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2 07:44 AM

AI를 만든 실리콘밸리, 이제는 일자리·인류 위협에 항의 시위

By 이재경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 Times)는 실리콘밸리가 인공지능(AI) 기술 확장을 위해 수천억 달러의 투자를 끌어모으는 동시에, 정작 그 심장부인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주민들이 AI 확산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점점 강하게 보이고 있다고 22일(수)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기업과 노동자들이 전 세계적인 AI 붐을 촉발시켰지만, 이제 이 미국 기술 산업의 중심지는 AI가 초래할 수 있는 피해와 인간 대체 가능성에 맞선 격렬하고도 확산되는 저항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

지난 월요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AI 선도기업 앤트로픽(Anthropic) 본사 앞에서는 시위대가 모였다. 이 자리에 참여한 헌터 글렌(Hunter Glenn)은 AI가 일자리뿐 아니라 인류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AI 도구를 도입한 직후 카피라이터 자리에서 해고됐다고 전했다.

그는 "회사 측은 'AI로 당신을 대체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런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베이 지역 곳곳에서 기술 업계 종사자와 활동가들이 잇따라 시위를 벌이며, AI가 더 강력해질수록 통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AI 경쟁에 항의하는 시위
(샌프란스시코 4가에서 AI 개발 경쟁을 멈추라는 배너를 들고 시위하는 시위대. SF 크로니클)

저명한 경제학자와 기술 업계 리더, 연구자들은 AI가 대규모 실업을 초래하는 등 경제를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뒤바꿀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동네에 새로 들어서는 데이터센터에도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대중의 반발은 AI가 사람들의 일상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면서, 인류 멸종에 이를 만큼 큰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기업들은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AI 도구 활용을 압박하고 있다.

 

십대 청소년들은 AI 챗봇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기술 기업들은 더 강력한 AI 도구를 잇달아 출시하고 정부, 의료, 그 밖의 산업 분야에서 신규 고객을 계속 확보하며 속도를 늦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글렌은 '스톱 더 AI 레이스(Stop the AI Race)'가 주최한 시위에 참여했다. 온갖 AI 광고판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이 단체의 이름이 적힌 커다란 검은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는 가운데 직원들이 사무실을 드나들고 자율주행차가 그 옆을 지나갔다.

이달 초 글렌은 오픈AI(OpenAI), 앤트로픽,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로 행진하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더욱 격화하고 있는 AI 경쟁을 멈추라고 촉구한 수백 명의 시위대에도 참여했다.

앤트로픽 본사 앞에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매일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이 단체를 비롯한 여러 활동가 그룹은 기업들에 새로운 AI 모델 훈련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각국 정부가 인류 멸종과 같은 AI의 "잠재적으로 파국적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조약에 서명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글렌은 AI가 일자리에 가하는 위협이 "매우 현실적"이라면서도, 자신은 AI가 문명과 사람들의 삶의 질에 가하는 위협에 더 큰 우려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AI 경쟁에서는 승리하면서 인류를 2등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톱 더 AI 레이스' 운동을 창설하고 이끄는 마이클 트라치(Michael Trazzi)는 지난해 런던의 구글 딥마인드 사무실 앞에서 단식 투쟁을 벌여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전직 AI 연구자이자 영화 제작자인 그는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에게 AI 경쟁 종식을 약속하라고 계속 촉구해왔다.

그는 "문제는 기업들이 사악해서 모두를 죽이려 한다는 게 아니라, 이러한 시장 위험이 계속된다면 결국 인간보다 똑똑해서 통제하기 어려운 AI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베이 지역과 그 너머 곳곳에서 다양한 단체가 세를 불리고 있는데, 일부는 일자리 대체 문제에 더 무게를 두는 반면, 다른 일부는 오픈AI의 챗GPT 사용을 중단하거나 신규 AI 기술 개발을 금지하는 등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직장에서 AI 도구 사용을 더욱 늘리라는 압박은 자신의 일자리가 향후 자동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진 기술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메타(Meta), 아마존(Amazon), 오라클(Oracle) 등 여러 기술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인력을 감축해왔다.

이러한 감원 상당수가 캘리포니아주에서 벌어지고 있다. 해고된 기술 업계 종사자들은 다음 일자리를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기술 기업들은 AI를 노동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돕는 도구라고 마케팅해왔다. 그럼에도 일부 기술 업계 임원들은 전체 노동인력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인정했으며, 다른 이들은 AI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앤트로픽, 오픈AI, 구글, 메타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하사비스는 잠재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이 AI 감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그는 지난 7월 14일 온라인 게시글에서 "이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세상 누구도 확실히 알지 못하며,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엇갈린다. 불확실성이 크고 판돈이 이토록 높을 때는, 신중한 낙관론으로 나아가는 것이 합리적이고 올바른 전략"이라고 밝혔다.

지난주에는 구글 직원들이 마운틴뷰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리해고에 대한 더 강력한 보호 장치를 요구했다. 4,500명이 넘는 구글 직원이 자발적 퇴직 패키지와 보장된 퇴직금 등의 보호 조치를 요구하는 청원서에 서명했다.

알파벳 노동자연합-미국통신노동조합(Alphabet Workers Union-Communications Workers of America) 소속이자 구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댄 프리드먼(Dan Freedman)은 성명에서 "내 업무 요건에 AI가 추가되면서, 내가 AI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지, 그것이 하는 일을 검토할 시간이 있을지, 혹은 AI가 내 일을 대체할 만큼 충분히 좋아지지는 않을지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탠퍼드 인간중심AI연구소(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I)가 발표한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조직의 3분의 1이 AI로 인해 인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서비스 운영, 공급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감원 예상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AI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포함한 초년차 직장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AI 챗봇은 텍스트, 코드, 그 밖의 콘텐츠를 빠르게 생성할 수 있어 할리우드를 비롯한 창작 산업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 제니 린(Jenny Lin)은 AI가 만든 콘텐츠도 여전히 사람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실행 속도는 빠르지만, 실행이 이 일의 어려운 부분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업계가 AI를 이유로 다음 세대 디자이너들에 대한 투자와 채용을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감시에 대한 우려로 성을 밝히지 않은 AI 연구자 소니 디(Sonny D)는 일자리 대체 등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AI 액션(AI Action)'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AI가 승차공유 운전기사, 심리치료사, 건축가, 디자이너 등 여러 직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격했다며, 이로 인해 근무 환경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새롭게 부상하는 AI 기술 엘리트들이 "이러한 기술적 변화가 규제, 노동조합, 민주주의보다 앞서 나가도록 밀어붙이려 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의원과 정치인들이 AI 위험을 완화할 추가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려 애쓰는 한편, 관련 법안을 수정하거나 완화하라는 기술 기업들의 압박에도 직면해 있다.

개빈 뉴섬(Gavin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를 돕는 정책과 관행, 실업자 재교육 개선 노력을 검토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뉴섬 주지사는 또한 미국인들이 AI의 미래에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공공 지분 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포즈AI US(PauseAI US)'의 설립자 겸 상임이사인 홀리 엘모어(Holly Elmore)는 활동가들이 대중과 의원들을 연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개발자들이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을 때까지 "가장 위험한 AI 시스템의 개발"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혁신에 찬성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압박이 너무 크고, 그 흐름에서 뒤처진 것처럼 보이는 데 대한 두려움도 크다"며 "그것이야말로 사람들이 AI와 관련해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