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7 07:07 AM

대기업들 다시 채용 나섰다...AI 대량 실직론과 다른 흐름

By 전재희

1년간 채용 억제하던 기업들, AI와 함께 일할 인력 필요성 확인

미국 대기업들이 다시 채용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업무를 대체해 대규모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주요 기업들은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도 결국 사람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철도회사 CSX부터 구글 모회사 알파벳(Alphabet)에 이르기까지 여러 대기업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성장 목표 달성과 신기술 활용을 위해 인력을 더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
(AI로 인한 고용시장의 변화. 자료화면)

이는 지난 1년여 동안 기업들이 보여온 기조와 다른 흐름이다. 많은 대기업은 경기 불확실성과 AI의 업무 대체 가능성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억제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 경영진은 AI의 비용과 한계를 확인하면서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지난해 감원 이후 다시 인력을 채워야 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채용을 조금 더 가속해야 한다"

정부 컨설팅 업체 부즈앨런해밀턴(Booz Allen Hamilton)의 최고운영책임자 크리스틴 마틴 앤더슨(Kristine Martin Anderson)은 25일 투자자들에게 "우리는 실제로 채용을 조금 더 가속해야 한다"며 "현재 약간 뒤처져 있고, 이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즈앨런해밀턴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계약을 줄이고 비용 정당화를 요구하면서 수천 명을 감원했다. 6월 30일 기준 전체 직원 수는 약 3만900명으로, 1년 전보다 7.5% 줄었다.

그러나 회사는 현재 서비스 수요가 다시 견조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가안보 분야에서 보안 인가를 받은 인력 수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AI가 있다고 엔지니어를 안 뽑는 것은 아니다"

지난 18개월 동안 많은 대기업은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미국 상장기업들은 사무직 인력을 줄였고, AI가 더 많은 업무를 맡을 수 있다는 기대도 컸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고가 줄어들고 있다. 연방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한 주간 미국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69년 이후 기록상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인사관리 플랫폼 래티스(Lattice)의 최고경영자 사라 프랭클린(Sarah Franklin)은 채용 분위기 변화의 배경에는 AI 능력에 대한 기업들의 재평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AI 에이전트가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고 보고 신입 직원 채용을 중단했지만, 이후 AI와 함께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프랭클린은 "코딩 에이전트가 있다고 해서 엔지니어를 채용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AI 영업 에이전트를 쓰는 기업도 결국 영업 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입·주니어 인력 수요 회복

래티스의 수천 개 고객사를 보면, 여러 기업들이 다시 채용 모드로 돌아서고 있다. 특히 주니어 직급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프랭클린은 "이에 대한 갈증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이제 AI 시대에 맞는 기술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입 인력에 대해 "혁신적이고, 사고가 굳어 있지 않다"며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한 만큼 상대적으로 비용도 낮다"고 평가했다.

이는 AI가 단순히 사람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술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채용 회복, 사무직 넘어 현장직으로도 확대

채용 회복은 사무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구 제조업체 스냅온(Snap-on)은 사업 확장을 위해 직원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철도회사 CSX도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몇 달 동안 열차 및 기관 서비스 부문 인력을 "소폭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CSX는 다른 부문에서는 기술을 활용해 자연 감소 인력을 보완하려 하지만, 핵심 운송 부문에서는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회사의 전체 직원 수는 여전히 1년 전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규모 채용 붐은 아니지만 핵심 분야는 확대

그렇다고 기업들이 대규모 채용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특정 분야와 특정 직무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채용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 아나트 아슈케나지(Anat Ashkenazi)는 회사가 AI와 클라우드컴퓨팅 같은 핵심 투자 분야에서 계속 채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기업 서비스나우(ServiceNow)는 사이버보안 등 성장 분야를 공략하기 위해 매출 목표를 직접 책임지는 현장 영업 임원을 더 채용하려 한다고 밝혔다.

즉 기업들은 과거처럼 광범위하게 인력을 늘리기보다, AI와 클라우드, 사이버보안, 국가안보, 운송 수요 대응 등 성장 가능성이 뚜렷한 영역에 인력을 집중하고 있다.

"AI의 고용 충격, 우려보다 온건"

인력중개업체 로버트하프(Robert Half)의 최고경영자 M. 키스 와델(M. Keith Waddell)은 AI가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일부가 우려했던 것보다 온건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하프는 기술, 금융서비스 등 여러 분야의 채용을 지원하는 회사다. 와델은 일부 고객사들이 다시 채용에 나서고 있다며 "채용 수요가 계속 개선되고 있고, 시장 여건도 우리 사업에 점점 더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AI 도입이 모든 분야에서 즉각적인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일부 기업은 AI를 활용해 성장하려면 새로운 유형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전히 불확실한 AI의 최종 영향

다만 AI가 장기적으로 고용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MIT 명예교수이자 고용 변화에 관한 신간 『Disposable Workers』의 저자인 폴 오스터먼(Paul Osterman)은 "우리가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한지, 더 적은 사람이 필요한지 알 수 없다"며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오스터먼은 많은 기업들이 직원을 쉽게 대체 가능한 존재로 취급해왔고, 필요할 때 감원하거나 계약직·파트타임 형태로 낮춰왔으며, 이런 흐름은 현재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는 고용주들에게 엄청난 불확실성을 가져온다"며 기업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필요하지 않은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주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노동자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론: AI 시대에도 사람은 필요하다

최근 대기업들의 채용 재개 움직임은 AI가 일자리를 일방적으로 없앨 것이라는 전망과는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기업들은 한동안 AI가 더 많은 업무를 대신할 수 있다고 보고 채용을 억제했다. 그러나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AI의 한계와 비용, 관리 필요성이 드러났고,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사람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엔지니어, 영업 인력, 보안 인력, 클라우드·사이버보안 전문가, 주니어 인재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

다만 이는 대규모 채용 붐이라기보다 선택적 채용 회복에 가깝다. 기업들은 여전히 비용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으며, AI가 앞으로 어떤 직무를 줄이고 어떤 직무를 새로 만들지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분명한 변화는 있다.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단순한 전망에서 벗어나, 기업들이 AI와 함께 일할 사람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