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6 09:37 AM
By 전재희
로저 로고프, 취임 한 시간도 안 돼 해임 통보...연방검사장 인사권 둘러싼 갈등 격화
트럼프 행정부가 워싱턴주 시애틀을 관할하는 연방검사장에 법원이 임명한 인사를 취임 직후 바로 해임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워싱턴주 서부연방지방법원 판사들은 16일 로저 로고프(Roger Rogoff)를 워싱턴 서부지구 연방검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로고프는 이날 오전 시애틀 연방법원에서 선서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에 의해 해임됐다는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고프는 전직 킹카운티 고등법원 판사이자, 주·연방 검찰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검사 출신이다. 그는 주 검사로 20년, 연방 검사로 6년을 일한 뒤 판사가 됐다.
토드 블랜치(Todd Blanche) 법무장관 대행은 이날 상원 인준 청문회에 출석하던 중 X에 글을 올려 로고프 해임 사실을 직접 밝혔다.
블랜치는 "지방법원 판사들은 임시 연방검사장을 임명할 수 있고, 대통령은 그들을 해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워싱턴 서부지구 판사들이 행정부와의 전통적인 협의 절차를 건너뛰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로저 로고프는 대통령에 의해 해임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연방검사장 인사권을 둘러싼 백악관과 연방법원 간 갈등이 공개적으로 폭발한 사례로 평가된다.
연방검사장은 각 연방검찰청을 이끄는 최고 책임자다. 통상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거쳐 임명된다.
그러나 법무장관은 공석 발생 시 120일 동안 임시 연방검사장을 임명할 수 있다. 이 기간 안에 상원 인준을 받은 후임자가 나오지 않으면, 해당 지역 연방법원 판사들이 임시 연방검사장을 임명할 수 있다.
워싱턴 서부지구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선호한 찰스 닐 플로이드(Charles Neil Floyd)의 120일 임시 임기가 지난 2월 만료됐다. 그러나 행정부는 플로이드를 상원에 공식 지명하지 않고, 그를 수석 연방검사보로 두는 방식으로 계속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워싱턴 서부지구의 현직·선임 연방판사 17명은 별도 지원 절차를 열고 로고프를 공석인 연방검사장 자리에 임명했다. 이 판사들은 민주당 대통령이 임명한 10명과 공화당 대통령이 임명한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로고프는 이날 오전 8시 전 시애틀 도심 연방법원에서 연방검사장으로 선서했다.
이후 그는 연방검찰청으로 이동해 트럼프 행정부가 선호한 플로이드와 만나려 했다. 그러나 로고프가 로비에서 기다리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했다는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고프는 뉴욕타임스에 "이런 식으로 법무부를 운영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낸 방식으로 사람들을 자리에 앉히면 절차가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로고프는 고용법 전문 로펌을 선임했으며, 자신의 해임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워싱턴주의 패티 머레이(Patty Murray)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머레이 의원은 로고프가 공직 생활 내내 뛰어난 헌신을 보여줬고, 워싱턴 서부지구 연방판사들에 의해 적법하게 임명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행정부는 조언과 동의 절차를 다루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부패한 정치 의제를 수행할 측근을 앉히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측은 민주당이 근소한 상원 구도에서 대통령 후보자 인준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행정부는 민주당의 반대로 정상적인 인준 절차가 막히고 있어, 임시직·대행직 인사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시애틀 사태는 다른 지역에서 벌어진 연방검사장 임명 갈등과도 연결된다.
뉴저지에서는 알리나 하바(Alina Habba)가 항소법원으로부터 위법하게 직무를 수행했다는 판단을 받은 뒤 연방검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버지니아에서는 린지 할리건(Lindsey Halligan)이 대행 연방검사장직에서 물러났다. 한 판사는 그의 임명이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그가 제기한 뉴욕주 검찰총장 레티샤 제임스(Letitia James)와 전 FBI 국장 제임스 코미(James Comey)에 대한 기소도 기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지역에서도 법원이 임명한 연방검사장을 해임한 바 있다.
로고프는 자신이 즉각 해임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연방검사장직을 맡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검사장을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표현했다.
로고프는 "내 경력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이 지역 판사들, 즉 내가 법정에서 만나고, 사건을 진행하고, 함께 일해온 사람들이 내가 이 일을 할 적임자라고 믿어준 것은 매우 겸손해지고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연방검사장 공석을 누가 통제하느냐의 문제다.
법률상 법무장관의 120일 임시 임명 기간이 끝난 뒤에는 지방법원 판사들이 임시 연방검사장을 임명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이 그 인사를 해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로고프 측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법원이 임명한 임시 연방검사장을 대통령이 즉각 해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논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
이번 시애틀 충돌은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 인사 전략과 연방법원의 견제 권한이 정면으로 부딪힌 사례다.
특히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법원과 법무부가 연방검사장 임명권을 둘러싸고 잇따라 충돌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사법·검찰 인사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