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7 07:37 AM
By 이재경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 Times)는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 복구 현장에서 조립식(프리팹·prefab) 주택 업체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오랫동안 '저급 주택'이라는 편견에 시달려 온 이 업계가 대규모 재건 수요를 계기로 대중의 인식을 바꾸려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샌호아킨 밸리(San Joaquin Valley)의 인터스테이트 5번 고속도로 인근 공장 안에서 지게차 한 대가 미리 재단된 목재 더미를 대기 중인 두 명의 목수에게 날랐다. 컴퓨터 화면에 띄운 설계도를 보며 작업자들은 14인치에서 12피트 길이까지 번호가 매겨진 부재들을 대형 작업대 위에 격자 모양으로 배열하고, 빠른 속도로 네일건을 쏘아 고정했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이들은 알타데나(Altadena) 이스트팜 스트리트(East Palm Street)로 납품될 주택의 바닥 하부 구조물 한 섹션을 완성했다.
공장 다른 구역에서는 팰리세이즈(Palisades) 화재로 소실된 두 채의 주택을 대체할 모듈이 제작되고 있었다. 이 세 채의 화재 피해 대체 주택은 플랜트 프리팹(Plant Prefab)이 수주해 놓은 수십 채 중 첫 번째 물량이다. 플랜트 프리팹은 공장 효율을 주택 공급에 접목한다는 사회적 사명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공익 법인이다.
플랜트 프리팹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글렌(Steve Glenn)은 이번 대규모 화재 재건 프로젝트가 위기 속에서 열린 기회의 창이라고 본다. 그는 조립식 주택 업계가 '더 높은 효율, 더 낮은 비용, 더 빠른 시공'이라는 기대를 오랫동안 충족하지 못해왔다고 인정하면서도, 지금이 바로 반전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산불로 인한 일감을 처리하는 데만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플랜트 프리팹이 현재 계약한 97채는 이튼(Eaton)과 팰리세이즈 화재로 소실된 최대 1만 2,000채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글렌을 비롯한 조립식 주택 지지자들은 재건 과정에서 쏟아지는 관심을 활용해 '프리팹은 이류'라는 대중의 회의적 시각을 바꾸고자 한다.
패서디나(Pasadena)에 본부를 둔 자원봉사 단체 프렌즈 오브 프리팹(Friends of Prefab)은 알타데나 화재 피해자들을 위한 포럼으로 결성됐으며, 33개 업체의 조립식 주택 사진 갤러리를 온라인에 구축했다.
공동 창립자 캐롤라인 폴레스(Caroline Paules)는 "지난 7월부터 알타데나와 팰리세이즈 주민들에게 프리팹 주택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 왔다"고 전했다. "프리팹 주택에 대한 혼란이 많았고, 사람들은 낡은 이미지를 떠올리거나 품질이 어느 수준인지 알지 못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프리팹이 화재 복구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회복 속도를 앞당길 수 있을지는 아직 가설에 머물러 있다. 이를 가늠할 통계 자료도 부족하다. 로스앤젤레스 시 건축안전국(Department of Building and Safety) 대변인에 따르면 건축 허가 내역에는 프리팹 여부가 별도로 표기되지 않으며, LA 카운티 역시 타임스의 관련 통계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폴레스는 알타데나와 팰리세이즈 두 지역의 프리팹 현황을 직접 추적하며 엄청난 추진력을 감지하고 있다. 알타데나 일부 지역을 차로 돌며 조사한 결과, 재건 중인 주택 9채 중 1채꼴인 24채가 프리팹 방식으로 확인됐다. "까다로운 점은 프리팹 주택이 결국 완성되면 전통적인 주택과 똑같아 보인다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최근 남가주 안팎에 설립된 신생 업체들도 LA 화재 복구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려 경쟁하고 있다. 이 두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페인식, 크래프츠맨(Craftsman), 현대적 스타일을 반영한 표준화된 주택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스턴 소재 리프레임 시스템스(Reframe Systems)는 4월에 알타데나에 첫 번째 주택을 납품했다. 침실 3개, 욕실 2개짜리 본채에 후면 주거 보조 시설(ADU)까지 갖춘 이 집은, 인근 주민과 작업자,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3대의 장거리 트럭이 글렌로즈 애비뉴(Glenrose Avenue)의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오며 설치됐다. 크레인이 녹색 방수재로 덮인 6개의 모듈을 기성 기초 위에 올려놓았다.
