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4 09:01 AM

"미국 건국 250주년 축하합니다"...폭염 속 독립기념일 대축제

By 전재희

필라델피아·워싱턴 일부 행사는 취소...전국 곳곳서 역사 재현·콘서트·불꽃놀이

미국이 독립선언문 채택 250주년을 맞아 전국적인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일부 퍼레이드와 야외 행사가 취소됐지만, 주요 도시들은 역사 재현과 콘서트, 드론쇼, 대규모 불꽃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미국은 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문을 채택한 지 250년이 되는 올해 '세미퀸센테니얼(semiquincentennial·25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미국 건국의 도시인 필라델피아에서는 16일 동안 이어진 대규모 독립기념일 행사가 7월 4일 절정에 이른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를 미국 최대 규모의 독립기념일 축제로 소개했다.

250주년 독립기념일
(미국 250주년 독립기념일. america250 )

워싱턴 D.C. 내셔널몰에서는 110피트, 약 33.5m 높이의 대관람차가 설치된 '그레이트 아메리칸 스테이트 페어'가 2주 넘게 진행됐다. 미 공군 특수비행팀 선더버즈(Thunderbirds)도 워싱턴 상공에서 축하 비행을 펼쳤다.

그러나 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이어진 극심한 폭염은 일부 기념행사에 차질을 빚게 했다. 주요 동부 도시의 기온이 화씨 100도, 섭씨 약 38도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국은 주민들에게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야외 활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필라델피아의 '독립 250주년 경축 퍼레이드'는 폭염 때문에 취소됐다. 워싱턴 D.C.의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역시 행사 관계자와 관람객의 안전을 이유로 취소됐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워싱턴의 체감온도가 화씨 110도, 섭씨 약 43도 이상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 주변에서는 퍼레이드가 취소된 뒤에도 애국적인 복장을 한 시민들이 그늘을 찾아 모여들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예정된 행사가 그대로 진행됐다.

애틀랜타에서는 폭염주의보 속에서도 매년 열리는 독립기념일 10㎞ 달리기 대회가 예정대로 출발했다. 뉴욕주의 포트 타이컨더로가(Fort Ticonderoga)에서는 건국 초기 북부 대륙군이 신생 국가를 방어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을 재현하는 3일간의 행사가 열렸다.

세인트루이스에서는 이틀 동안 콘서트와 함께 1,500대의 드론이 미시시피강 상공을 수놓는 '공중 장관'이 펼쳐졌다.

전국 곳곳에서는 대규모 불꽃놀이도 예정됐다. 뉴욕에서는 이스트강과 허드슨강 일대에서 8만5,000발의 불꽃을 쏘아 올리는 행사가 마련됐다.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 상공에서는 특별 불꽃놀이가 열리고, 텍사스주 애디슨의 대표적인 독립기념일 행사인 '카붐 타운(Kaboom Town)'에서도 축하 행사가 이어진다.

필라델피아 인디펜던스몰에서는 250명의 시민이 성조기와 장식물을 들고 자유의 종 모양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뉴욕 이스트강에서는 범선 행렬이 진행됐고, 캘리포니아 벨가든스에서도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불꽃놀이가 열렸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행동분석가 와이즈 우(Wise Woo·35)는 뉴욕 여행을 예약할 당시 건국 250주년 행사의 규모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되기 직전에 귀국하게 된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너무 슬펐다"며 "이곳에 더 오래 머물렀어야 했다"고 말했다.

반면 대규모 행사 대신 조용한 휴일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었다.

로럴 서덜린(Laurel Sutherlin·49)과 브리아나 카요 코터(Brianna Cayo Cotter·45)는 친구들과 함께 뉴욕주 애디론댁에서 캠핑을 하며 독립기념일을 보내기로 했다. 이 지역의 기온은 뉴욕시보다 화씨 20도, 약 11도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두 사람은 핫도그를 먹고 인근 호수에서 물놀이를 하며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주말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덜린은 이를 "요란한 소동만 뺀, 제대로 된 독립기념일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뉴욕의 웹·앱 개발자 대니 마골린(Danny Margolin·29)은 낮 동안의 폭염을 피해 기온이 내려간 밤에 할머니와 함께 존스비치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요"라고 농담하면서도, 건국 250주년을 맞아 평소보다 특별한 불꽃놀이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골린은 "축하할 이유는 무엇이든 좋은 것"이라며 "인생은 작은 축하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번 행사는 결코 작은 축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