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2 08:59 AM
By 전재희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 선언에 홍해 긴장 확대...사우디와 후티 충돌 재점화 우려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이 예멘에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인력을 항공편으로 들여보냈다고 주장하며, 이란의 행동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 사이의 새로운 충돌을 촉발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2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외교장관 회의 참석 중 기자들과 만나 "그들은 테헤란에서 예멘으로 직항편을 보내기로 했고, 그 항공편에는 IRGC 요원들과 다른 인력이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우디가 이에 대응했다"고 밝혔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해당 항공편이 어떤 항공편인지, 몇 명의 IRGC 인력이 예멘으로 이동했는지, 또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루비오 장관의 발언은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홍해와 예멘 문제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나왔다.
이번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미·이란 충돌과 국제 해상 운송 위협이 주요 안보 현안으로 다뤄지고 있다.
최근 후티 반군은 바브엘만데브 해협(Bab el-Mandeb Strait)에서 사우디와 연계된 선박을 겨냥한 봉쇄를 선언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핵심 해상 통로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국제 무역로의 주요 병목 지점이다.
후티의 봉쇄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또 다른 글로벌 해상 교통로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후티 반군은 자신들의 조치가 사우디의 예멘 제한 조치와 최근 사나(Sanaa) 공항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후티 측은 사우디와 관련된 선박, 또는 사우디의 홍해 항구를 오가는 선박을 표적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는 후티가 기존의 이스라엘·서방 연계 선박 공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우디를 직접 겨냥하는 방식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이 IRGC 인력을 예멘에 보낸 것이 사우디의 대응을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이 이번 사태를 단순한 후티의 독자 행동이 아니라, 이란이 후티를 통해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는 구도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IRGC는 이란의 핵심 군사·안보 조직으로, 중동 지역에서 친이란 무장세력과 연계된 작전을 수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오랫동안 이란이 후티에 무기와 정보, 기술 지원을 제공해왔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루비오 장관의 발언은 한발 더 나아가, 이란이 예멘에 직접 인력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루비오 장관은 구체적인 증거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이란발 예멘행 항공편의 날짜나 운항 경로, 항공사, 탑승 인원, IRGC 인력의 임무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발언은 향후 이란과 후티 측의 반박, 또는 추가 정보 공개 여부에 따라 외교적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이란의 직접 개입을 강조할 경우, 사우디의 군사 대응이나 미국의 역내 해상 안보 작전 확대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미·이란 충돌이 해상 교통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이란의 상업 선박 공격 의혹과 미국의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사우디 연계 선박 봉쇄를 선언하면서, 중동의 두 핵심 해상 통로가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의 핵심 통로이고,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국제 물류의 핵심 관문이다.
두 해협의 긴장이 함께 높아질 경우,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해상 운송 비용, 공급망 안정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루비오 장관의 발언은 미국의 외교적 메시지도 담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업 선박을 위협하고, 예멘에서는 후티를 통해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이는 이란을 역내 불안정의 핵심 원인으로 규정하고, 미국과 동맹국의 군사·외교 대응을 정당화하려는 프레임이다.
특히 사우디와 후티의 충돌이 재점화될 경우, 예멘 내전이 다시 국제적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이란의 역할을 강조하며 사우디 및 역내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강화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루비오 장관이 이번 발언을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현장에서 한 것도 주목된다.
아시아 국가들은 중동 해상 교통로 안정에 민감하다. 에너지 수입과 해상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의 긴장은 중동 문제를 넘어 아시아 경제와도 직결된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이란과 후티의 해상 위협을 국제 안보 문제로 부각하면서, 아시아 동맹국과 파트너들에게 미국의 대응 필요성을 설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IRGC 인력 예멘 이동 주장, 후티의 바브엘만데브 봉쇄 선언, 사우디의 대응은 중동 해상 충돌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란이 예멘을 통해 홍해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후티는 사우디의 예멘 정책과 사나 공항 공격을 이유로 선박 봉쇄를 정당화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의 직접 개입 가능성을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이란 충돌과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이란과 친이란 세력,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동 해상 교통로를 둘러싸고 벌이는 더 넓은 압박전의 일부로 볼 수 있다.
루비오 장관은 외교적 해법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이란의 행동이 역내 긴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향후 미국이 추가 증거를 공개할지, 사우디가 군사 대응을 확대할지, 후티가 실제 선박 공격에 나설지가 중동 해상 안보의 다음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