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1 07:08 AM

미국 민주사회주의자 연속 경선 승리…민주당 내홍 격화

By 전재희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들이 정치적 세력 확장을 전국 무대로 넓히고 있다고 폭스뉴스(Fox News)가 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DSA 성향 후보들이 지난주 뉴욕시 연방 하원 경선 두 곳에서 당내 주류가 지지하는 후보들을 꺾어 전국적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이번 주에는 콜로라도주(州) 덴버의 전통적 민주당 강세 하원 지역구에서도 또 한 번 이변을 연출했다.

1996년 처음 당선돼 1997년부터 의정활동을 시작한 민주당 현역 다이애나 드게트(Diana DeGette) 하원의원이 DSA가 지지하는 29세 신인 후보이자 전직 변호사 멜라트 키로스(Melat Kiros)에게 패배했다.

멜라트 키로스(Melat Kiros)
(DSA 멜라트 키로스(Melat Kiros) 가 민주당 콜로라도 경선에서 승리. 웹사이트)

키로스의 이 깜짝 승리는 지난주 뉴욕시에서 32세의 진보 성향 지역사회 조직가 다리알리사 아빌라 슈발리에(Darializa Avila Chevalier)가 현역 하원의원이자 의회 히스패닉 코커스(Congressional Hispanic Caucus) 의장인 아드리아노 에스파야트(Adriano Espaillat) 의원을 물리친 데 이어, 또 다른 DSA 성향 후보인 뉴욕주 하원의원 클레어 발데스(Claire Valdez)가 은퇴하는 니디아 벨라스케스(Nydia Velázquez) 의원의 지역구 경선을 제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나온 결과다.

사회주의 성향의 뉴욕시장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가 지지한 슈발리에와 발데스의 승리, 그리고 이번 키로스의 승리는 민주당의 미래를 두고 중도좌파 주류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강경 좌파 진영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논란 많은 극좌 성향 스트리머 하산 피커(Hasan Piker)는 덴버 경선 당일 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보 정치, 좌파 포퓰리즘, 노동계급의 필요를 중심에 두는 정치는 어느 지역구, 어느 주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나는 '곧 여러분의 도시에도 온다'고 계속 반복해서 말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DSA의 경선 승리는 콜로라도 제1하원 선거구에서 이뤄졌다. 이 지역구는 덴버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압도적 강세 지역으로, 2024년 대선에서 당시 부통령이었던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가 무려 56점 가까이 차이로 압승한 곳이다.

DSA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서 "또 한 명의 민주사회주의자가 의회에 입성한다!"고 환호하며 "키로스 의원은 워싱턴DC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싸움을 이어갈 것이다. ICE(이민세관집행국) 폐지, 팔레스타인 해방, 보편적 육아 지원과 전 국민 의료보험(Medicare for All) 쟁취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가 뉴욕의 변호사직을 잃은 키로스는 정의민주당(Justice Democrats)의 지지도 받았다. 정의민주당은 약 10년 전 창설된 단체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 일한 오마르(Ilhan Omar), 아야나 프레슬리(Ayanna Pressley), 라시다 틀라이브(Rashida Tlaib) 등 이른바 '스쿼드(Squad)' 의원들이 처음 의회에 진출할 당시 강성 현역 의원들을 꺾는 데 결정적 지원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키로스는 경선 승리 연설에서 "두려움 없이 조직하고 옳은 것을 위해 일어선다면, 그것이 덴버가 양당 모두에, 도널드 트럼프에게, 그리고 전국에 보낸 메시지"라고 선언했다.

한편, 에티오피아 출신인 키로스는 중동에 대한 미국의 외교 정책으로 인해 9·11 테러 공격이 "불가피했다"고 언급한 최근 발언을 두고 보수 진영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콜로라도대학교 이사 완다 제임스(Wanda James)는 지난 4월 이 지역구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었으나 한 자릿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진보 진영은 인접한 제8하원 선거구에서도 인상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 선거구는 덴버 북쪽 I-25번 고속도로를 따라 뻗어 있는 중요한 경합 지역이다.