새 집의 주인 조너선 탤벗(Jonathan Talbot)은 프리팹 주택을 "주택 산업의 자연스러운 진보"로 보며 매력을 느꼈지만, 화재로 집을 잃은 뒤 실제로 이 방식이 맞는 선택인지 납득할 근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건축사를 고용해 현장 맞춤 시공 비용을 알아봤다. "일반 목조 공법(stick-built)으로 짓는 비용이 예산을 훨씬 초과할 것이라는 결론이 났다"고 그는 밝혔다.
리프레임 시스템스 공동 창업자 겸 CEO 비카스 엔티(Vikas Enti)의 유연성이 탤벗의 마음을 돌렸다. 리프레임의 설계는 원래 뉴잉글랜드 도심 시장을 겨냥해 3층 높이의 좁은 풋프린트(footprint) 구조였지만, 엔티는 업계의 고질적 딜레마, 즉 대량 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량 생산에 과도한 자본을 투자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한 전국 확장 전략을 구상해 왔다. 그 해법이 바로 '마이크로 팩토리(micro factory)'다.
엔티 CEO는 "미국 전역에 약 2,000개의 홈디포(Home Depot)가 있다고 생각해 보라"며 "우리 마이크로 팩토리는 홈디포의 원예 코너 정도 크기"라고 말했다. "향후 10~15년에 걸쳐 이런 공장을 500~600개 세워 전국에서 연간 100만 채를 지을 수 있는 체제를 만들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2022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처음에 전국 확장을 계획하지 않았지만, "산불이 급박한 수요를 촉발했다"고 엔티는 설명했다.
리프레임이 남가주 방갈로 스타일을 검토하자는 의사를 밝히자마자, 탤벗에 따르면 회사 측이 관련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놓았다. 평방피트당 약 350달러라는 목표 가격을 맞춘 데다, 14피트 높이의 클레레스토리(clerestory) 천장이 있는 현대적인 디자인도 탤벗 부부의 마음에 쏙 들었다. 부부의 요청에 따라 리프레임은 스튜디오 ADU를 1베드룸으로 신속하게 개조해 주기도 했다. 리프레임은 허가 취득부터 조경까지 전 과정을 맡을 현지 도급업체도 섭외했다. "천생연분 같은 조합이었다"고 탤벗은 말했다. "동네 사람들이 허가 문제로 왔다 갔다 하며 고생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우리 부부는 그런 일을 전혀 겪지 않았다"고 그는 전했다.
또 다른 신생 업체 빌라 홈스(Villa Homes)는 알타데나에 모델 홈을 짓고 있다. CEO 션 로버츠(Sean Roberts)에 따르면 이는 남가주 화재 재건을 겨냥한 자사 주택 카탈로그의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 차원이다. 리프레임 시스템스나 플랜트 프리팹과 달리 2019년에 설립된 빌라 홈스는 제조사가 아니다. 설계, 허가, 운송, 설치를 담당하되 실제 시공은 챔피언 홈스(Champion Homes) 같은 대형 생산업체에 외주를 준다. 카탈로그에는 침실 2~4개짜리 평면도와 기본 크래프츠맨 또는 현대적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담겨 있다. 로버츠 CEO는 자사 제품이 전통 공법보다 평방피트당 비용이 저렴하다면서도, 부지 조건에 따라 전체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고객은 페인트 색상과 캐비닛은 선택할 수 있지만, 미리 설계된 평면도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가 많은 사람에게 최선의 선택지가 될 것"이라며, "다만 더 맞춤화된 집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최적의 답이 아닐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팜 스트리트의 주택은 그러한 건축적 개성을 구현한 사례다. 정신질환을 가진 노숙인을 돕는 사회복지사로 잘 알려진 이 집의 미래 입주자 앤서니 러핀(Anthony Ruffin)은 "보통 건물이 아니다. 모든 것이 보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러핀과 그의 아내 조니 밀러(Jonni Miller)가 1942년에 지어진 방갈로를 잃었을 때, 그의 첫 번째 본능은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내가 과감해지도록 설득했다. 이들이 선택한 건축가 마이클 레러(Michael Lehrer)는 중앙에서 양방향으로 비스듬히 솟아오르는 나비형 지붕과 지그재그 벽, 전후면 그림창(picture window)이 어우러진 파격적인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도면을 보고 완전히 압도됐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였다"고 러핀은 말했다. 이처럼 독특한 설계를 실현할 수 있는 공장으로 이들이 최종 선택한 곳이 플랜트 프리팹이었다.
