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30 11:28 PM
By 전재희
미국 연방대법원이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을 합헌으로 인정하는 6대 3 판결을 내리자, 비판론자들이 "제3세계와 친공산주의 국가발(發) '원정 출산'의 물꼬를 틀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고 폭스뉴스(Fox News)가 30일(화)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불법 입국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 '트럼프 대 바버라(Trump v. Barbara)'에서 브렛 캐버노(Brett Kavanaugh)·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 대법관이 존 로버츠 주니어(John Roberts Jr.) 대법원장, 진보 성향 대법관 3명과 함께 다수 의견에 합류했다.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사건은 보복을 피하기 위해 '바버라'라는 가명을 쓴 뉴햄프셔주 이민자가 제기한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서명한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의 위헌 여부를 다뤘다. 해당 행정명령은 원래 노예 출신 흑인에게 미국 시민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정헌법 14조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려는 취지였다.
백악관 수석 보좌관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는 이번 판결을 "연방대법원의 오랜 역사에서 가장 파괴적이고 터무니없는 결정 중 하나"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 시민권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의 권리가 아니다. 오직 미국인에게만 속한다. 헌법의 어떤 조항도 우리 국가가 스스로를 소멸시키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없다"고 말했다.
친(親)국내 에너지 단체 '파워 더 퓨처(Power the Future)' 대표 대니얼 터너(Daniel Turner)도 "우리 시민권이 끊임없이 희석되고 있다. 모두가 투표하고, 모두가 시민이 되고, 모두가 메디케이드를 받고, 모두가 푸드 스탬프를 받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신은 미국인이다. 11분 전에 도착한 멕시코인도, 원정 출산에 돈을 낸 중국 스파이도 마찬가지다. '형평성'이라는 이유로"라고 덧붙였다.
터너의 발언은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땅에서 아이를 낳은 뒤 귀국하고, 그 자녀가 18세가 되면 미국 선거에서 투표권을 갖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대변한다. 이번 판결이 바로 그런 흐름을 부추길 것이라는 경고다.
공화당 에릭 슈밋(Eric Schmitt) 미주리주 상원의원은 판결 직후 즉각 입법안을 제출했다. 캐버노 대법관이 보충 의견에서 "트럼프 행정명령이 헌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수정헌법 14조 정신에 따라 제정된 연방법을 위반했다"고 밝힌 데 따른 대응이다. 슈밋 의원은 성명에서 "연방대법원의 이번 출생시민권 결정은 잘못됐고, 위험하며, 미국의 주권과 국민에게 재앙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 입법으로 이를 바로잡을 수 없다면, 헌법이 국가적 위기의 순간에 명하는 바를 해야 한다. 헌법을 개정하고 미국 시민권을 되찾아야 한다"며 "우리는 다시 '우리 국민(We the People)'을 최우선에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불법 체류 외국인과 일시 체류 외국인의 자녀에 대한 무제한 출생시민권을 헌법화한 이번 판결은 잘못됐고, 우리의 주권과 공화국의 미래에 재앙적"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슈밋 의원은 "외국 공산주의자들이 뉴욕시 정치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상황"을 예로 들며, 미국이 이미 출생시민권의 폐해를 실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뉴욕시장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는 우간다 태생으로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뉴욕으로 이주한 뒤 귀화 시민이 됐다. 슈밋 의원은 자신이 추진하는 헌법 개정안이 — 비준될 경우 약 40년 만의 첫 개헌이 된다 — 대법원이 만들어낸 허점을 바로잡을 것이라며 "오늘은 우리 공화국 역사에서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조지아주 공화당 클레이 풀러(Clay Fuller) 하원의원(전임자 마저리 테일러 그린의 후임)은 엑스(X·구 트위터)에서 "연방대법원이 진정한 미국 아이들보다 불법 이민자들의 미래를 우선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침략을 계속 지원할 수 없다. 너무 늦기 전에 의회가 행동해야 한다"며, 슈밋 의원의 상원 발의안과 연계될 가능성이 큰 하원 헌법 개정안 'HR 172'를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법 자문을 맡았던 전직 법학 교수 존 이스트먼(John Eastman)은 클래런스 토머스(Clarence Thomas)·새뮤얼 얼리토(Samuel Alito)·닐 고서치(Neil Gorsuch) 대법관의 반대 의견이 "강력하며, 내 견해로는 옳다"고 평가했다.
보수 단체 터닝 포인트 USA(Turning Point USA) 대변인 앤드루 콜벳(Andrew Kolvet)은 이번 판결을 뒤집으려는 의지가 "모든 신임 연방대법관에 대한 새로운 인준 기준이 될 것"이라고 트윗했다. 그는 "대법원은 미국을 완전히 저버렸다. 토머스 대법관의 반대 의견이 선견지명임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그는 '오늘의 결정이 시간의 시험을 견뎌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판결 발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샌티스(Ron DeSantis)는 엑스에 "토머스와 얼리토 대법관이 '나쁜 판결'에 반대 의견을 낼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하기도 했다.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Mike Johnson)은 의회 기자회견에서 판결 소식을 접하자 대놓고 투덜거린 뒤, 다수 의견 대법관들이 "문언주의·원의주의(textualist originalist)적 시각"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수년간 이 원칙이 심각하게 남용돼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헤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 케빈 로버츠(Kevin Roberts) 이사장도 "이번 판결은 공화국에 대한 엄청난 배신"이라는 성명을 냈다. 그는 "다수 의견 대법관들이 우리 주권에 대한 총체적 공격을 부추기고, 미국 시민권의 신성한 가치를 떨어뜨렸다. 보편적 출생시민권은 미국 고유의 권리를 지워버리는 것으로, 수정헌법 14조의 의미나 의도와 전혀 다른 왜곡이다. 이 심각한 불의를 바로잡기 위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재스민 크로켓(Jasmine Crockett) 텍사스주 하원의원과 알렉스 파딜라(Alex Padilla)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이 대표적이다. 파딜라 의원은 성명을 통해 "헌법은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시민이라는 점을 명명백백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도널드 트럼프가 출생시민권을 침식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법을 무시하려는 시도는 전혀 놀랍지 않다. 오늘 판결은 이 근본적인 헌법적 권리를 보호하는 한 세기 넘는 법적 선례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멕시코 이민자의 아들인 파딜라 의원은 이번 판결이 자신에게 개인적으로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일랜드 이민자의 손녀인 뉴욕 주지사 캐시 호컬(Kathy Hochul)도 성명을 내고 "대법원의 결정에 힘이 났다"며 "자유의 여신상은 우리 항구에 자랑스럽게 서 있으며, 뉴욕은 언제나 미국의 약속을 찾는 이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슈밋 의원과 풀러 의원이 추진하는 헌법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 또는 3분의 2 이상 주(州)가 소집하는 헌법 회의를 통한 비준이 필요하다. 헌법 회의 방식은 지금까지 헌법 27개 개정안 비준에 단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