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3 07:44 PM

'슈퍼' 엘니뇨 발달 조짐…전문가들 "역대급 이상기후 우려"

By 이재경

날씨 예측은 늘 까다로운 작업이며, 아무리 탄탄한 예보라도 실제로는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달간 전 세계 기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엘니뇨(El Niño) 기후 패턴이 곧 발생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점차 모아지고 있으며, 컴퓨터 모델들의 종합적인 예측에 따르면 이번 엘니뇨는 매우 강력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 Times)가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엘니뇨의 영향을 낯설어하지 않는 지역이다. 이 기후 패턴은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었던 겨울철 재해 상당수와 연관돼 있다.

수퍼 엘리뇨
(수퍼 엘리뇨. Insane Curiosity 유투브 )

과학자들은 엘니뇨의 진행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태평양 해역의 조건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예보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최신 모델은 무엇을 보여주나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산하 기후예측센터(Climate Prediction Center)는 지난 목요일, 오는 12월까지 3개월간 엘니뇨가 '강한(strong)' 수준 또는 '매우 강한(very strong)' 수준으로 유지될 확률이 97%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매우 강한' 수준이 될 확률은 81%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매우 강한' 엘니뇨는 '슈퍼 엘니뇨'로 불려왔다.

당국은 중태평양과 동태평양 열대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것이 특징인 이번 기후 패턴이 육상과 해상의 폭염 위험도 함께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폭염 위험은 이미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은 지난달 엘니뇨의 발생을 공식 선언했으며, 통상 엘니뇨는 9개월에서 12개월가량 지속된다. 다만 이 기후 패턴이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엘니뇨란 정확히 무엇인가

NOAA에 따르면 엘니뇨는 통상 2년에서 7년 주기로 나타나며, 한 번 발생하면 9~12개월가량 지속되는 기후 패턴이다.

이 패턴은 중태평양과 동태평양 열대 해역의 수온이 상승하는 현상과, 적도를 따라 동에서 서로 부는 통상적인 무역풍이 약해지거나 심지어 반대 방향으로 부는 대기 조건 변화가 결합해 나타난다.

기후예측센터의 운영예측부문 책임자 존 고트샬크(Jon Gottschalck)는 동서 무역풍이 약해지면 서태평양의 해수면이 소폭 상승하면서 이른바 '하강성 해양 켈빈파(downwelling oceanic Kelvin wave)'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는 서태평양의 따뜻한 물을 중태평양과 동태평양으로 실어 나르는 해양 파동"이라고 말했다.

따뜻한 서태평양과 상대적으로 차가운 동태평양 사이의 온도 차가 줄어들면, 동서 무역풍은 한층 더 약해진다. 이는 다시 약해진 바람이 더 많은 따뜻한 물을 동쪽으로 이동시키고, 이것이 바람을 더욱 약화시키는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구조를 만든다.

■ 예상되는 영향은

엘니뇨는 계절에 따라 전 세계에 서로 다른 기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국립기상청(National Weather Service) 옥스나드(Oxnard) 사무소 소속 기상학자 아리엘 코언(Ariel Cohen)에 따르면, 엘니뇨 시기에는 멕시코, 중미, 남미 북부 해안까지 따뜻한 해수가 확장되면서 대기 중 제트기류 에너지가 변화해 남부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등 미국 남부 지역에 겨울철 평년보다 폭풍우가 잦아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코언에 따르면 태평양 북서부처럼 더 북쪽에 위치한 지역은 평년보다 건조한 경향을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엘니뇨 시기에는 호주와 남미 북부에 극심한 건조 기후가 나타나 가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반대로 동아프리카에서는 강수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코언은 설명했다.

코언은 "지역에 따라 매우 다양하고 상이한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엘니뇨는 또한 육상과 해상 모두에서 폭염 위험을 높이는데, 이는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미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의 기후과학자 재커리 라비(Zachary Labe)는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와 맞물려 장기적으로 기온이 오르고 있으며, 엘니뇨는 이런 기온 상승을 일시적으로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향후 몇 달 안에 전 세계 기온 기록이 새로 경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 남캘리포니아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남캘리포니아의 경우 평년보다 강수량이 많아질 가능성이 커지며, 겨울철 돌발 홍수와 산사태 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전 세계적으로 기록된 '매우 강한' 엘니뇨 네 차례 가운데 세 차례에서 로스앤젤레스 도심 지역은 평년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렸다. 이 중 1982~83년과 1997~98년 두 차례는 연평균 강수량의 두 배를 넘는 비가 내렸다.

다만 이런 상관관계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가장 최근의 '매우 강한' 엘니뇨였던 2015~16년에는 LA 도심의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에 그쳤다.

가장 최근 발생한 엘니뇨는 2023~24년으로, 당시는 '강한' 수준이었다. 2024년 9월 30일 마감된 수문연도(water year) 기준으로 LA 도심에는 22.15인치(약 562㎜)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연평균 강수량 14.25인치의 155%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해 겨울에는 로스앤젤레스 전역에서 수백 건의 산사태가 발생했고, 1877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LA 도심 기준 두 번째로 많은 3일간 강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주 보존국(Department of Conservation)에 따르면 당시 남캘리포니아 해안 지역 전반에서도 평년을 크게 웃도는 비가 내렸고, 북캘리포니아 해안 지역 역시 평년보다 약간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해당 엘니뇨 시기에 캘리포니아주 전체가 이런 강수 혜택을 본 것은 아니다. 시에라네바다산맥이나 캘리포니아 남동부 사막 등 내륙 지역은 오히려 평년보다 강수량이 적었다.

엘니뇨 시기에는 대조기 홍수(high-tide flooding)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연안위원회(Coastal Commission)는 2015~16년의 '매우 강한' 엘니뇨 당시 "캘리포니아 여러 해변에서 기록적인 해안 침식"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올해 발생한 엘니뇨는 남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엘니뇨와 무관한 이유로 이미 진행 중이던 해양 폭염(marine heat wave) 현상을 한층 더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해양 폭염은 남캘리포니아 인근 해역은 물론 더 서쪽인 북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인근 해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 상승하는 해수 온도, 무엇이 문제인가

과학자들은 지구 해양의 수온 상승에 대해 경고음을 내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WMO)에 따르면 엘니뇨는 통상 전 세계 기온을 끌어올리며, 높은 해수면 온도는 "인근 육지 지역의 극단적인 폭염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WMO는 "엘니뇨 현상은 대기에 열을 공급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전 세계 기온을 높이고 지구 곳곳의 기상 패턴을 바꿔놓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1일 당국은 지난 6월 전 세계 해수면 온도가 해당 시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확인했다.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의 카를로 부온템포(Carlo Buontempo) 국장은 "현재의 상황은 새로운 국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으며, 이는 또다시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수준의 해수 온도와 눈앞으로 다가온 엘니뇨를 감안하면, 향후 몇 달 안에 더 많은 기온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와 코페르니쿠스 해양 서비스(Copernicus Marine Service)의 공동 성명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해수 온도 상승이 폭넓은 파급 효과를 낳는다고 설명한다. 따뜻해진 바다는 폭풍에 추가적인 에너지를 공급하고 증발량을 늘려 극한 강수와 홍수 발생 가능성을 키우며, 해수면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빙하 해빙을 가속하고 해양 생태계에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