주(州) 하원의원 매니 루티넬(Manny Rutinel)이 보다 온건한 성향의 전직 주 하원의원 섀넌 버드(Shannon Bird)를 두 자릿수 차이로 꺾었다. 루티넬은 이제 2024년 선거에서 이 의석을 빼앗아 간 공화당 현역 게이브 에번스(Gabe Evans) 하원의원과 맞붙게 됐다.

이 선거구 경선은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아슬아슬한 하원 다수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좌우할 두세 개 핵심 경합 지역구 중 하나로 꼽힌다.

주민의 약 40%가 라틴계인 이 지역구에서 이민 문제는 민주당 경선의 핵심 이슈였다. 루티넬은 버드가 지난해 주·지방 법집행기관과 ICE의 협력을 제한하는 조항에 반대표를 던진 것을 집중 비판했다. 또 루티넬은 라틴계 주요 단체를 포함한 지지 세력의 대규모 선거 지원을 받았다.

루티넬은 전 국민 의료보험이나 수압파쇄(프래킹·fracking) 반대 같은 진보 핵심 의제에 대한 기존 지지 입장을 다소 누그러뜨렸지만, 공화당은 그를 버드보다 오히려 상대하기 쉬운 본선 경쟁자로 봤다. 경선 기간 중 보수 진영은 그가 맘다니와 함께 집회에 참여한 사진을 부각시켰다.

에번스 의원은 성명을 통해 "민주당은 극좌 급진 사회주의자, 맘다니를 따라 하는 극단주의자를 선택했다. 석유·가스 산업 폐지, 법집행기관 예산 삭감을 지지하고, 농민과 목장주들을 끔찍하다고 부르며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산업들을 위협하는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또 다른 경선에서는 진보 대 중도의 대립은 물론 민주당 내 세대 갈등도 드러났다. 74세의 현역 존 히켄루퍼(John Hickenlooper) 상원의원과 43세의 진보 성향 전직 주 상원의원 줄리 곤살레스(Julie Gonzales)가 상원 경선에서 맞붙었다.

전직 덴버 시장이자 2선 주지사를 지낸 히켄루퍼 의원은 과거 DSA 회원이었던 곤살레스에 비해 한때 크게 앞서 있었지만, 경선 수주 전부터 격차가 좁혀졌다. 결국 히켄루퍼가 승리해 경선에서 무투표 당선된 공화당 주 상원의원 마크 베이즐리(Mark Baisley)와의 본선에서 절대적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곤살레스는 패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민주당 주류에 경고를 보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을 계속 당연시한다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성명을 통해 패배 속에서도 의미를 찾았다.

한편, 주 법무장관 필 와이저(Phil Weiser)는 치열하게 전개된 민주당 주지사 경선에서 연방 상원의원 마이클 베넷(Michael Bennet)을 꺾었다. 일부 이슈에서 베넷보다 더 진보적인 입장을 취한 와이저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수십 건의 소송을 제기하거나 참여한 법무장관으로서의 행보를 부각시키며 격차를 좁혀 나갔다. 또 한때 경선 선두주자였던 베넷을 트럼프에 맞서기에 너무 소극적인 워싱턴DC 내부 인물로 묘사했다.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의 2016년·2020년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베테랑 민주당 전략가 조 카이아초(Joe Caiazzo)는 폭스뉴스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진보 진영이 연합을 구축하고, 현 상황의 대안으로 수용 가능한 후보를 띄울 메시지를 갖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최근 몇 주간 민주당 주류 후보들도 경선에서 잇따라 승리했지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강경 좌파에 집중되고 있다. 이는 모든 민주당원을 급진주의자로 묘사하는 공화당에 더 많은 공격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공화당하원선거위원회(NRCC) 대변인 마이크 마리넬라(Mike Marinella)는 루티넬의 승리를 언급하며 "민주당의 사회주의 잠식은 더 이상 민주당 강세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급진 세력이 경합 지역구를 장악하면서 민주당으로서는 반드시 이겨야 할 의석들이 사실상 손에 닿지 않는 곳으로 멀어지고 있고, 하원 탈환 가능성도 가라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는 폭스뉴스의 올리비아 팔롬보(Olivia Palombo)와 매튜 도넬(Matthew Donnell)이 취재에 기여했으며, 폴 스타인하우저(Paul Steinhauser) 기자가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