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1 07:38 AM
By 이재경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보험사에 운전자의 주행 습관 데이터를 수집해 자동차 보험료 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20일(월) 보도했다.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와 함께 보험료 인하 기대가 맞물리며 찬반 논쟁이 뜨겁다.
보도에 따르면 이 법안 '소비자 운전 데이터 보호법(Consumer Driving Data Protection Act)'을 발의한 인물은 호손 지역구의 티나 매키너(Tina McKinnor)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민주당)이다. 매키너 의원은 교통사고로 친구 세 명을 잃은 뒤 운전 안전 증진 운동에 뛰어들었고, 이번에는 캘리포니아 자동차보험 요율 산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법안을 마련했다.
법안의 핵심은 운전자가 동의할 경우 보험사가 속도, 제동 습관 등 주행 데이터를 추적해 개인의 안전 운전 기록을 산출하고, 이를 개별 보험료 책정의 핵심 요소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추적은 '빅브러더'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있지만, 운전 기록이 좋지 않았던 운전자라도 최근 가속을 자제하고 끼어들기를 줄였다는 점을 입증하면 더 낮은 보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는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DMV)의 벌점 제도를 통해 운전자의 안전 기록을 판단한다. 교통법규 위반과 사고 이력 등이 기준이 된다. 보험사의 데이터 추적에 동의하지 않는 운전자에게는 이 기존 방식이 그대로 적용된다.
이른바 '텔레매틱스(telematics)'로 불리는 이런 추적 기술은 다른 주에서는 이미 일반화됐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프라이버시 및 소비자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왔다. 보험사와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업체들이 수집하는 데이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비판론자들은 이런 시스템이 실제로 사고 감소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로스앤젤레스 소재 소비자 감시단체 '컨슈머워치독(Consumer Watchdog)'의 카먼 발버(Carmen Balber) 상임이사는 "이 법안은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개인정보 보호와 저렴한 자동차보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보험업계와 안전 옹호론자들은 이 방식이 운전자의 사고 위험도를 훨씬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며, 동시에 안전 운전을 유도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매키너 의원은 "내게 이 법안은 사람들의 속도를 늦추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라며 "만약 10명이 이 제도에 참여해 속도를 줄이고, 그 결과로 1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매우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는 스마트폰 앱, 트랜스폰더 등 다양한 기술로 수집되며, 앱은 운전자가 주행 중 휴대전화를 조작하는지, 즉 주의가 분산된 상태인지도 감지할 수 있다. 과속과 더불어 주의 분산은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보험사들은 대체로 6개월간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바탕으로 다음 6개월간의 보험료를 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운전 관련 피드백을 제공하며, 운전자는 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메릴랜드주 보험청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3년 텔레매틱스 기반 보험에 가입한 메릴랜드 운전자 중 31.2%가 보험료 인하 혜택을 받았고, 23.6%는 오히려 인상됐으며, 45.2%는 변동이 없었다.
보험사 신용평가기관 A.M.베스트(A.M. Best)에 따르면, 기술 발전에 힘입어 보험사들은 운전자 위험도 예측과 요율 산정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텔레매틱스, 데이터, 인공지능 분야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부품 가격 상승, 더 비싸고 복잡하며 무거워진 차량, 고속도로 주행 속도 증가로 인한 사고 심각도 상승 등으로 보험사들이 더 비싼 사고 보상금을 부담하게 된 상황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다만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와 전국 모두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감소했다.
법안을 지지하는 업계 단체 '캘리포니아 개인보험연맹(Personal Insurance Federation of California)'의 로비스트 앨리슨 애디(Allison Adey)는 "이것을 돈벌이 수단이라기보다는 비용 절감 수단으로 본다"며 "청구 건수와 사고가 줄어들면 보험금 지급 구조 자체가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S&P 캐피털 IQ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대형 자동차보험사들이 판매하는 보험의 평균 요율은 2022년 이후 30% 넘게 상승했다.
캘리포니아는 대개 기술 도입에서 앞서가는 주로 꼽히지만, 텔레매틱스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개인 자동차보험 요율 산정에 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미국 유일의 주다. 다른 모든 주에서는 이 제도가 자율 선택 사항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1988년 자동차보험료 급등 시기에 통과된 '주민발의안 103호(Proposition 103)' 때문이다. 이 법은 요율 산정 방식을 엄격히 규제하고 광범위한 공적 감독을 규정하고 있다. 이 발의안은 주의회 3분의 2 찬성이 없이는 개정할 수 없으며, 어떤 개정안이든 원래 취지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현행법상 보험료는 원칙적으로 개인의 운전 기록, 운전 경력 연수, 연간 주행거리에 따라 산정돼야 하며, 요율은 보험국의 심사와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는 수개월이 걸린다.
매키너 의원의 법안이 통과되면 2700만 명이 넘는 면허 보유 운전자를 보유한 캘리포니아의 거대한 개인 자동차보험 시장이 급성장하는 텔레매틱스 산업에 문을 열어주게 된다. 텔레매틱스 업계는 보험사가 사용하는 추적 장치와 관련 기술을 제조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한다.
