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9 09:44 AM
By 전재희
미 연방대법원이 선거일까지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는 선거일 이후 며칠 늦게 도착하더라도 주정부가 개표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29일 5대4 의견으로 우편투표 용지가 선거일까지 선거관리 당국에 도착해야 한다는 공화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선거일까지 우편으로 발송된 투표용지에 일정한 도착 유예기간을 적용하는 주법들이 유지될 수 있게 됐다.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 대법관이 다수의견을 작성했다.
배럿 대법관은 연방법이 선거일을 유권자가 투표해야 하는 마감일로 정하고 있지만, 투표용지가 선거관리 당국에 도착해야 하는 날짜까지 규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연방 선거법이 투표용지의 도착 시점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이 의회가 정하지 않은 요건을 추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배럿 대법관은 "선거일 관련 법률은 투표용지 접수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며 "법원이 의회가 선택한 문구에 내용을 추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존 로버츠(John Roberts) 대법원장과 소니아 소토마요르(Sonia Sotomayor), 엘레나 케이건(Elena Kagan), 커탄지 브라운 잭슨(Ketanji Brown Jackson) 대법관이 다수의견에 동참했다.
클래런스 토머스(Clarence Thomas), 새뮤얼 얼리토(Samuel Alito), 닐 고서치(Neil Gorsuch), 브렛 캐버노(Brett Kavanaugh)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얼리토 대법관은 다수의견이 법률 문구와 역사적 관행, 기존 판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선거법과 관련된 여러 새로운 논쟁을 낳고 미국인의 선거 신뢰를 더욱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공화당전국위원회(RNC)가 미시시피주의 우편투표 도착 유예기간을 문제 삼아 제기한 소송에서 시작됐다.
미시시피주는 선거일까지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가 연방 선거일 이후 최대 5영업일 안에 도착하면 개표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공화당은 연방 공직 선거일이 11월 첫째 월요일 다음 화요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선거일 이후 도착한 투표용지를 집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대법원에서 공화당의 입장을 지지했다.
그러나 대법원 다수는 선거일까지 투표가 이뤄졌다면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용지를 개표하는 것을 연방법이 금지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선거일 이후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를 개표하도록 허용하는 주는 없다.
다만 공화당 우세 지역과 민주당 우세 지역을 포함한 14개 주는 선거일까지 우편으로 발송된 투표가 며칠 뒤 도착해도 개표할 수 있도록 일반적인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이와 별도로 약 12개 주는 군인과 해외 거주 유권자의 우편투표에 한해 유사한 도착 유예기간을 적용한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을 "엄청난 패배"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유권자에게 시민권 증명을 요구하는 선거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는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부정행위를 가능하게 하려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가 2020년 대선 패배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하며 우편투표 확대에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그러나 광범위한 우편투표 부정이 있었다는 그의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캘리포니아주 예비선거 이후 개표가 늦어지는 상황도 비판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유권자의 다수가 우편으로 투표한다.
주법은 선거일까지 소인이 찍히고 일주일 안에 도착한 모든 유효한 투표용지를 확인해 개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 지연을 근거로 선거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일부 진보 성향 논평가들도 선거 결과가 여러 주 동안 확정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느린 개표 절차를 비판해왔다.
다만 개표 속도 문제와 합법적으로 제때 발송된 투표용지를 집계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법적 쟁점이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는 도착 유예기간을 운영하는 주에서 75만 장 이상의 우편투표가 선거일까지 발송됐지만 선거일 이후 도착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반대로 나왔다면 이 같은 투표용지들이 향후 연방 선거에서 집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대법원은 유권자가 선거일까지 투표를 마쳤다면 우편 배송에 걸리는 시간을 이유로 해당 표를 무효 처리할 필요는 없다는 주정부들의 입장을 인정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편투표 부정 사례는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브루킹스연구소가 2025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16년과 2018년, 2020년, 2022년 총선에서 우편투표 1,000만 표당 확인된 부정 사례는 평균 4건이었다.
이는 우편투표가 광범위한 선거부정의 수단이라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는 수치다.
다만 공화당은 투표용지의 보관과 접수 시점을 명확히 제한해야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4년 전국 조사에서는 민주당 유권자의 37%가 우편으로 투표했다고 응답했다.
공화당 유권자 가운데 우편투표를 했다고 답한 비율은 24%였다.
이 조사는 등록 유권자 1만2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민주당 지지자의 우편투표 이용률이 더 높지만, 우편투표 제한이 모든 경합지역에서 반드시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주별 우편투표의 정당별 분포를 보여주는 공개자료가 충분하지 않고, 고령층과 군인, 농촌지역 유권자 등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우편투표가 이용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선거제도를 둘러싼 법정 다툼에서 연이어 패한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전국적으로 우편투표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보스턴 연방법원은 최근 해당 조치의 시행을 차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의회에서 시민권 증명 의무화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해서도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선거일까지 적법하게 발송된 우편투표를 선거일 이후 도착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외하려던 공화당의 전국적인 법적 시도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연방법상 선거일이 유권자가 투표해야 하는 날짜를 의미할 뿐, 모든 우편투표가 선거관리 당국에 도착해야 하는 기한까지 정한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대법원은 의회가 별도의 도착기한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각 주가 선거일까지 발송된 투표에 합리적인 유예기간을 적용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우편 배송 지연으로 선거일 이후 도착한 투표라도 소인이 선거일까지 찍혀 있다면 주법에 따라 개표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