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30 07:38 AM
By 전재희
개빈 뉴섬(Gavin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29일(월), 주지사로서 마지막 주 예산안에 서명했다. LA 타임즈에 따르면, 총 3,517억 달러(약 484조 원) 규모의 이번 예산안은 부유층의 주식시장 차익에 의존하는 세수 구조를 기반으로, 가장 가난한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삶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무상 학교 급식, 전 아동 대상 유치원 전환 과정(transitional kindergarten), 13만 개의 보조 보육 지원 슬롯 등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 이뤄낸 성과들을 자평했다. 이 기간은 캘리포니아 역사상 주 정부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고, 지출이 1,000억 달러 이상 늘어난 시기로 기록된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 8년간 우리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을 위해 위대한 것들을 만들어냈다. 이 나라에서 한 세대 만에 어떤 정부도 취하지 못했던 가장 대담한 행동들 중 일부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재정을 파탄 내지 않고 이것을 해냈다. 계획적으로 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예산안 합의는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시장 차익에 부과된 소득세 수입 급증분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외부 이해 단체들의 수주간에 걸친 로비와 주 의회 의원들 및 주지사 간의 협상 끝에 이뤄진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 세수 증가분이 일시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분석가들은 주 지출 증가세가 경기 침체 시 캘리포니아를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 데이비드 탕기파(David Tangipa) 주 하원의원(프레즈노 선거구)은 예산안이 "온정적"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에는 동의하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월요일 본회의 토론에서 "내가 우려하는 것은 이 예산이 그다지 유능한 예산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너무도 잘 아는 패턴, 즉 지금 쓰고 나중에 정당화하고 다른 누군가가 청구서를 내길 바라는 방식이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LA 타임즈는 7월 1일부터 발효되는 이번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 누가 주 예산을 결정하나?
가장 단순한 답은 '민주당'이다.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은 상원 40석 중 30석, 하원 80석 중 60석을 민주당에 맡겼다. 이번 예산안은 상·하원 각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됐고, 역시 민주당 소속인 뉴섬 주지사가 서명했다.
보다 복잡하게 들여다보면, 예산안은 수십 차례의 입법 청문회, 외부 이해 단체들의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로비, 의원들과 주지사 간의 협상 끝에 탄생하며, 궁극적으로 민주당 내부의 정치적 역학 구조의 영향을 받는다.
상원 임시의장 모니크 리몬(Monique Limón·골레타 선거구)과 하원의장 로버트 리바스(Robert Rivas·홀리스터 선거구)는 예산위원회 위원장들과 협의해 각 민주당 의원단을 대표하며 뉴섬 주지사와 최종 예산 세부 사항에 합의한다. 실제로는 세 측의 참모진이 협상의 대부분, 혹은 전부를 처리하는 구조다.
더 나은 임금·근무 환경·복리후생과 조직 확대를 원하는 노동조합 지도부는 협상 과정에 자주 참여하거나 까다로운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는다. 반면 기업 단체들은 규제·세금·비용 증가에 맞서 싸우고 기업 수익성을 높이는 정책을 지지하는 활동을 벌인다.
■ 민주당이 역대 최대 지출을 하는 이유는?
의회의 초당파 재정 자문 기관인 입법분석국(LAO·Legislative Analyst's Office)은 최근 뉴섬 주지사의 첫 전임 재직 연도인 2019~20 회계연도 이후 주 지출 증가 추이를 분석했다.
그 해 승인된 예산과 올해 1월 뉴섬이 공개한 지출 제안을 비교하면, 주 주요 운영 기금 지출이 1,000억 달러 이상, 즉 70%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세수가 60% 증가한 데 주로 기인한다. 캘리포니아는 민주당이 세입보다 더 많이 지출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지출 적자 상태로 운영된다.
LAO는 지출 증가의 상당 부분이 뉴섬 취임 전부터 존재했던 기존 프로그램과 서비스 유지 비용 증가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나머지 지출 증가분의 약 30%는 신규 프로그램 신설이나 기존 서비스 확대에 따른 것으로 분류됐다.