컨설팅·리서치 기업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세계 텔레매틱스 시장 규모는 올해 920억 달러를 넘어서고, 2033년에는 2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안은 매키너 의원의 증언과 함께,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 그리고 위험 운전 목격담을 증언한 이들의 도움으로 주상원 위원회 두 곳의 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안의 최종 통과는 확실치 않다. 프라이버시·소비자 단체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주 보험국(Department of Insurance)도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보험국은 지난 6월 20일 주상원 보험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이 법안이 규제 준수 책임을 보험사에서 텔레매틱스 업체로 떠넘기고 있으며, 보험국이 해당 업체들을 충분히 감독할 권한을 갖지 못하고, 보험국에 과도한 규제 부담을 지운다고 지적했다.
주상원 프라이버시·디지털기술·소비자보호위원회는 이런 우려 중 일부를 해소하기 위해 일련의 수정안을 채택했다. 매키너 의원은 보험국이 요구하는 추가 수정 사항에 대해서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매키너 의원은 "보험국 쪽에서 15~20쪽 분량의 수정 요구안을 줬다"며 "결국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으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업계로부터 정치 후원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자신의 텔레매틱스 지지 입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리카르도 라라(Ricardo Lara) 캘리포니아주 보험국장의 대변인 마이클 솔러(Michael Soller)는 협의 내용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텔레매틱스 및 관련 기업들이 수집하는 데이터에 대한 우려는 각종 정보 유출 사고, 불법 판매, 그리고 익명화된 데이터라도 출처를 다시 '재식별'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제너럴모터스(GM)는 자사의 온스타(OnStar) 도로변 지원·내비게이션 서비스에 가입한 캘리포니아 운전자들의 주행 데이터를, 적절한 고지나 동의 없이 데이터 브로커에게 판매한 혐의로 캘리포니아 소비자프라이버시법(CCPA) 위반에 따른 1275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주민발의안 103호의 입안자인 변호사 하비 로즌필드(Harvey Rosenfield)가 설립한 컨슈머워치독은 이 법안에 가장 강경하게 반대해온 단체 중 하나다.
이 단체는 법안이 수집된 데이터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데이터 공개를 허용하는 허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텔레매틱스 업체들이 자사의 알고리즘을 영업비밀로 감추고 있는 점도 문제 삼는다.
발버 이사는 "이 법안은 주민발의안 103호가 보장한 우수 운전자 보호 조항을 걷어내고, 실제 운전 기록 대신 방대한 데이터 수집으로 만들어진 '블랙박스 점수'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최대 자동차 텔레매틱스 기업 케임브리지모바일텔레매틱스(Cambridge Mobile Telematics)의 라이언 맥마흔(Ryan McMahon) 수석부사장은 이 법안이 강력한 데이터 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으며, 오직 주행 습관만을 근거로 안전 운전 점수를 산출하도록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텔레매틱스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비판론자들이 법안 내용을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맥마흔 부사장은 "사람들이 원론적으로 반대하는 여러 사안들이 실제 법안 문구에는 담겨 있지 않다"며, 법안이 주 규제당국에 알고리즘 접근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컨슈머워치독이 제기하는 또 다른 문제는,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운전 기록이 나쁜 운전자가 추적을 원치 않는 우수 운전자보다 오히려 더 적은 보험료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우수 운전자들이 추적 할인 혜택의 비용을 대신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주민발의안 103호 위반이라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애디 로비스트는 우수 운전자와 그렇지 않은 운전자 집단을 섞지 않는 별도의 '위험군(risk pool)'을 설정하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버 이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텔레매틱스가 실제로 사고와 사망을 줄이는지도 쟁점이다. 법안 지지자들은 보험업계의 자금 지원을 받은 두 건의 연구를 근거로 제시하는데, 두 연구 모두 위험 운전 습관이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중 하나는 동료 심사를 거친 의학저널 '자마(JAMA)'에 게재된 연구로, 정부기관 두 곳으로부터도 자금 지원을 받았다.
맥마흔 부사장은 또한 상업용 차량 대상 텔레매틱스 사용 시 사고가 20%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인용했다. 다만 일반 소비자 대상 프로그램의 한계는 참여가 자율적이라는 점이다.
A.M.베스트의 크리스 드라기(Chris Draghi) 이사는 "전반적으로 텔레매틱스 사용에는 이점이 있다"면서도 "다만 이런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 자체가 이미 '더 안전한' 운전자일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안 지지 증언자 중 가장 인상적인 인물로는 '스트리츠 아 포 에브리원(Streets Are For Everyone)'이라는 단체를 설립한 데미언 케빗(Damian Kevitt)이 꼽힌다. 그의 단체는 이 법안의 공동 발의를 지원하고 있으며, 그는 과거 보험업계로부터 후원을 받은 사실이 있음을 인정했다.
케빗은 2013년 자전거를 타던 중 그리피스 파크에서 뺑소니 사고를 당해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차량은 그를 고속도로 진입로까지 끌고 가다 도주했다.
그는 사고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이 법안이 도로를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자를 보내며 운전하는 것이 교통사고를 유발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처벌이 아니라 인센티브를 통해 더 안전하게 운전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두말할 필요 없이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