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7 06:46 AM
By 이재경
미국 자율주행 차량 개발업체 포테라(Forterra)가 자사의 무인 자율주행 ATV(전지형 차량) 100대 이상을 지난 9개월간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에 실전 배치했다고 현지시간 밝혔다. IT 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TechCrunch)가 보도한 이 소식에 따르면, 포테라 측은 이번 배치가 미국 방산 기술 기업 중 자율 지상 차량을 전투 현장에 가장 대규모로 투입한 사례라고 자평하고 있다.
포테라의 최고성장책임자(CGO)이자 전직 미 해병대 장교 출신인 스콧 샌더스(Scott Sanders)는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개발된 모든 방산 기술에 해당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전투의 현실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임무는 미국 국방 예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 저항을 지원해 미군을 변혁하려는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지금까지는 공중 드론이 이 전쟁에서 대부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드론이 만들어낸 새로운 전장 환경—상공 감시로 인해 언제든 공격받을 수 있는 광범위한 '접근 금지 구역'—은 우크라이나 전략가들로 하여금 지상 기반 자율 이동 수단의 필요성도 절감하게 만들었다.
미 육군의 자율주행 차량 및 전술 개발 프로그램을 이끄는 코리 윌켄스(Corey Wilkens) 주임원사는 "숨을 곳이 없다"고 단언했다. "1인칭 시점(FPV) 드론, 폭탄을 투하하는 각종 드론, 포병, 박격포 등 적이 가진 모든 수단에 극도로 취약해진다"고 그는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도 이미 자체적으로 무인 지상 차량(UGV·Uncrewed Ground Vehicle)을 개발해 보급품과 탄약 수송, 부상 병사 후송 등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보안상의 이유로 실명을 밝히지 않은 우크라이나 군인에 따르면, 자국산 UGV는 대부분 배터리 구동 방식이라 최대 탑재 중량이 250킬로그램에 그친다.
반면 포테라의 '랜서(Lancer)' 차량은 폴라리스(Polaris) ATV를 기반으로 자체 제작한 센서와 컴퓨팅 장치를 장착했으며, 가솔린 엔진으로 구동돼 최대 750킬로그램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훨씬 넓다. 해당 우크라이나 군인은 "이 UGV는 병참 지원과 방어 유지 측면에서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중요한 UGV"라며 "정말 환상적이고, 더 많이 얻고 싶어 안달이 난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우크라이나 군은 서방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전장에 가져오는 것에 대해 엇갈린 경험을 해왔으며, 처음에는 포테라의 장비가 미 육군의 고사양 요구 조건에 너무 맞춰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스타링크(Starlink) 위성 인터넷 안테나를 추가하는 등 현지 상황에 맞게 차량을 개조하면서 그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이후, 랜서 차량들은 1,100회 이상의 임무를 수행하며 총 4,000킬로미터(약 2,500마일) 이상을 주행했다. 이 과정에서 총 35만 2,000킬로그램(약 77만 7,440파운드)의 화물을 수송했으며, 52건의 사상자 후송을 완료했다. 일부 차량은 깊은 진흙 등 험지에 고착돼 러시아군의 표적이 되는 등 전투 중 손실도 발생했다.
포테라는 이번 실전 배치를 통해 전자전 대응, 원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험지 기동, 차량 고장 예방 등 여러 분야에서 유용한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XYZ 벤처 캐피털(XYZ Venture Capital), 무어 스트래티직 파트너스(Moore Strategic Partners) 등으로부터 5억 달러 이상의 벤처 투자를 유치한 포테라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수익성 높은 국가 안보 계약 수주 경쟁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동시에 자율주행 기술의 한계도 확인됐다. 현재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차량의 손실을 우려하는 데다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실전의 현실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다는 판단 하에, 전투 지역에서 주로 원격 조종(teleoperation) 방식으로 차량을 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차량이 다양한 지형을 자율 주행으로 이동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예상치 못한 적군을 식별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우크라이나 군인은 "적 앞에서, 실시간으로 적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율주행 시스템은 아직 그걸 할 줄 모른다"고 설명했다.
20년 전부터 자율주행 차량 개발을 시작한 포테라는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를 탄생시킨 알고리즘과, 기계가 주변 환경에 범용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최신 생성형 AI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다른 자율 시스템들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샌더스 CGO는 "지뢰밭을 어떻게 통과할지, 무기 체계를 어떻게 운용할지처럼 인간이 하지 않는 행동들은 오픈소스 모델에서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전적인 로봇 공학 방식을 적용할 부분과 AI를 활용할 부분의 비중을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분야의 경쟁사들도 유사한 과제를 풀어가고 있다. 스카우트 AI(Scout AI)는 올해 초 1억 달러를 조달해 군용 자율 플랫폼을 위한 기반 모델(foundation model) 훈련과 UGV 포함 자율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필드 AI(Field AI), 오버랜드 AI(Overland AI) 등의 스타트업들도 미군과 함께 UGV 시험 운용을 진행 중이다.
현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미군 전문가들은 이 기술에 지금 투자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윌켄스 주임원사는 "지상 자율주행은 지금도 달성 가능하며, 우리는 이미 그것을 목격했다"고 강조했다.
포테라의 최고혁신책임자(CIO) 스콧 필립스(Scott Philips)는 직접 우크라이나 부대 작전 센터를 방문해 차량 운용 현장을 눈으로 확인했다. 러시아 공격 사거리 안에 있는 지역을 방문한 그의 행동은 해당 부대원들로부터 깊은 신뢰를 얻었다고 전해졌다.
필립스 CIO는 테크크런치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어느 지점이 단절되는지를 정확히 목격한 것이었다"며 "어떤 단계가 여전히 수작업으로 이뤄지는지, 어디서 데이터를 손으로 다시 입력하거나 검증해야 하는지, 그리고 팀이 이미 자동화나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낸 곳이 어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슬라이드 자료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현장 진실이다. 어떤 도구가 실시간으로 이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지를 정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측이 제기한 또 하나의 핵심 과제는 '가격을 낮춰달라'는 것이다. 포테라의 랜서는 폴라리스의 민수용 공급망을 활용해 같은 범주 내에서는 비싼 편이 아니지만, 무인항공기(UAV)처럼 자유롭게 전장에 투입하기에는 여전히 너무 고가다.
우크라이나 군인은 테크크런치에 "소모는 이 전장의 현실이다. 지금까지 몇 대를 잃었는데, 그 아픔이 컸다. 더 많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더 저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