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1 08:18 AM

미국 AI 수장들, 중국산 AI 모델 확산에 경고음

By 이재경

오픈AI·앤스로픽 "보안 위험 크다"...백악관은 규제 여부 놓고 내부 이견

중국산 인공지능(AI) 모델의 성능이 빠르게 높아지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와 워싱턴이 대응 방향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OpenAI), 앤스로픽(Anthropic) 등 미국 주요 AI 기업 경영진은 최근 중국에서 나온 저가 고성능 AI 모델이 미국 기업과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일부 AI 업계 분석가들은 상장을 앞둔 미국 AI 기업들이 중국 모델의 확산을 명분으로 경쟁을 제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오픈 AI와 엔트로픽
(오픈 AI와 앤트로픽. 자료화면)

논쟁의 핵심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산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보안과 기술 패권을 이유로 제한해야 하는지다.

문샷AI·알리바바 모델, 미국 AI 업계 압박

최근 중국 AI 기업들이 잇따라 공개한 고성능 모델은 미국 AI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문샷AI(Moonshot AI)의 키미 K3(Kimi K3)와 알리바바(Alibaba)의 큐원 3.8 맥스(Qwen 3.8 Max)는 최근 공개된 뒤 투자자와 사용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키미 K3는 일부 벤치마크에서 미국 모델과 경쟁 가능한 성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모델은 '오픈 웨이트(open weight)' 방식이다. 사용자가 모델을 내려받아 자체 데이터와 특정 업무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픈 웨이트 모델은 기업 입장에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미국의 폐쇄형 고성능 AI 모델보다 훨씬 싸게 사용할 수 있고, 기업 내부 환경에 맞춰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미국 AI 기업과 안보 당국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성능이 강력한 모델이 누구에게나 공개될 경우 사이버 공격, 생물무기 설계, 허위정보 생산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다.

오픈AI 임원 "AI 공산주의" 경고

오픈AI의 전략미래 책임자인 딘 볼(Dean Ball)은 지난 17일 X에 올린 글에서 오픈 웨이트 모델이 지배하는 세계가 "전면적 AI 공산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AI를 시장 상품이 아니라 국가가 제공하는 "디지털 공공 인프라"로 만들려 한다며, 이런 시나리오를 "디스토피아적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볼은 트럼프 행정부가 오픈소스 모델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도 말했다. 다만 이후 그는 자신이 미국 정부에 중국 AI를 억제하라고 주장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AI 산업의 핵심 딜레마를 지적했다. 최첨단 AI 기업들은 모델 성능을 계속 높이기 위해 막대한 컴퓨팅 자원과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대부분 비용을 내지 않는 공개 모델을 쓰게 되면, 최첨단 AI 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오픈AI는 볼의 발언이 회사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밝혔다. 오픈AI 역시 자체 오픈 모델을 개발해왔고, 샘 올트먼(Sam Altman) 최고경영자는 과거 폐쇄형 모델 중심 전략이 현명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앤스로픽도 "오픈 모델 위험" 강조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최고경영자도 강력한 오픈 AI 모델의 위험성을 오래전부터 경고해왔다.

아모데이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고급 사이버 보안 능력을 갖춘 AI 모델이 무료로 다운로드될 수 있다면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심각한 우려"라고 표현했다.

앤스로픽과 오픈AI 등 미국 주요 AI 기업들은 정부 감시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점점 더 분명히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주장이 실제 안보 우려 때문인지, 아니면 저가 중국 모델과 오픈소스 경쟁자들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규제를 통한 경쟁 차단 아니냐" 비판

백악관 AI·암호화폐 특별고문인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는 오픈AI 측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딘 볼의 글을 두고 "규제 포획 전략을 자백한 것처럼 읽힌다"고 밝혔다. 색스는 앤스로픽 같은 기업들이 AI 규제를 요구하는 것이 새로운 법과 정책을 이용해 경쟁자를 막으려는 시도라고 보는 인물이다.

색스는 X에 "규제 불확실성을 경쟁 도구로 무기화하는 것은 완전히 용납될 수 없어야 한다"고 썼다.

이는 백악관 내부의 분열을 보여준다. 일부 안보 중심 당국자들은 중국 AI 기업과 오픈 모델에 대한 강한 통제를 원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오픈소스 생태계와 시장 경쟁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백악관, 중국 AI 규제 놓고 이견

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중국 오픈 모델 개발 기업을 겨냥한 여러 규제 방안이 검토됐다.

검토된 조치에는 중국 AI 기업을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 중국 AI 기업에 대한 보안 경고 발령, 오픈 모델을 겨냥한 행정명령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행정부 내부 이견으로 아직 구체적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이견은 최근 행정명령 시행도 지연시키고 있다. 해당 행정명령은 기업들이 가장 강력한 AI 모델을 공개하기 최대 30일 전에 정부에 조기 접근권을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픈AI, 앤스로픽,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최고경영자들은 최근 AI 모델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만큼 정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는 오픈 모델 개발자들도 AI 규제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딥시크 규제 이후 추가 조치는 보류

미 의회는 지난해 보안과 개인정보 우려를 이유로 중국 AI 모델 딥시크(DeepSeek)의 연방 및 국방 네트워크 사용을 제한했다.