LAO 보고서의 핵심 결론은, 캘리포니아가 뉴섬 취임 이전부터 존재했던 프로그램들과 그와 의회가 새로 도입한 프로그램들을 감당할 재정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예산 균형을 맞추기 위해 뉴섬과 의원들은 강한 세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주 비상 준비금을 끌어다 썼는데, 이는 LAO가 경고해온 방식이다. 민주당은 또 기업 증세, 다른 기금을 통한 프로그램 비용 충당, 준비금 적립 유예 등의 방법도 동원했다.
올해 예산안은 예상을 웃도는 세수 64억 달러를 임시 유보 계정에 넣어 적자를 줄이고 2027~28 회계연도까지 예산 균형을 맞추는 방식을 채택했다.
민주당은 세수가 좋은 해에 더 많은 돈을 적립해 향후 경기 침체 시 예산 삭감을 막는 내용의 주 헌법 개정안을 오는 11월 주민 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 돈은 어디에 쓰이나?
교육과 메디칼(Medi-Cal)이 주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메디칼은 저소득 캘리포니아 주민을 위한 주 정부의 보조 의료보험 제도로, 주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450만 명에게 의료·치과·시력 검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방 정부가 프로그램 비용의 절반 이상을 부담한다. LAO에 따르면 내년 캘리포니아는 일반 기금에서 약 5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주와 연방 정부가 공동 부담하는 총 비용은 2,2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의료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주 세금 및 수수료도 메디칼 재원의 일부를 담당한다.
LAO에 따르면, 메디칼은 전체 지출(연방 지원금 포함)의 약 40%를 차지하며 다른 어떤 주 프로그램보다 많은 비용이 든다.
메디칼 지출은 지난 10년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는데, LAO는 그 원인으로 수혜자 1인당 비용 증가, 수혜자 수 증가, 서비스를 받는 노인 비율 확대 등을 꼽았다.
뉴섬 주지사 재임 중 캘리포니아는 불법 체류자를 포함한 모든 이민자에게 이민 신분과 관계없이 메디칼 보장을 확대했으며, 뉴섬은 이로 인해 주의 무보험자 비율이 5.9%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디칼 비용이 민주당의 예상을 초과하자 뉴섬은 지출 삭감을 시사하기도 했다.
최종 예산 합의안은 메디칼 수급 자격을 얻기 위한 자산 한도를 지금 당장 2,000달러로 낮추자는 뉴섬의 제안을 거부하고, 대신 2027~28 회계연도에 2만 1,000달러로 낮추는 방안을 채택했다. 하원 수석 예산 자문역으로 서브스택(Substack)에 예산 관련 글을 게재하는 제이슨 시스니(Jason Sisney)에 따르면, 의회는 또 치과 보장 축소 및 망명 신청자와 기타 이민자를 제한적 메디칼로 전환하는 주지사 제안도 연기했다.
예산안에는 불법 체류자 등 '불만족스러운 이민 신분'으로 분류되는 수혜자들을 비용 절감을 위해 관리형 의료(managed care)에서 행위별 수가제(fee-for-service)로 전환하는 뉴섬의 제안은 포함됐다.
1988년 주민 투표로 통과된 주민 발의안 98호(Proposition 98)에 따라, 캘리포니아는 학교와 커뮤니티 칼리지에 대한 최소 지원 보장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일반 기금 세수의 약 40%를 교육에 배정한다.
시스니에 따르면, 이번 예산은 지역 통제 재원 공식(Local Control Funding Formula)을 22억 달러 증액하고, 역대 최고 수준인 학생 1인당 2만 1,148달러의 일반 기금 지원을 제공한다. 특수 교육 지원도 18억 달러 늘었다.
캘리포니아 지역사회 학교 파트너십 프로그램(California Community Schools Partnership Program)은 10억 달러의 추가 지원을 받았으며, 민주당은 학교 무상 급식 프로그램에도 280만 달러의 추가 예산을 편성했다.
또한 이번 예산안은 뉴섬이 축소를 제안했던 것과 달리, 무상 또는 감면 보육 지원 슬롯을 2만 2,770개 신설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