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5 12:10 PM
By 전재희
이란 혁명수비대가 25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던 싱가포르 국적 화물선을 공격하면서 미국과 이란이 지난주 체결한 해협 재개방 합의가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고위 당국자 2명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싱가포르 선적 화물선 '에버 러블리(Ever Lovely)'를 공격했다.
영국 해사무역작전기구(UKMTO)는 공격으로 선박의 선교가 파손됐지만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격은 오만 해안 인근에서 발생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이 선박들에 대해 이란이 승인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한 지 수시간 만이었다.
에버 러블리는 공격 당시 국제해사기구(IMO)가 지정한 항로를 따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고 있었다.
선박 추적자료와 인근 선박 승무원들에 따르면 에버 러블리를 포함한 선박 4척은 오만 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IMO 지정 항로를 이용했다.
에버 러블리는 이들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항해하며 선두에 있었다.
함대에 있던 선원들은 이란 해군이 무전으로 사전 경고를 하거나 선박들에 회항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혁명수비대는 앞서 IMO 지정 항로를 이용한 해협 통과 시도가 "용납할 수 없고 전적으로 위험하다"며 모든 선박이 이란 측과 조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UKMTO는 이번 공격으로 에버 러블리의 선교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선교는 선박의 항해와 통신, 운항 통제를 담당하는 핵심 구조물이다.
다만 선원 사망이나 부상 등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선박이 공격 이후 자체 동력으로 운항할 수 있었는지, 추가 지원을 요청했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에버 러블리의 소유주인 싱가포르의 에버그린 마린 아시아(Evergreen Marine Asia)는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IMO는 공격 발생 이후 페르시아만에 갇힌 선박들을 이동시키기 위한 대피작전을 일시 중단했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Arsenio Dominguez) IMO 사무총장은 공격을 고려해 대피 명단에 포함된 선박과 지역 내 다른 선박들에 대한 안전보장이 여전히 유효한지 재확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IMO는 지난 23일 이란과 오만, 다른 연안국, 미국과 협력해 페르시아만에 갇힌 수백 척의 선박을 위한 대피항로를 조율하고 있다고 선사들에 통보했다.
다만 IMO는 공격받은 에버 러블리가 공식 대피체계에 따라 이동한 선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60일간의 잠정합의는 이란이 상업용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대가로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해제했다.
미국은 이번 주 이란산 원유 판매에 대한 제재도 면제하고, 이란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원유 판매대금을 달러로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번 공격은 이란이 합의에 따른 안전통행 의무를 실제로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를 둘러싼 의문을 제기했다.
백악관은 공격과 이번 사건이 합의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통행량은 이번 주 들어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선박 추적업체들의 추산에 따르면 24일에는 약 70~80척이 해협을 통과했다.
이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Kpler)는 이날 70척이 해협을 건넜으며, 이는 전날의 두 배가 넘는 규모라고 밝혔다.
수개월 동안 이란의 공격 가능성과 미국의 항구 봉쇄로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극소수에 그쳤지만, 잠정합의 이후 선사들이 다시 항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란은 현재까지 호르무즈해협이 공식적으로 다시 열렸다고 확인하지 않았다.
이란은 지난 주말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사이의 전투가 재개되자 해협을 다시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레바논 전투 중단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이행되기 위한 조건 가운데 하나다.
이란은 6월 12일 유조선을 공격한 이후 이번 사건 전까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을 공격하지 않았다.
6월 12일 공격은 미국과 이란이 해협 재개방을 위한 잠정합의를 체결하기 며칠 전에 발생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25일 공식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IMO가 승인한 남쪽 항로를 이용하던 유조선 3척에 회항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해상정보업체 윈드워드(Windward)는 이날 선박 5척이 방향을 돌렸다고 보고했다.
이란은 모든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기 전에 자국과 운항을 조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IMO가 마련한 항로는 오만 해안을 따라 이동하도록 설계돼 이란의 직접 통제에서 벗어난 통행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번 충돌은 해협 항행을 누가 관리하고 어떤 항로를 승인할 것인지를 둘러싼 이란과 국제기구의 입장 차이를 보여준다.
에버 러블리는 공격 전 이라크 움카스르항에서 화물을 싣고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었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이 선박은 100일 넘게 페르시아만에 갇혀 있었다.
선박은 25일 오전 현지시간으로 호르무즈해협 입구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간대에 다른 선박 3척도 함께 해협 통과를 시도했다.
이들 선박은 국제사회가 마련한 항로를 따라 오만 해안에 가까이 붙어 항해했다.
인근 선박의 승무원들은 에버 러블리를 포함한 선박들에 이란 해군의 사전 무전 경고가 없었다고 밝혔다.
선박들은 회항 명령도 받지 못한 채 항해를 계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나 수단을 사용해 에버 러블리를 공격했는지는 기사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당국자들은 공격 주체를 혁명수비대로 지목했지만, 이란은 이번 공격에 대해 즉각 공식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공격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항구 봉쇄를 해제하고 원유 제재를 한시적으로 면제한 이후 발생한 첫 중대한 해상안보 사건이다.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허용하고 달러 결제까지 가능하게 하면서 해협의 상업 통행을 정상화하려 했다.
이란은 그 대가로 상선의 안전한 통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혁명수비대가 국제기구가 지정한 항로를 이용하던 상선을 공격하면서 양측이 합의 내용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란은 해협 통행이 자국의 승인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과 IMO는 국제적으로 조정된 항로를 통한 선박 이동을 추진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송의 핵심 통로다.
상선 한 척에 대한 공격도 해상보험료와 운임을 높이고 선사들의 항해 결정을 위축시킬 수 있다.
이번 주 통행량 증가는 선사들이 잠정합의 이후 해협의 안전이 개선됐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그러나 공격 직후 IMO가 대피작전을 중단하면서 해협을 통과하려던 다른 선박들도 다시 운항을 연기하거나 회항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윈드워드는 이날 최소 5척이 방향을 돌렸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선박 공격을 넘어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잠정 종전합의의 이행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이 될 전망이다.
미국이 이번 공격을 합의 위반으로 판단해 원유 제재 면제나 항구 봉쇄 해제를 재검토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이 공격 사실을 인정하고 경위를 설명할지, 국제적으로 조정된 항로를 허용할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해협의 안정적인 재개방을 위해서는 이란과 오만, 미국, IMO가 선박 통행항로와 안전보장 방식에 대해 명확한 공통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