그러나 그 이후 중국 AI 모델 전반에 대한 추가 제한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 가지 어려움은 중국을 포함한 중소 AI 개발사들이 '증류(distillation)'라는 기법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최상위 미국 AI 모델의 능력을 활용해 더 작고 저렴한 모델에 성능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미국 당국자들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모델의 성능을 흡수해 저비용 모델을 만들고, 이를 다시 미국 시장에 확산시키는 구조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저렴한 모델 원한다

그러나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산 오픈 모델을 무조건 배제하기 어렵다.

기업들은 AI 사용 비용을 줄이기 위해 더 싸고 성능 좋은 모델을 찾고 있다. 중국 모델은 미국 모델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일부 작업에서 충분한 성능을 보이기 때문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오픈 웨이트 모델은 기업이 자체 서버나 클라우드 환경에서 직접 운영할 수 있다. 이는 데이터 통제, 비용 절감, 맞춤형 업무 자동화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AI 정책 비영리단체 시드AI(SeedAI)의 오스틴 카슨(Austin Carson) 최고경영자는 "AI는 점점 권력과 동의어가 되고 있고, 이중용도 우려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기업과 세계 대부분의 기업에게는 싸고 품질 좋은 모델을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픈소스를 이해한다면 배제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오픈소스 진영도 추격

중국 모델이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의 오픈 모델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라 무라티(Mira Murati) 전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가 이끄는 싱킹머신스랩(Thinking Machines Lab)은 최근 첫 AI 모델을 오픈 웨이트 방식으로 공개했다.

엔비디아(Nvidia)의 네모트론 3 울트라(Nemotron 3 Ultra)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가 지원하는 오픈 모델 개발사 리플렉션AI(Reflection AI)는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관계를 갖고 있으며, 올해 말 첫 모델 공개를 계획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오픈소스 생태계를 촉진하고 보안을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중국 오픈 모델을 견제하더라도, 자체 오픈소스 AI 경쟁력은 키우려 한다는 의미다.

AI 인프라 투자 논리도 흔들릴 수 있어

중국산 저가 고성능 모델의 확산은 미국 AI 산업의 투자 논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픈AI와 앤스로픽 같은 기업들이 앞으로도 더 강력한 최첨단 모델을 개발하며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믿음은 최근 AI 인프라 투자 붐의 핵심 근거였다. 이 믿음은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망 등 수조달러 규모의 투자 전망을 뒷받침해왔다.

하지만 새로운 경쟁자들이 훨씬 낮은 가격으로 고성능 AI를 제공할 수 있다면, 미국 최상위 모델 기업들이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생긴다.

실제로 지난주 중국 문샷AI 모델 소식 이후 일부 기술주와 AI 관련주 주가가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중국 모델이 미국 AI 기업의 수익성과 인프라 투자 회수 가능성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보와 경쟁 사이의 딜레마

이번 논쟁은 미국 AI 정책의 근본적인 딜레마를 드러낸다.

한쪽에서는 중국산 AI 모델이 미국 기업 데이터와 사용자 정보를 노출시키고, 사이버 공격이나 생물학적 위험에 악용될 수 있다는 안보 우려가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규제가 지나치면 미국 기업들이 저렴하고 유용한 AI 도구를 쓰지 못하게 되고, 일부 대형 AI 기업만 보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특히 오픈소스 모델은 기술 확산과 혁신을 촉진한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통제가 어려워 악용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도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AI 모델을 제한해야 한다는 안보 논리와, 미국의 오픈소스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는 산업 경쟁 논리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AI, 미국 AI 패권의 새 시험대

중국산 저가 고성능 AI 모델의 부상은 미국 AI 패권에 새로운 시험대가 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최첨단 모델과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더 싸고 개방적인 모델을 빠르게 내놓으며 시장의 비용 구조를 흔들고 있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은 이를 보안과 안전의 문제로 보고 규제 필요성을 강조한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이들이 자신들의 사업 모델을 보호하기 위해 경쟁자들을 규제로 막으려 한다고 본다.

결국 미국이 중국산 AI 모델을 어떻게 다룰지는 단순한 기술 정책을 넘어 산업 경쟁, 국가 안보, 오픈소스 생태계, 글로벌 AI 표준을 모두 좌우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규제를 택할 경우 중국 모델의 확산을 늦출 수는 있지만, 오픈소스 혁신과 기업 비용 절감에는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규제를 피할 경우 미국 기업들은 저렴한 AI를 활용할 수 있지만, 보안과 기술 의존 위험은 커질 수 있다.

중국 AI 모델의 부상은 미국 AI 산업에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AI 경쟁에서 이기는 길은 통제인가, 개방인가. 워싱턴과 실리콘밸리는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