설계 전문 프리팹 회사를 운영하며 복잡한 프로젝트를 소화할 새로운 형태의 공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글렌은 커른 카운티(Kern County)의 아빈(Arvin)에 새로 조성된 산업단지에 공장을 열었다. 2023년 개장한 이 27만 평방피트 규모의 건물은 컴퓨터 제어 톱과 독일산 수입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 공장은 현장에서 조립되는 개별 벽체 패널은 물론, 건식벽체(drywall)·설비·캐비닛·배관이 모두 탑재된 방 단위 모듈도 생산한다.
모든 프로젝트가 공장 라인에 투입되기 전에 컴퓨터 분석을 통해 모든 재단 치수를 계산하고, 배관 라인과 내력벽 충돌 같은 전통 공법에서 흔히 발생하는 돌발 변수를 사전에 걸러낸다고 글렌은 설명했다. 컴퓨터 유도 톱을 운용하는 단 한 명의 작업자가 40피트 목재를 필요한 모든 길이와 각도로 절단해 낸다. 팜 스트리트 주택의 패널화 부분은 이미 세워졌으며, 모듈은 8월 초에 도착할 예정이다.
프렌즈 오브 프리팹의 창립자 폴레스에게 이 기술은 저렴한 주택 공급이라는 사회적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캘텍(Caltech) 출신으로 첨단 지속가능성을 전공한 폴레스는 건축가 카린 나야리안(Karin Najarian)과 함께 알타데나에서 태양광 전력과 순환 수처리 시스템을 갖춘 독립형 오프더그리드(off-the-grid) 주거 단지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최대 11채의 소형 주거지로 구성될 이 구상이다.
두 사람이 공동 창립한 스타트업 노바 코티지 컴퍼니(Nova Cottage Co.)는 패서디나 소재 기술 인큐베이터 아이디얼랩(Idealab)과 함께 시제품 스튜디오 코티지를 제작했다. 이 건물은 기초가 아닌 땅속에 나사처럼 박혀 들어가는 나선형 파일(helical pier) 위에 얹혀 있다. 벽체는 티후아나(Tijuana) 공장에서 만든 폼 단열 합판 패널로 구성되며, 손으로 들어올려 며칠 만에 나사로 고정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과 고급 수처리 재활용 시스템을 통해 식수와 시스템 운용에 필요한 프로판 가스를 간헐적으로 공급받는 것 외에는 공공 유틸리티 연결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아이디얼랩 창업자 빌 그로스(Bill Gross)는 이 개념을 소형 주택(tiny home) 모델의 대안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편의시설이 없는 극저가 구조물에 수만 달러의 설치비와 유틸리티 비용이 추가로 드는 기존 소형 주택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현장 작업을 공장으로 더 많이 옮기고, 비바람 맞으며 야외에서 하는 복잡한 작업을 줄이면, 크레인이나 고가 장비 없이도 전체 비용을 훨씬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폴레스에 따르면 노바 코티지는 현재 알타데나에서 ADU 프로젝트 1건을 진행 중이며, 첫 번째 주거 단지를 조성할 잠재 부지도 확보했다. 다만 이 구상은 단일 필지에 여러 채를 짓는 건축 허가에 반대하며 수백 명이 결집한 알타데나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폴레스는 특히 교회나 상업용 부지에 건립할 경우 주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새로운 형태의 주거에 훨씬 더 열린 시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고 그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