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4 12:15 PM

LA 노숙인청, 트럼프 행정부발 연방자금 중단에 존폐 위기

By 이재경

30년 넘게 로스앤젤레스(LA) 시·카운티의 노숙인 대응 최전선을 맡아온 기관이 존폐를 건 법정 다툼에 휘말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기관의 수억 달러 규모 연방자금 접근을 차단하려 하면서다.

LA타임스(LAT) 보도에 따르면, LA노숙인서비스국(LAHSA)은 미 주택도시개발부(HUD)가 자신들에게 배정된 약 2억4000만 달러 자금의 관리 권한을 정지시킨 조치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HUD는 LAHSA에서 발생한 비위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감사관실(Inspector General) 조사를 개시하고,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 기관의 연방자금 조달 권한을 정지시켰다.

정지 조치의 정확한 범위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LAHSA 측은 HUD가 연방 보조금 관리자 역할을 박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례 노숙인 실태조사(homeless count) ▲노숙인 데이터베이스 유지 ▲노숙인과 빈 주거지를 연결하는 매칭 시스템 관리 등 핵심 업무까지 정지시키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숙자
(LA 다운타운 길거리에 세워진 노숙자 텐드. 자료화면)

 

이런 권한들을 모두 잃게 되면 LAHSA는 지난 10년간 카운티 유권자들이 승인한 지방 판매세 수입으로 몸집을 불려 예산 8억4500만 달러 규모까지 성장했던 기관에서 껍데기만 남은 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카운티 예산 지원 철회로 전체 예산의 3분의 1 이상을 잃은 상태여서 타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LAHSA는 1993년 LA시와 카운티 간 소송 합의의 일환으로 설립됐다. 이후 2016년 시 유권자들이 12억 달러 규모의 노숙인 주거 채권을 승인하고, 이듬해 카운티 유권자들이 지원주택 확충 등 노숙인 서비스를 위한 0.25%포인트 판매세를 승인하면서 조직이 극적으로 커졌다. LAHSA는 100곳이 넘는 노숙인 서비스 기관과의 계약을 관리하는 동시에 현장 아웃리치 인력도 운영해왔다.

몸집이 커지는 과정에서 LAHSA는 낭비와 비효율에 대한 비판에 계속 시달려왔다. 데이비드 O. 카터(David O. Carter) 연방지방법원 판사의 지시로 이뤄진 LA시 노숙인 프로그램 감사에서는 LAHSA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계약 이행 여부와 성과를 점검할 적절한 데이터 시스템과 재정 통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카터 판사는 HUD의 정지 조치를 막아달라는 LAHSA의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오는 8월 6일 심리를 열기로 했다.

카터 판사는 자신이 결론을 내릴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양측에 협상을 지시했다. 그러나 지난주 후반 HUD가 LA 지역 수십 곳의 노숙인 서비스 계약업체들에게 그동안 해오던 대로 LAHSA를 통해 신청서를 취합하는 대신, 새 자금 지원 주기부터는 연방기관에 직접 신청하도록 요구하는 예고 통지를 보내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이에 LAHSA는 화요일 서비스 제공업체들에게 HUD의 통지를 무시하라고 촉구하는 공지를 보냈다. LAHSA는 "LAHSA는 소송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행정부의 권한 남용에 법정에서 맞서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 제출 서류에서 LAHSA 측 변호인단은 이번 정지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2025년 행정명령을 관철하기 위해 지역의 재량권을 없애려는 명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거리의 '범죄와 무질서 종식'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정책"을 표방하며 형사 집행, 마약 치료, 시설 수용,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 등을 우선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HUD는 이런 주장에 대해 "법리가 아니라 수사(修辭)와 추측, 과장된 비유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HUD는 반박 서면에서 "HUD는 지금이 LAHSA의 자격을 정지할 시점이라고 판단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으며, LAHSA가 그 이유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관의 판단을 재단할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LAHSA는 이번 정지 조치로 인한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노숙인 지원 예산 개편 시도로 인해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를 포함한 12곳 이상의 하청 기관들이 수개월째 업무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LAHSA는 소장에서 "이 단체들은 HUD의 정지 통지로 인해 조만간 노숙인들에게 필수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능력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자금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LAHSA와 트럼프 행정부 간의 갈등은 지난 6월 11일 HUD가 13쪽 분량의 정지 통지서를 보내면서 폭발했다. 통지서는 "LAHSA의 반복된 허위 진술과 무책임한 행위 및 태만, 여기에는 재정 관리 부실, 내부 통제 미비, 이해충돌 방지 장치 부재가 포함된다"는 점을 HUD 감사관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연방 조달 참여를 금지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HUD는 과거 감사관실 보고서들과 LAHSA 경영을 문제 삼은 시·카운티 감사 결과, 이해충돌 관련 언론 보도, 그리고 LAHSA가 관리하는 한 프로그램의 "명백한 사기"를 지적한 연방판사의 법정 발언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HUD는 이어 6월 18일 서한을 통해 정지 조치로 인해 LAHSA가 더 이상 카운티 전역의 개별 서비스 제공업체를 대신해 연방자금 신청을 접수하는 '공동신청자(collaborative applicant)'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고 통보했다.

6월 11일자 서한에는 LAHSA가 정지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한 청문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LAHSA 위원회는 청문 대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로 표결했다. LAHSA는 연방지방법원 캘리포니아 중부지구(Central District)에 이번 정지 조치가 "자의적이고 독단적"이며 연방 절차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39쪽 분량의 소장과 별도로 LAHSA가 고용한 외부 변호인단은 임시제한명령(TRO)과 예비적 금지명령을 구하는 3870쪽 분량의 '일방적(ex parte)'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사건은 카터 판사에게 이송됐는데, 그는 사업주와 주민 단체가 LA시와 카운티가 노숙인 문제 해결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관련 소송을 이미 맡고 있었다.

LAHSA는 6년째 진행 중인 이 소송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시·카운티 프로그램의 계약 관리자이자 노숙인 서비스 추적 데이터베이스 운영 기관으로서 소송에 연루돼왔다. 카터 판사는 노숙인 프로그램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법원이 요구한 데이터를 LAHSA가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해왔으며, 특별관리인(special master)이 88개 병상 지원을 받으면서도 실제로는 44명만 서비스를 받고 있는 한 프로그램에 대해 보고하자 "명백한 사기"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부실한 회계 절차와 계약업체 대금 지급 지연을 지적한 카운티 감사 결과에 따라, 카운티 감독위원회(Board of Supervisors)는 자금 지원 창구를 LAHSA에서 새로 설립된 카운티 노숙인국으로 옮기기로 표결한 바 있다.

카운티가 자금 지원에서 발을 뺀 이후 여러 LA시 지도자들은 일부 행정 기능을 시로 이관하는 방안 등 LAHSA 지배구조 개편안을 제안해왔다.

이번 정지 조치가 내년 1월로 예정된 노숙인 실태조사(point-in-time count)나 노숙인 데이터베이스의 지속적인 유지·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HUD는 법원 제출 서류에서 조사가 오는 12월까지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