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6 07:26 AM
By 전재희
오픈AI CEO 자택 화염병 공격 시도까지...AI 기업 대상 폭력적 위협 급증
인공지능(AI)에 대한 대중의 반발이 커지면서 AI 기업과 기술업계 임원들을 겨냥한 폭력적 위협이 현실적인 보안 문제로 번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사이 오픈AI(OpenAI), 앤스로픽(Anthropic) 등 주요 AI 기업과 임원들을 상대로 한 위협 발언과 보안 사고가 급증했다. 일부 사건은 실제 폭력 시도로 이어졌고, 기술기업 임원들은 개인 경호와 보안 체계를 다시 점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Sam Altman)의 자택에 화염병을 던지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피의자인 텍사스 남성은 살인미수와 방화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당국은 그에게서 AI 기업 CEO와 투자자들을 살해해야 한다는 취지의 선언문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는 혐의를 부인했다.
올트먼 자택 공격 시도 닷새 뒤에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앤스로픽 본사에서도 보안 사건이 발생했다.
한 남성이 출입증을 찍고 들어가는 직원 뒤를 바짝 따라붙어 회사 로비에 들어갔다. 그는 경비원에게 앤스로픽 고위 임원의 이름이 적힌 봉투를 보여주며, 해당 임원이 "살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경고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사건은 폭력이나 체포 없이 끝났지만, 앤스로픽과 AI 업계 임원들에게는 위협이 더 이상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최근 앤스로픽과 오픈AI 직원들을 겨냥한 여러 위협 신고에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협은 대형 AI 기업만을 향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앤스로픽 보안 담당자들은 오클라호마주의 한 남성을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환불을 요구하면서 폭력적 위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회사가 실제 사람과 연락하게 해주지 않고 환불도 해주지 않는다며, "내 돈 문제를 이야기하러 권총을 들고 사무실에 가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또 4월에는 앤스로픽에 가짜 이름으로 입사 지원을 했던 한 남성이 회사 직원들의 자녀를 해치겠다는 위협을 올린 사건도 있었다. 경찰은 이를 테러 위협으로 분류했지만 체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남성은 실제로 누군가를 해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위협은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포천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와 다크웹을 모니터링하는 보안업체 라이프래프트(Liferaft)에 따르면 AI 기업 최고경영자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디지털 위협은 2월 말부터 5월까지 7배 증가했다.
라이프래프트의 조너선 그래프(Jonathan Graff) 최고경영자는 "짧은 기간에 상황이 이렇게 나빠졌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다만 위협 건수는 6월 들어 다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일부 기술기업 임원들은 무장 경호원을 대동하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AI와 관련한 공개 발언을 줄이고 있으며, 기업들도 일반 직원들에게 회사 로고가 드러나는 옷을 입지 말라고 권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AI 붐의 중심에 있는 기술기업들은 임원 경호 비용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기업 공시 분석업체 이퀼라(Equilar)에 따르면 2025년 S&P500 기술기업 가운데 임원 보호 비용을 공시한 기업은 38.1%였다. 2021년 26.8%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AI 붐과 밀접한 기업들의 증가폭은 특히 컸다.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의 임원 보호 비용은 1년 만에 150% 증가해 2025년 약 300만달러에 달했다. 오라클(Oracle)은 300만달러에서 560만달러로 85.5% 늘었다. 공시에 따르면 이 중 상당액은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의 주거지 보안에 쓰였다.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임원 경호 비용도 2024년보다 약 100만달러 늘어난 약 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실리콘밸리 보안업계에서는 과거 기술기업 CEO들이 별도의 경호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기업 예산에 경호 비용을 포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고 있다.
AI에 대한 반감의 핵심에는 일자리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미국 기업들은 최근 AI 도입으로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이유를 들어 감원을 발표하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AI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결국 자신의 대체자를 훈련시키는 것과 같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AI 교육과 기업 기술 도입을 돕는 컨설턴트 대니얼 그린(Daniel Green)은 사람들이 기술기업 임원들의 "AI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산업혁명과 자주 비교되지만, 당시 러다이트 운동도 실제로는 폭력적인 양상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Alex Karp)도 AI와 노동을 주제로 한 행사에서 실업 공포가 반발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쇠스랑을 들고 나서게 된다"고 표현했다.
여론조사에서도 AI에 대한 불안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퀴니피액대학이 지난 3월 미국 성인 약 1,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AI를 우려하는 응답자는 그렇지 않은 응답자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응답자의 55%는 AI가 이익보다 해를 더 많이 끼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인들은 AI가 일자리에 미칠 영향뿐 아니라 자녀들의 정신적·사회적 발달, 에너지 가격, 주거비, 지역사회 변화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데이터센터가 전기요금과 물 사용량을 늘리고, 지역 인프라에 부담을 준다고 비판한다.
샌프란시스코 금융지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I 보험회사 코기(Corgi)의 니코 라쿠아(Nico Laqua) CEO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카페 앞에서 AI가 임대료를 올리고 물을 훔친다며 욕설을 퍼붓는 일이 매일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대형 AI 기업만큼 유명하지 않지만, 올해 초 무료 셔틀버스가 훼손된 뒤 추가 보안 인력을 고용했다.
AI 업계는 대중 반발을 의식해 메시지도 조정하고 있다.
한때 많은 기술기업 임원들은 AI가 노동시장에 가져올 충격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이 오히려 대중의 불안과 분노를 키운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최근에는 AI의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기회, 사회적 이익을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동시에 더 강력한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센터 확장, AI 인프라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즉, 대중에게는 AI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지만, 내부적으로는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는 것이다.
팔란티어의 카프 CEO는 AI와 노동 관련 회의에서 정치적 불안이 업계의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나라가 폭발하면 우리 중 누구도 돈을 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AI 기업들이 단순히 기술 개발과 시장 경쟁만 신경 쓰면 되는 단계가 지났다는 의미다. AI가 일자리, 지역사회, 에너지, 불평등 문제와 결합하면서 사회적 저항이 커지고 있고, 이것이 기업 운영과 임원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에 대한 반발은 더 이상 인터넷상의 불만이나 시위에 그치지 않고 있다.
오픈AI CEO 자택 공격 시도, 앤스로픽 본사 침입 사건, 직원 가족을 겨냥한 위협, 환불 요구 과정에서의 총기 협박 등은 기술기업들이 실제 물리적 위험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기업들은 직원과 임원 보호를 강화하면서도, 대중의 우려를 완화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AI는 미국 경제와 기업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지만, 동시에 일자리 상실과 생활비 상승, 지역사회 부담, 권력 집중에 대한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
이번 보안 위협 증가는 AI 기술을 둘러싼 갈등이 단순한 정책 논쟁을 넘어 사회적 충돌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