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7 01:58 PM
By 전재희
21·22층 철제 기둥 휘며 26층까지 바닥 처짐...당국 "건물 계속 움직여 아직 불안정"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아파트로 개조 중이던 고층 건물의 철제 기둥이 휘고 여러 층의 바닥이 내려앉으면서 건물과 주변 지역에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뉴욕시 소방국은 7일 오전 8시 직전 맨해튼 이스트 42번가 235번지에 있는 37층 건물에서 벽돌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건물 21층과 22층 사이의 주요 철제 기둥 2개가 휘었으며, 그 영향으로 여러 층의 바닥이 처진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건물은 그랜드센트럴터미널에서 한 블록가량 떨어진 곳에 있으며, 과거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의 본사로 사용됐다.
뉴욕시 당국에 따르면 구조적 손상은 건물 중간 부분인 21층에서 26층 사이에 집중됐다. 두 개의 철제 지지 기둥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휘면서 일부 바닥도 아래쪽으로 내려앉았다.
현장을 지휘한 존 에스포지토(John Esposito) 뉴욕시 소방국장은 철제 박스형 보가 건물의 무게로 인해 휘고 변형되기 시작했다며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미세한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해 건물을 관찰했으며, 최초 출동 이후에도 구조물이 계속 움직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뉴욕시장은 현장에서 "건물은 여전히 불안정하다"고 밝혔다.
당국은 공사 중이던 건물의 근로자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인근 학교를 포함한 주변 건물에서도 사람들을 철수시켰다. 현장 근로자들은 모두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현재까지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소방관과 응급의료요원 약 150명이 현장에 배치됐으며, 뉴욕시 건축국과 비상관리국 관계자, 구조기술자들도 건물 상태를 조사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드론을 투입해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손상 부위의 영상과 구조 정보를 수집했다.
뉴욕시는 사고 현장을 중심으로 보행자와 차량의 접근을 차단했다. 통제구역은 대체로 1번가와 3번가 사이, 40번가에서 45번가까지 설정됐다. 맘다니 시장은 시민들에게 긴급구조요원의 지시를 따르고 현장 주변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캐시 호컬(Kathy Hochul) 뉴욕주지사도 주 정부가 뉴욕시 관계자들과 긴밀히 연락하고 있으며, 국토안보·비상서비스국이 현장 지원에 나섰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추가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 건물 주변에 붕괴 위험구역을 설치했다.
다만 건물 전체가 한꺼번에 무너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에스포지토 국장은 해당 건물이 철골 구조이기 때문에 붕괴가 발생하더라도 건물 전체가 아닌 손상된 일부 구역에 집중되는 국지적 붕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상된 기둥과 바닥이 계속 움직이고 있어 위험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구조대와 기술자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외부에서 상태를 계속 관찰할 방침이다.
긴급 보강에 사용할 철제 기둥과 보도 현장으로 운반되고 있다. 당국은 손상 부위의 바닥이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기술자들을 투입해 임시 지지대를 설치하고 건물을 안정화할 계획이다.
맘다니 시장은 건물 상태가 계속 변하고 있다며 현장 판단이 "분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발생한 건물은 과거 화이자의 기업 본사로 사용됐으나 현재 대규모 주거시설로 전환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설계를 담당한 겐슬러(Gensler)에 따르면 이스트 42번가 219∼235번지에 있는 두 개의 연결 건물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1,600가구 이상의 아파트로 개조되고 있다. 이 가운데 400가구 이상은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는 주택으로 계획됐다.
사업에는 기존 건물의 내·외부를 전면 개조하고 외벽을 교체하는 공사가 포함돼 있다. 인접한 10층 건물 위에는 19개 층을 추가하는 수직 증축도 추진되고 있다. 완공되면 뉴욕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무실·주거시설 전환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뉴욕시는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비어 있는 맨해튼 사무용 건물을 주택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사무용 건물은 주거용 건물과 내부 구조와 배관, 채광, 하중 분배 방식이 달라 개조 과정에서 복잡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뉴욕시 당국은 현재까지 철제 기둥이 휘기 시작한 정확한 원인을 발표하지 않았다.
현장 기술자들은 건물 외부와 인접 건물에서 손상 부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구조물이 충분히 안정된 뒤 내부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추가 층 건설이나 건물 개조 과정에서 발생한 하중이 이번 사고와 관련됐는지도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발업체 메트로로프트(Metro Loft)는 성명을 통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으며, 뉴욕시 건축국과 함께 사고 범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영향을 받은 곳이 두 건물 가운데 한 건물의 작은 일부이며, 소방당국도 건물 전체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건물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지 않은 만큼 인근 도로와 건물에 대한 통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시 당국은 구조물 안정화 작업과 함께 설계·시공 과정, 기존 건물의 상태 등을 조사해 기둥 변형의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