국 자산과 수입의 사용처를 외부 국가가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쟁·유가 상승, 트럼프에게 정치적 부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전쟁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전쟁 이후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미국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란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쇄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잠정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에너지 가격 부담은 줄어들고 있지만, 이란의 핵시설과 농축 능력에 대한 최종 합의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핵사찰·자산 사용 조건, 후속 협상서 확인 필요

현재 미국과 이란이 공동으로 확인한 내용은 제재 면제와 후속 실무그룹 구성, 레바논 교전 중단 장치, 호르무즈해협 통신 채널 등이다.

그러나 핵사찰 재개 여부와 사찰 기간, 대상 시설, 동결자산의 사용 제한에 대해서는 양측이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장기간 최고 수준의 핵사찰에 합의했다고 주장한다.

이란은 핵협상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며 IAEA 사찰단 복귀에도 합의하지 않았다고 부인한다.

따라서 핵사찰과 자산 사용 조건에 관한 실제 합의 여부는 앞으로 구성될 실무그룹의 협상 결과와 양측의 공동문서를 통해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