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3 08:12 PM
By 전재희
전력 확보·건설비 급등 속 수십억달러 규모 거래 추진...사모펀드, AI 인프라 투자 확대
미국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이 인공지능(AI) 붐을 기회로 삼아 대규모 지분 매각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데이터센터 건설·운영업체들은 올여름 수백억달러 규모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투자은행과 함께 회사의 과반 지분을 사모펀드와 인프라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AI 확산으로 막대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해지면서, 서버와 반도체뿐 아니라 이를 물리적으로 수용할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대한 투자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 매각이 추진되는 업체에는 네트랄리티 데이터센터(Netrality Data Centers), 데이터뱅크(DataBank), 엣지드(Edged), 엣지코어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EdgeCore Digital Infrastructure) 등이 포함된다.
이들 기업은 피닉스, 애틀랜타 등 미국 주요 지역에 데이터센터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은행들은 사모펀드들에게 데이터센터를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자산으로 제시하고 있다. AI 모델 개발과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로 컴퓨팅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데이터센터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데이터센터 운영사 매각은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기존 소유주들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활용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하고, 대형 투자자들은 AI 인프라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
데이터센터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공급은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기공과 배관공 같은 숙련 인력부터 가스터빈, 메모리 반도체, 전력 장비까지 거의 모든 핵심 자원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짓는 비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는 최근 엔비디아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1기가와트 규모의 새로운 컴퓨팅 파워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이 조만간 800억~1,0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지면서 일부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은 다음 단계의 확장을 감당하기 위해 더 자금력이 큰 투자자를 찾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가장 큰 거래 가운데 하나는 댈러스에 본사를 둔 데이터뱅크의 과반 지분 매각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데이터뱅크 지분 매각 규모는 최대 25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
데이터뱅크는 디지털브리지(DigitalBridge)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소유하고 있으며, 스위스라이프(Swiss Life), EDF 인베스트(EDF Invest), 호주 연기금 오스트레일리언슈퍼(AustralianSuper)도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덴버에 본사를 둔 엣지코어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도 잠재 매수자들에게 최근 인수 제안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엣지코어는 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개발·운영하는 회사다. 스위스 사모투자회사 파트너스그룹(Partners Group)이 소유하고 있으며, 버지니아와 애리조나 등 주요 시장에서 확장을 지원하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해왔다.
다만 현재 논의 중인 지분 매각은 거래별로 진행 단계가 다르며, 일부는 실제 매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KKR이 새로 출범시킨 헬릭스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Helix Digital Infrastructure)도 이번 여름 매물로 나온 데이터센터 자산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모펀드와 인프라 투자자들이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AI 시대의 핵심 기반시설로 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5년 데이터센터 인수·합병 규모는 약 50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올여름에도 대규모 거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문제는 동시에 여러 건의 수십억달러 규모 거래를 소화할 수 있는 매수자가 충분하느냐다.
폴 와이스의 인프라 부문 공동대표 라비 푸로히트(Ravi Purohit)는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투자자는 많지만, 실제로 수십억달러짜리 수표를 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전력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 계약이나 전력망 접근성을 확보한 업체일수록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은행과 투자자들은 데이터센터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전력 확보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전력 연결 지연, 건설 비용 상승, 인허가 지연이 예상되는 프로젝트는 평가가 낮아질 수 있다.
일부 매수자는 인수대금 일부를 특정 건설 단계나 전력 공급 확보 같은 이정표가 달성된 뒤 지급하는 방식으로 거래 구조를 짜려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모펀드 업계는 이미 데이터센터 투자를 빠르게 늘려왔다.
블랙스톤(Blackstone)은 지난 4월 퀸브룩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Quinbrook Infrastructure Partners)가 지원하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로완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Rowan Digital Infrastructure)의 지분 약 49%를 인수했다.
블랙스톤은 앞서 2021년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QTS를 약 100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블랙록(BlackRock)의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lobal Infrastructure Partners)와 MGX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얼라인드 데이터센터(Aligned Data Centers)를 약 40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사상 최대 데이터센터 거래로 평가된다.
이 거래는 앞으로 몇 주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기록은 블랙스톤이 2024년 에어트렁크(AirTrunk)를 약 160억달러에 인수한 거래였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거래가 커질수록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은 각지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주민들은 데이터센터가 전기요금을 끌어올리고, 소음을 유발하며, 지역 전력망과 수자원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일부 주민들은 AI 기술 자체에 대한 불안감도 데이터센터 반대의 이유로 들고 있다.
이러한 지역사회 반발은 실제 프로젝트 지연이나 중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개발업체는 주민 반대와 인허가 문제 때문에 프로젝트를 보류하거나 철회하기도 했다.
푸로히트는 현재 미국에서 님비즘, 즉 지역 주민들의 개발 반대 움직임의 중요성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여름 매각을 추진하는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지역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매수자들의 엄격한 검토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붐은 그동안 엔비디아 같은 반도체 기업과 클라우드 기업 주가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AI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물리적 인프라로 확대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AI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기 위한 서버, GPU, 메모리, 전력, 냉각 설비가 모이는 핵심 시설이다.
컴퓨팅 파워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한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개발업체들은 강한 수요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전력 확보, 건설 비용, 장비 조달, 지역사회 반발이라는 복합적인 문제가 커지면서 데이터센터 투자는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위험한 자산이 되고 있다.
올여름 이어질 데이터센터 지분 매각 경쟁은 AI 시대의 자본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전력망과 부동산, 인프라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