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3 08:10 PM

트럼프, 법적 방어력 높인 새 관세 공개

By 전재희

강제노동 대응 명분으로 10~12.5% 부과...대법원 판결로 무산된 글로벌 관세 대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가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10~12.5%의 새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관세는 강제노동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며, 지난 2월 연방대법원 판결로 기존 글로벌 관세 정책이 제동을 받은 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마련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사무실은 23일 새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새 관세는 24일 오전 0시 1분 동부시간부터 발효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임시로 도입한 10% 글로벌 관세가 만료되는 시점과 같다.

트럼프 관세발표
(지난 2025년 각국에 관세를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

60개국 대상...미국 교역의 99% 차지

이번 조치는 60개국을 대상으로 한다. USTR은 이들 국가가 미국 무역의 약 99%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관세율은 각국의 강제노동 대응 법제 여부에 따라 나뉜다. 강제노동을 막기 위한 법률을 갖춘 국가는 10% 관세를 적용받고, 관련 법률이 없는 국가는 12.5% 관세를 적용받는다.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강제노동 대응에서 진전을 보이는 국가는 12.5%에서 10%로 관세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인도는 지난 6월 미국 정부의 예비 보고서에서는 12.5% 관세 대상이었지만, 이후 강제노동 대응 법률을 통과시키면서 10% 관세 대상으로 조정됐다.

다만 어떤 국가가 관세율을 0%까지 낮출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미국 정부는 현재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강제노동 방지 조치를 충분히 집행하고 있다고 보는 국가는 없다는 입장이다.

철강·자동차·에너지 등 일부 품목 제외

새 관세는 모든 수입품에 일괄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처럼 별도의 국가안보 관세가 이미 적용되는 품목은 이번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부 식품과 농산물, 비료, 에너지 제품도 예외 대상이다.

이 때문에 단기적인 경제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새 관세율이 기존 임시 글로벌 관세 10%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역 전문가들은 향후 몇 달 안에 다른 관세 조치들이 추가로 예정돼 있어 기업과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적 근거는 1974년 무역법 301조

이번 관세의 핵심은 법적 근거다.

트럼프 행정부는 새 관세를 1974년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부과한다. 이 조항은 미국 정부가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한 뒤 관세 등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이는 대법원이 제동을 건 기존 관세의 법적 근거보다 더 오래 사용돼 왔고, 법원 심사에서도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강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새 관세는 일단 발효되면 무기한 유지될 수 있으며, 대통령이 단독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 관세 체계 재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대법원이 기존 글로벌 관세 대부분을 무효화한 뒤 임시 10% 관세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 임시 관세는 24일 새벽 만료된다.

이번 새 관세는 사실상 그 임시 관세를 대체하는 역할을 한다. 겉으로는 강제노동 대응을 내세우지만, 비판론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 판결 이후 무너진 글로벌 관세 체계를 다시 구축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 판결 직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불법 판정을 받은 관세를 비슷한 수준의 다른 관세로 대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최근 들어 그리어 대표는 법적 도전에 대비해 관세 조사 결과를 미리 단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다 신중한 절차를 밟아왔다.

"더 신중한 절차로 전환했지만 목적은 그대로"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 자문을 지낸 뒤 현재 EY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블레이크 하든(Blake Harden)은 USTR이 조사에 착수한 뒤 "더 신중하고 엄격한 절차"로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USTR에서 기대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관세 체계를 재현하려 한다는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즉, 행정부가 절차적으로는 법적 방어력을 높였지만, 정책적 목표는 여전히 광범위한 관세 체계를 유지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무역전문가 "법원 심사 견딜 가능성 커"

무역 전문 변호사들은 이번 관세가 법적 심사를 견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301조는 조사 절차를 거친 뒤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폭넓게 부여한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이번 강제노동 조사가 과거 301조 조사만큼 철저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법률상 관세가 유효하려면 반드시 정밀한 수치 산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나온다.

로펌 와일리 레인(Wiley Rein)의 파트너 팀 브라이트빌(Tim Brightbill)은 1974년 무역법이 관세 부과에 "수학적 정밀성"까지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관세를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유지 가능한 법적 틀 안에서 설계했음을 보여준다.

강제노동 명분, 보호무역 확대 수단 되나

이번 관세의 공식 명분은 강제노동 대응이다. 미국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이 국제 무역에 유입되는 것을 막고, 관련 법과 집행이 미흡한 국가에 압박을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 효과와 의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비판론자들은 강제노동 대응이라는 명분이 사실상 광범위한 보호무역 정책을 되살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본다. 관세 대상이 미국 교역의 99%를 차지하는 60개국에 이른다는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반면 행정부는 301조 조사 절차를 거쳐 관세율을 차등 적용했고, 강제노동 대응 법률을 마련한 국가에는 낮은 관세율을 적용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소비자 비용 부담 계속될 가능성

당장 새 관세의 충격은 기존 임시 10% 관세와 유사한 수준이어서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관세가 무기한 유지될 수 있고, 향후 추가 관세 조치가 예고돼 있다는 점에서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은 계속될 수 있다.

수입업체들은 관세 비용을 직접 부담하거나,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최종적으로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법적으로 더 강한 근거를 활용해 관세 체계를 재구축하고 있는 만큼, 미국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결론: 관세 정책, 법적 패배 이후 새 형태로 부활

이번 새 관세는 단순한 강제노동 대응 조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법원 판결로 기존 글로벌 관세가 제동을 받은 뒤, 트럼프 행정부가 더 법적으로 견고한 301조를 활용해 비슷한 수준의 관세 체계를 다시 세운 것이다.

관세율은 10~12.5%로 비교적 제한적이지만, 대상국은 미국 교역의 거의 전부를 포괄한다. 또한 대통령이 향후 관세율을 조정할 수 있고, 조치가 무기한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작지 않다.

결국 이번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법원 판결 이후에도 후퇴하지 않고, 더 방어 가능한 법적 틀 안에서 재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