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2 04:13 PM

오픈AI, 챗GPT 가정 침투 가속…'가족' 시장에 승부수

By 이재경

챗GPT 출시로 생성형 AI가 대중화된 지 3년여가 지난 가운데, 오픈AI(OpenAI)가 개인 사용자를 넘어 '가족' 단위로 서비스 초점을 넓히고 있다고 IT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TechCrunch)가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족, 보호자, 고령층을 위한 제품 경험을 설계할 전담 프로덕트 매니저를 채용 중이다. 해당 채용 공고에는 부모와 가족을 위한 제품, 그리고 신뢰가 중요한 여타 소비자 경험을 설계해본 경력이 요구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채용은 챗GPT 이용자층이 젊은 세대를 넘어 계속 확대되는 시점에 이뤄졌다. 테크크런치에 단독으로 공유된 센서타워(Sensor Tower)의 추정치에 따르면, 전 세계 챗GPT 이용자 중 35세 이상 비중은 지난해 26%에서 올해 2분기 31%로 늘었다. 반면 18~24세 이용자 비중은 34%에서 29%로 줄었다. 미국의 경우 부모인 스마트폰 이용자 4명 중 거의 1명이 지난 분기 챗GPT를 사용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1년 전 16%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오픈ai
(오픈  AI. 자료화면)

기술 컨설팅업체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Creative Strategies)의 벤 바자린(Ben Bajarin) 최고경영자(CEO)는 가족에 초점을 맞춘 전담 제품 직군 신설이 오픈AI가 자사 제품을 개인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 가정을 위한 기술로 재규정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바자린 CEO는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구글과 애플, 메타의 플랫폼이 일상생활에 스며들면서 결국 걸었던 길과 비슷하다"면서도 "다만 AI의 경우 판돈이 더 큰데, AI 비서는 단순히 콘텐츠나 기기를 매개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신뢰·안전 문제도 동반한다. 패밀리 온라인 세이프티 인스티튜트(Family Online Safety Institute)의 스티븐 발컴(Stephen Balkam) 최고경영자는 이번 채용이 오픈AI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아동·청소년이 사용하는 AI 제품에는 성인용과는 다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발컴 CEO는 "이는 '재설계를 통한 안전(safety by redesign)'이라고 본다"며 "애초 아동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출시됐던 초기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시 손보는 것으로, 반드시 필요했던 대응"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은 패밀리 온라인 세이프티 인스티튜트가 이번 주 발표한 새 조사 결과와 맞물린다. 미국과 호주 소재 가정 4000곳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최근 1주일 내 자녀가 생성형 AI를 사용했다고 답한 미국 부모는 27%에 그쳤지만, 실제로 자녀 본인이 사용했다고 답한 비율은 38%에 달했다. 부모가 자녀의 생성형 AI 이용 빈도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발컴 CEO는 AI 기업들이 더 강력한 콘텐츠 통제, 연령에 맞는 경험 설계, 부모의 관리·감독 기능, 그리고 이용자가 사람이 아니라 AI와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안내 등을 통해 어린 이용자를 위한 제품을 성인용과는 다르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채용은 AI 기업들이 어린 이용자를 어떻게 보호하는지에 대한 감시가 커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오픈AI는 챗GPT가 자녀에게 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는 부모들로부터 여러 건의 소송을 당한 상태이며, 여기에는 자살과 관련된 사건도 포함돼 있다.

오픈AI는 이런 우려에 대응해 지난 1년간 일련의 안전 조치를 도입해왔다. 10대 계정에 대한 부모 통제 기능, 위기 신호를 더 잘 감지하도록 설계된 추론 모델로 민감한 대화를 우회 처리하는 기능, 그리고 최근에는 자해 가능성이 감지될 경우 가족 구성원이나 보호자에게 알림을 보내는 선택적 기능인 '신뢰할 수 있는 연락처(Trusted Contact)' 등이 대표적이다.

발컴 CEO는 AI 기업들이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 기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은 수년간 아동을 성인과 다름없이 취급하다가 여론의 압박과 규제 당국의 감시가 거세지고 나서야 뒤늦게 강력한 안전장치를 도입한 바 있다.

이번 채용은 가족을 겨냥한 오픈AI의 더 폭넓은 행보와도 궤를 같이한다. 오픈AI는 최근 샌안토니오 스퍼스(San Antonio Spurs)의 지역사회 공헌 조직 및 포지티브 코칭 얼라이언스(Positive Coaching Alliance)와 함께 워크숍을 열고, 학습과 코칭, 청소년 참여에서 AI의 역할을 탐구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용자 연령대 변화가 챗GPT만의 현상은 아니다. 다만 오픈AI 이용자층의 변화 양상에는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다.

센서타워 추정에 따르면 25~34세 이용자는 앤스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와 구글(Google) 제미나이(Gemini)의 전 세계 앱 이용자 중 40%를 차지해 챗GPT와 같은 비중을 보였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코파일럿(Copilot)은 이 연령대 비중이 33%였다. 다만 코파일럿은 상대적으로 고령층 이용자 비중이 높아, 45세 이상 이용자가 20%를 차지했는데, 이는 클로드(14%), 제미나이(12%), 챗GPT(11%)보다 높은 수치다.

챗GPT는 여전히 고령층 이용자 침투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경쟁 서비스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층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2분기 기준 45세 이상 이용자 비중은 전년 대비 3%포인트 증가했는데, 이는 코파일럿의 2%포인트 증가폭을 웃돌며, 클로드와 제미나이는 오히려 해당 연령대 비중이 감소했다.

부모인 미국 스마트폰 이용자 가운데서는 2분기 기준 제미나이의 도달률이 32%로 가장 높았고, 챗GPT가 24%로 뒤를 이었다. 클로드는 4%, 코파일럿은 2%에 그쳤다.

바자린 CEO는 오픈AI가 가족에 초점을 맞춘 프로덕트 매니저를 채용하기로 한 결정이 소비자용 AI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AI가 세대를 아우르는 기술로 자리 잡으면서, 앞으로 기업들이 가족 요금제, 아동·청소년용 프로필, 보호자용 도구, 가정 단위로 공유되는 메모리 기능, AI 튜터링, 그리고 더 강화된 안전 통제 기능 등을 잇달아 선보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