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6 11:18 PM

미국, 이란 미사일·드론 시설 보복 공습... "휴전은 유지"

By 전재희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던 상선에 대한 이란의 드론 공격에 대응해 26일 이란 내 군사시설을 공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미군 항공기가 이란의 미사일·드론 저장시설과 해안 레이더 기지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이란이 전날 싱가포르 선적 화물선 '에버 러블리(Ever Lovely)'를 자폭형 드론으로 공격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미군은 설명했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주 60일간의 휴전과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에 합의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양측의 직접적인 군사충돌이 다시 발생하면서 합의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미군 "상선 공격에 대한 강력한 대응"

미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미군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던 상선에 대한 전날 공격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6월 26일 이란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CENTCOM X
(미 중부사령부 X, CENTCOM X)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이란은 25일 오만 해안을 따라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가던 에버 러블리를 자폭형 공격 드론으로 공격했다.

미군은 이에 대응해 이란의 미사일·드론 저장시설과 해안 레이더 시설을 공습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번 공격이 상선 공격에 대한 보복에만 국한됐으며 미국과 이란의 휴전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시리크 통신탑 피격

이란 국영언론은 호르무즈해협과 마주한 항구도시 시리크(Sirik)의 통신탑이 발사체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시리크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기지가 있다.

미국 당국자들은 에버 러블리를 공격한 주체도 혁명수비대라고 밝혔다.

미국이 공습한 시설의 피해 규모와 사상자 발생 여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혁명수비대 "강력히 대응할 것"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의 공격 이후 추가 대응을 예고했다.

혁명수비대는 "새로운 어리석은 행동에는 역내 침략자들의 환상을 산산조각 낼 강력한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응 시점이나 공격 대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란이 미국이나 역내 미군기지, 상선에 다시 공격할 경우 양측의 제한적인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 "그들이 공격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공습에 앞서 기자들에게 에버 러블리 공격을 언급하며 "그들이 공격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란이 60일 휴전 합의를 위반할 경우 전쟁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합의에는 미국과 이란이 서로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호르무즈해협에서 상업 선박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트럼프 "이란 드론 4대 발사... 3대 격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전날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을 향해 최소 4대의 자폭형 드론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군이 이 가운데 3대를 격추했으며 나머지 1대가 화물선에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명백히 어리석은 휴전 합의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에버 러블리 공격으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선박은 공격 이후에도 계속 항해했다.

해협 통행 놓고 미국·이란 충돌

이번 충돌의 배경에는 호르무즈해협의 통항 방식과 관리 권한을 둘러싼 미국·이란 간 이견이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들에게 오만 해안을 따라 지나가는 남쪽 항로를 이용하도록 권고했다.

이 항로는 미국과 오만의 지원을 받아 운영됐다.

그러나 이란 혁명수비대는 선박들이 이란과 사전 조율하지 않고 IMO 항로를 이용할 경우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선박들이 라라크섬 북쪽의 이란 해안 인근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당신은 내 미사일 사정권 안에 있다"

해운업체가 해상보안회사에 제공한 무선통신 기록에 따르면 혁명수비대 해군 장교는 25일 한 선박 선장에게 라라크섬 북쪽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이란 측 장교는 "돌아가 라라크섬 북쪽으로 가라"며 "당신은 내 미사일 사정권 안에 있다"고 말했다.

선장은 이미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지만 다시 돌아가겠다고 답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이 지정한 항로를 이용하지 않는 선박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이란 "모든 선박, 테헤란에 사전 통보해야"

카젬 가리바바디(Kazem Gharibabadi) 이란 외무차관은 26일 모든 선박이 해협을 건너기 전에 이란에 통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신뢰할 수 있는 어떤 체계도 이란과의 조율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그렇지 않으면 IMO가 지정한 병행 항로의 운항이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최종 합의에 호르무즈해협에서 자유로운 무역과 선박 통행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호르무즈해협 통행 다시 급감

상선 공격과 미국의 보복 공습 이후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선박 수는 다시 감소했다.

선박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해협 통과 선박은 24일 70척에서 25일 54척으로 줄었다.

26일 정오 무렵까지 해협을 건넌 선박은 14척에 그쳤다.

IMO는 이날 오전 15척이 해협을 통과했으며, 이 가운데 11척이 IMO가 지원하는 남쪽 항로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IMO는 에버 러블리 공격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페르시아만에 갇힌 선박들의 대피작전을 중단했다.

LNG 운반선도 항로 변경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번 주말 카타르에서 액화천연가스를 선적할 예정이었던 마셜제도 선적 LNG 운반선도 26일 해협 진입 직전 방향을 바꿨다.

해당 선박은 현재 오만만으로 돌아간 상태다.

영국 해상보안업체 넵튠 P2P그룹의 크리스 롱(Chris Long) 정보담당 이사는 "오늘 많은 선박이 통과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격으로 선사들이 항해를 멈추고 상황을 다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우호국 선박은 계속 통과

대형 국제 해운회사들은 호르무즈해협 운항을 줄이고 있지만 이란과 우호적인 국가의 국기를 단 선박들은 계속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상보안업체 뱅가드테크의 엘리 샤피크(Ellie Shafik) 정보담당 이사는 선박의 국적과 이란과의 관계에 따라 통행 위험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란이 모든 상선을 동일하게 차단하기보다 자국이 승인하거나 우호적으로 판단한 선박의 통행을 선택적으로 허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보험료·운임 다시 오를 가능성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잭 케네디(Jack Kennedy)는 이번 공격이 선사와 보험사에 호르무즈해협의 위협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위험 수준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협의 안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전쟁위험 보험료와 선박 운임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

선사들이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중단하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합의에는 해협 관리 협상도 포함

미국과 이란이 지난주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르면 양측은 상호 공격과 해협 봉쇄를 중단하고, 이후 60일 동안 이란 핵 프로그램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란은 전쟁 기간 상선 공격으로 중단된 해협 통행을 재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

다만 합의문에는 향후 해협 관리 방식이 이란과 남쪽 해안을 관할하는 오만의 협상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란은 이를 근거로 선박 통행에 대한 자국의 승인과 관리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

이란, 선박 통행 수입 요구

최종 합의를 둘러싼 정치적 쟁점도 남아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에서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최종 합의에 관련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해협을 국제 상선이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핵 프로그램 해체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란이 만족해야 안전보장 가능"

해운 컨설팅업체 베스푸치마리타임의 라르스 옌센(Lars Jensen) 최고경영자는 선사들이 항해를 재개하려면 안전통행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항로와 통행 방식에 동의했다는 점이 분명해져야 이러한 보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옌센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상대의 이용을 차단할 능력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보복일 뿐"... 휴전 유지 여부 불투명

미국은 이번 공습을 전쟁 재개가 아닌 제한적인 보복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 혁명수비대가 추가 대응을 선언한 만큼 휴전이 실제로 유지될지는 불확실하다.

이란이 다시 미군이나 상선을 공격하고 미국이 추가 공습에 나설 경우 지난주 체결된 60일 합의는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과 이란 모두 공식적으로 휴전 종료를 선언하지 않았다.

다만 상호 공격이 재개되고 호르무즈해협 통행량이 다시 급감하면서 종전협상과 핵협상 모두 새로운 위기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