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6 08:09 AM

美 34개주 '사이클로스포라' 설사병 확산…안전하게 채소·과일 섭취하려면

By 이재경

미국 34개 주에서 식품과 물을 매개로 전파되는 기생충성 질환 '사이클로스포라증(cyclosporiasis)'이 확산하면서 수천 명이 폭발적이고 장기간 지속되는 설사 증세를 겪고 있다고 LA 타임즈가 16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행을 계기로 식품 준비 과정에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각 주에서 발생한 유행의 원인으로 특정 농산물이나 재배 농가, 공급업체가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 보건 당국은 감염원이 여러 곳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이클로스포라증 유행의 중심지인 미시간주에서는 3700명이 넘는 주민이 감염됐으며, 공공보건 전문가들은 잎채소류를 조사 중인 감염 유력 후보로 지목하고 있다.

CDC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 자료화면)

미시간주 일부 타코벨(Taco Bell) 매장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해당 체인은 "전국적 리콜에 따라" 양상추, 고수, 양파, 피코 데 가요(pico de gallo), 과카몰레 판매를 자발적으로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유행 집단은 중서부와 동부 해안 지역에 집중돼 있지만, 역학 및 감염 예방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전역의 주민들도 농산물 취급에 주의를 기울이고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사이클로스포라증 41건을 보고했는데, 이 중 현재 진행 중인 유행과 연관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주 공공보건부(California Department of Public Health) 대변인 로버트 바르산티(Robert Barsanti)는 이는 통상 5월에서 8월 사이 연간 평균 100건이 보고되는 것보다 적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주 보건당국 국장 에리카 팬(Erica Pan)은 "캘리포니아에서는 매년 사이클로스포라증 사례가 발생하며, 대다수는 해외에서 감염된 경우"라고 말했다. 그는 "2026년 사례 수는 캘리포니아의 예상 범위 안에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사이클로스포라증 사례 증가가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과일과 채소 섭취를 꺼려야 할 이유는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 어떤 농산물이 감염원이 될 수 있나
캘리포니아주 공공보건부에 따르면, 미국 내 사이클로스포라증 식품 매개 유행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수입된 다양한 신선 농산물과 연관돼 왔다. 라즈베리, 고수, 바질, 스노우피(snow peas), 혼합 샐러드 등이 대표적이다.

뉴욕 의과대학(New York Medical College) 병리학·미생물학·면역학과 부교수 다나 모듀(Dana Mordue)는 북미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사이클로스포라증 유행 중 하나가 1996년 과테말라 농장에서 수입된 라즈베리와 관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20개 주와 워싱턴DC, 캐나다에서 1400건 이상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 감염 위험을 줄이는 방법
전문가들은 농산물을 다루기 전 비누와 물로 손을 씻는 것이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과 같은 수칙을 제시했다.

먹거나 자르거나 조리하기 전에 모든 과일과 채소를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을 것.

양상추와 잎채소류는 바깥쪽 잎을 떼어내 버릴 것.

가능하면 채소와 허브는 조리해서 섭취할 것. 특히 어린 자녀, 임산부, 면역력이 약한 사람 등 취약 계층은 더욱 주의할 것.

교차오염을 방지할 것. 깨끗한 도마와 조리도구, 식품 접촉 표면을 사용하고, 조리 과정에서 즉석식품과 세척하지 않은 생 농산물을 분리할 것.

자르거나 껍질을 벗기거나 조리한 과일·채소는 가능한 한 빨리(2시간 이내) 냉장 보관할 것.

특히 수돗물이나 식품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는 국가로 여행할 때는 인체 배설물에 오염될 수 있는 음식이나 물을 피할 것.

농산물 포장에 "세척 완료(pre-rinsed)"라고 표기돼 있어도 직접 다시 세척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 단순히 물로만 헹구면 위험이 줄어들까
식품안전교육 파트너십(Partnership for Food Safety Education, 식품 매개 질병을 줄이기 위한 식품 안전 자료를 개발·보급하는 비영리단체)의 브리타니 소니어(Britanny Saunier) 사무총장은 농산물 종류에 따라 헹궈야 할 것과 문질러 씻어야 할 것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먹지 않는 껍질이나 겉껍질이 있는 농산물이라도 모두 흐르는 물에 헹궈야 한다.

소니어 사무총장은 "오이나 멜론처럼 껍질이 단단한 과일과 채소는 흐르는 수돗물에 헹구면서 손으로 문지르거나 깨끗한 브러시로 문질러 씻는 추가 단계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씻은 농산물은 깨끗한 천이나 종이타월로 물기를 제거해야 한다.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표면 왁스를 분해하고 먼지, 농약 잔류물, 유해 세균을 제거한다고 주장하는 스프레이형 '농산물 세척액'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러한 제품의 잔류물 안전성이 평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소니어 사무총장은 밝혔다.

그는 "많은 신선 농산물은 다공성이어서 이러한 제품을 흡수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농산물의 안전성과 맛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듀 교수는 헹구고 문질러 씻는 것이 감염 위험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위험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플로리다대 의과대학(University of Florida College of Medicine) 감염내과·국제의학과 부교수 노먼 비티(Norman Beatty) 박사는 이 기생충이 단단한 외피를 갖고 있어 제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비티 박사에 따르면 이 기생충의 세포벽은 "가혹한 환경적 압력과 일반적인 소독제에 매우 강한 내성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기생충은 토양에서 발견되며, 오염된 물의 사용이나 식품 취급자의 위생 부실 등으로 인해 농산물에 부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그는 말했다.

비티 박사는 "이미 토양이나 식물체를 오염시킨 이 기생충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방법은 명확하지 않으며, 단순히 물로 씻는 것만으로는 섭취 전에 이를 없애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아예 피해야 할 농산물이 있을까
모듀 교수는 미시간주 유행의 감염원으로 양상추와 봉지에 담긴 샐러드용 잎채소가 지목된 만큼, 봉지 포장된 잎채소류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유행이 보고되고 있는 뉴욕주에 거주하는 모듀 교수는 자신의 냉장고에 있는 포장 잎채소 봉지를 버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는 조언이 다소 다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캘리포니아는 현재 유행이 보고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제공 전 잎채소를 헹구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당분간 잎채소 없이 지낼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포장 시금치의 경우, 잎을 조리해서 먹으면 사이클로스포라증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 이런 유행은 언제 끝나나
기생충성 질환의 감염원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유행이 언제 끝날지 말하기 어렵다.

모듀 교수는 지방과 연방 공공보건 당국이 "특정 원인 물질을 정확히 짚어내면 유행을 상당히 빨리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원이 확인되면 오염된 농산물에 대한 리콜 공지가 발표되고, 사람들이 정확히 어떤 것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모듀 교수는 "감염원을 빨리 찾아낼수록 유행도 더 빨리 끝난다"며 "그러나 원인을 찾지 못하면 유행이 한동안 계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사이클로스포라증의 증상과 치료법은
이 기생충에 감염되면 일주일가량 이어지는 수양성(watery)의 폭발적인 설사를 겪을 수 있으며, 이는 "그 자체로도 매우 심각하다"고 모듀 교수는 말했다.

이 밖의 증상으로는 식욕 저하, 체중 감소, 복부 경련, 복부 팽만, 가스 증가, 오심, 피로감 등이 있다.

극심한 설사와 피로감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즉시 의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의료진은 대변 검체 검사를 통해 사이클로스포라증 감염 여부를 확인하며, 여러 치료법과 함께 '박트림(Bactrim)'이라는 항생제로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