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30 06:47 AM
By 전재희
로스앤젤레스(LA) 노숙자 밀집 지역인 스키드 로우(Skid Row)의 유일한 우체국이 문을 닫았다고 LA타임스가 보도했다. 당국은 폐쇄 이유로 반복적인 침입 사건과 직원 재산 피해를 들었다.
우체국이 사라지면서 자동차가 없거나 장애를 가진 노숙자 주민들은 이제 스키드 로우 밖으로 나가 우표를 사거나 소포를 부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번 폐쇄는 평소에도 사회적 소외감을 느껴온 이 지역 주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폐쇄된 7번가 우체국 맞은편 노숙 캠프에서 지내는 드와이트 게인스(Dwight Gaines·65)는 "우리를 버리지 말라"며 "이곳 사람들에게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약 500개 사업체를 대표하는 LA 다운타운 산업지구 사업개선지구(Downtown Industrial District BID) 에스텔라 로페스(Estela Lopez) 상임이사는 시 당국이 범죄 대응을 포기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주민이 우편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위협받는데도 범죄 행위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범죄자들이 가로등과 소화전을 이미 망가뜨렸고, 도시 기반시설을 초토화했으며, 이제 우편 서비스마저 빼앗아 갔다"며 "이건 항복이다. 로스앤젤레스가 백기를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우정청(USPS) LA 지역 전략커뮤니케이션 담당 나타시 가빈스(Natashi Garvins) 전문관은 이메일을 통해 스키드 로우 중심부 인근 7번가 우체국이 "효율성 및 재정 타당성" 검토 대상 목록에 올라 있었으며, "범죄 및 안전 불안 활동"을 이유로 해당 목록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우체국은 지난 1월 문을 닫았다.
가빈스 전문관은 "가장 최근인 2026년 1월 말을 포함해 반복적인 침입으로 시설이 파손되고 직원 개인 재산도 피해를 입었다"며 "이로 인해 해당 장소의 인원과 재산에 대한 안전 위험을 이유로 신속 폐쇄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7번가 우체국은 1990년대에 문을 열었으며 364개의 사서함(P.O. Box)을 운영해 왔다. 사서함 이용자들은 약 3.2킬로미터(약 2마일) 떨어진 유니언 스테이션(Union Station) 인근 노스 비그니스 스트리트(North Vignes Street) 우체국으로 안내되고 있다. 이보다 더 가까운 곳으로는 스키드 로우 경계인 5번가와 스프링 스트리트(5th and Spring streets) 교차로 우체국이 있으며, 기존 우체국에서 약 1.6킬로미터(약 1마일) 거리다.
로페스 이사는 "차가 없는 사람들에게 버스 서비스는 턱없이 부족하고 무섭기까지 하다"며 "장애가 있으면 더욱 힘들고, 모든 일이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캐런 배스(Karen Bass) LA 시장 대변인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운타운 여성 센터(Downtown Women's Center)는 우표와 봉투 등 일부 우편 서비스를 포함한 주간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센터 최고경영자 에이미 터크(Amy Turk)는 시와 카운티의 지원금이 최근 절반으로 삭감됐다고 밝혔다. 터크 CEO는 "이 일이 베벌리힐스(Beverly Hills)에서 벌어졌다면 벌써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스키드 로우는 같은 방식으로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지역"이라고 꼬집었다.
스키드 로우에서 10년째 생활해 온 게인스는 한 달에 최소 두 번 이 우체국을 찾았다. 뉴올리언스(New Orleans)에 사는 가족에게 연로한 어머니 돌봄 비용을 송금하기 위해서였다. 우체국 운영 시간이 줄어드는 동안에도 그는 직원들과 친분을 쌓았다. 그에게 이번 폐쇄는 개인적인 상처로 다가왔다. 그는 "내가 섬기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 연방하원의원 시드니 캄라거-도브(Sydney Kamlager-Dove) 의원실 대변인 로렌 밀스(Lauren Mills)는 의원이 지난주 LA타임스로부터 연락을 받기 전까지 자신의 선거구 경계에 있는 이 우체국이 폐쇄된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밀스 대변인에 따르면 의원실은 그 즉시 우정청에 폐쇄 이유와 고객 불편 해소 방안을 묻는 질의서를 제출했다. 밀스는 성명에서 "다운타운 사업체와 주민들이 편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우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부터 스키드 로우에 거주해 온 메간 케슬러(Meghan Kessler)는 기존 우체국이 편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타주에 사는 아버지에게 공증 서류를 익일 배송으로 보낼 때 7번가 캠프에서 몇 블록만 걸으면 됐다. 차가 없는 케슬러는 우체국 폐쇄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우체국은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여야 한다"고 말했다.
로페스 이사는 지난 목요일 사무실에서 폐쇄된 우체국까지 걸어갔다. 이동하는 길에 보안팀이 길거리에 쓰러진 남성을 위해 구급차를 불렀고, 정화 팀에 지우도록 외설 낙서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체국 입구는 철제 문으로 막혀 있었고, 두 곳의 노숙 캠프가 그 주변에 들어서 있었다. 수레를 끌고 온 한 남성이 다가와 "우체국 문 닫았어요?"라고 물었다. 로페스 팀은 가장 가까운 운영 중인 우체국 가는 길을 알려줬고, 남성은 감사 인사를 한 뒤 "걸어가야 하니"라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는 걸음을 옮기며 "모든 지역사회에는 우체국이 있어야 해요"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