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6 09:30 AM
By 전재희
모즈타바 하메네이, 부친 사망 공습으로 중상...혁명수비대 지원 속 권력 승계했지만 공개 활동 전무
이란이 지난 2월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 전 최고지도자의 국가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가운데, 그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Mojtaba Khamenei)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건강 상태와 통치 능력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6일 보도했다.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 2월 28일 이란을 상대로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그의 장례 일정은 7월 4일 테헤란에서 시작됐으며, 7월 9일 고향인 북동부 성지 마슈하드에서의 안장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따라서 7월 6일 현재 장례 행사는 진행 중이다.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 가운데 모스타파와 메이삼, 마수드 등 세 명은 테헤란에서 열린 장례 기도에 참석해 부친의 관 옆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 3월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란 당국은 모즈타바가 장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로 신변 안전 문제를 들고 있다. 하지만 그가 취임 이후 한 차례도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실제 건강 상태와 최고지도자로서 권위를 행사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56세인 모즈타바는 부친이 사망한 공습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로이터통신이 모즈타바의 측근들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그는 얼굴과 다리에 중상을 입었으며, 얼굴 일부가 변형될 정도의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이 같은 측근들의 설명을 독립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모즈타바는 공습 이후 공개석상에 나타나거나 연설·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그의 모습이 담긴 새로운 사진이나 영상, 음성도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을 향한 입장은 소수의 서면 메시지를 통해서만 전달하고 있다.
다만 이란 관리들은 모즈타바가 주요 정책 결정에 계속 관여하고 있으며 상처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이란 대통령도 지난 5월 최고지도자를 직접 만났다고 밝혔다.
측근들은 모즈타바가 고위 관리들과 원격회의 방식으로 접촉하며 전쟁과 대미 협상 등 주요 현안에 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그의 정확한 부상 정도나 치료 장소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모즈타바는 취임 이후 몇 차례 발표한 서면 메시지를 통해 국가적 단결과 저항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이란과 미국 대통령이 전쟁 종식을 목표로 체결한 양해각서도 신중하게 지지했다.
모즈타바는 알리 하메네이 재임 기간 공식적인 정부 직책을 맡지는 않았지만, 최고지도자실과 보안기관을 중심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란혁명수비대(IRGC) 지휘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으며, 혁명수비대가 관리하는 거대한 기업·경제 네트워크와도 연결돼 있었다.
이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모즈타바가 부친에게 접근하려는 정치인과 군 관계자들을 통제하는 사실상의 '문지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역할을 통해 그는 공식 직책 없이도 이란의 정치·안보 기구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특히 혁명수비대 내부에서 강한 지지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가 복수의 이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모즈타바의 최고지도자 선출 과정에서는 혁명수비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혁명수비대는 모즈타바가 부친의 강경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자신들의 정책과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큰 인물이라고 판단해 그의 선출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란 정치권과 성직자 집단 내부에서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일부 인사는 모즈타바가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전통적으로 요구되는 충분한 종교적 자격과 권위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세습 군주제를 무너뜨리고 탄생한 이슬람공화국에서 최고지도자의 아들이 부친의 자리를 이어받는 모습이 권력 세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모즈타바는 최고지도자로 선출되는 동시에 성직자 계급도 호자톨레슬람(Hojjatoleslam)에서 아야톨라(Ayatollah)로 승격됐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이 같은 승격의 근거나 절차에 대해 공식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한 이란 고위 관리는 모즈타바가 이란 의회 의장이자 대미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Mohammad Baqer Qalibaf)와도 매우 가까운 관계라고 전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핵무장 이란 반대 연합'의 혁명수비대 연구 책임자 카스라 아라비(Kasra Aarabi)는 모즈타바가 혁명수비대 내부에서 강한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 젊고 급진적인 세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외교정책과 국가안보, 핵 프로그램을 포함한 주요 국가정책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
그러나 모즈타바가 부친과 같은 수준의 종교적·정치적 권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알리 하메네이는 1989년 최고지도자로 취임한 뒤 수십 년에 걸쳐 군부와 국가기관을 장악했지만, 모즈타바는 아직 공개적으로 지도력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로이터가 접촉한 전문가들은 모즈타바가 이란 체제의 연속성을 상징할 수는 있지만, 부친이 행사했던 절대적인 영향력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즈타바는 1969년 이란의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에서 태어났다.
그는 청년 시절 이란·이라크 전쟁에 참전했으며, 이후 시아파 종교교육의 중심지인 곰의 신학교에서 보수 성직자들에게 이슬람 법학을 배웠다. 이후 중간급 성직자 계급인 호자톨레슬람에 올랐다.
부친 재임 기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선거를 통해 공직에 선출되거나 공식적인 정부 직책을 맡은 적은 없다.
친정부 행사에 간헐적으로 참석하고 곰에서 이슬람 법학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2024년에는 자신이 진행하던 이슬람 법학 강의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영상이 확산하면서 그가 최고지도자 승계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재무부는 2019년 모즈타바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 재무부는 당시 모즈타바가 선거로 선출되거나 정부 직책에 공식 임명되지 않았음에도 최고지도자를 공식적으로 대표하며 국가정책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또 알리 하메네이가 일부 권한을 아들에게 위임했으며, 모즈타바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과 바시즈 민병대 지휘관들과 협력해 부친의 대외정책과 국내 통제정책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모즈타바는 2022년 히잡 착용 규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젊은 여성이 경찰 구금 중 사망한 뒤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확산했을 때도 시위대의 주요 비판 대상이 됐다. 당시 일부 시위대는 그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권력 세습에 반대했다.
모즈타바의 부인은 이란의 대표적인 강경파 정치인이자 전 국회의장인 골람알리 하다드아델(Gholamali Haddad-Adel)의 딸이다.
이 결혼은 모즈타바와 이란 보수 정치권 핵심 인사들의 관계를 더욱 강화한 요인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그의 부인은 지난 2월 28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공습으로 함께 숨졌다. 모즈타바의 다른 가족들도 같은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 하메네이는 약 36년 동안 이란의 최고지도자로 재임하며 연설과 종교행사, 군 지휘관들과의 회동 등을 통해 권력을 공개적으로 행사했다.
반면 모즈타바는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이후 공개연설이나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고, 부친의 국가장례 행사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란 당국은 그가 신변 위협을 피하기 위해 공개 활동을 자제하고 있으며 국정 운영에는 계속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장기간 이어지는 그의 부재는 건강 상태뿐 아니라 최고지도자로서 군부와 정치권, 성직자 집단을 통제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의문을 키우고 있다.
모즈타바가 앞으로 공개석상에 나와 직접 통치 의지를 밝힐지, 아니면 당분간 혁명수비대와 측근들을 통해 국가정책에 관여할지는 이란 권력구조의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