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7 09:58 PM

워시 연준 의장, '침묵 전략' 첫 시험대

By 전재희

금리 결정 앞두고 인플레 재상승 우려...연준 개혁 논쟁도 내부 갈등으로 확대

케빈 워시(Kevin Warsh) 신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취임 초기부터 연준 운영 방식 전반을 흔드는 개혁 논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주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그의 '말을 줄이는 전략'이 첫 중대 시험대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워시 의장은 지난 6월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금리 결정에 참여하는 18명의 연준 인사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연준이 경제를 읽고 시장과 소통하는 방식을 재검토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5개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연준 이사는 곧바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워시 의장에게 "이 모든 것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으며, 외부 전문가 그룹이 결국 워시 의장이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견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반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캐빈 워시
(캐빈 워시 연준의장. 자료화면)

이 장면은 워시 의장 체제의 핵심 긴장을 보여준다. 워시 의장은 연준이 기존 사고방식과 정책 관행을 빠르게 바꿔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일부 연준 인사들은 그의 개혁 속도와 방향, 그리고 시장과의 소통 축소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좋은 가족 싸움" 원한다는 워시

워시 의장은 연준 내부 논쟁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결과가 미리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치열하게 토론하는 것을 "좋은 가족 싸움"이라고 표현해왔다.

이번 태스크포스도 그런 구상의 일환이다. 5개 태스크포스는 연준의 소통 방식, 물가 목표 체계, 보유자산 규모 등 주요 의제를 검토한다. 외부 전문가 15명이 이 작업을 이끌며, 여기에는 노벨상 수상자, 전직 중앙은행 관계자, 기업 경영진 등이 포함됐다.

워시 의장은 이 검토 작업이 특정 결론을 강요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최종 결정은 FOMC가 내릴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연준 내부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는 그동안 미뤄온 연준 대차대조표와 소통 방식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반면 다른 인사들은 워시 의장의 일정이 지나치게 야심적이며, 18명의 정책위원들이 충분히 숙의해 합의에 이르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준 기존 관행에 대한 불신

워시 의장은 오래전부터 연준의 기존 정책 방식에 비판적이었다.

그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준 이사를 지냈고, 이후 10년 넘게 연준의 경제 전망과 정책 소통 방식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라고 비판해왔다. 연준의 전망이 위원들의 사고를 한 방향으로 몰고 가며, 정책 판단에 활용되는 데이터도 실제 상황보다 늦게 들어온다고 주장했다.

2016년 한 연설에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측정하고 전망하는 데 지나친 정밀성을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또 2014년 영란은행 운영 검토를 이끈 뒤에는 연준 회의가 준비된 발언을 낭독하는 형식으로 굳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회 증언에서도 "63개월"이라는 숫자를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목표를 웃돈 기간을 가리킨다. 워시 의장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플레이션을 이처럼 오랫동안 목표 아래로 되돌리지 못했다면, 기존 방식은 방어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침묵'이다

워시 의장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말을 줄였다는 점이다.

그는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금리 정책이 어디로 향할지, 현재 충격에 연준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비공개 회의에서도 그의 접근법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워시 의장은 이것이 장점이라고 본다. 연준이 특정 전망을 제시하면 정책위원들이 그 전망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증거는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연준이 말을 줄여야 시장이 연준의 신호를 따라 움직이는 대신 경제 자체를 더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워시 의장은 의회에서 투자자들이 자신이 예전만큼 정보를 주지 않는 데 불만을 갖고 있다며, 자신의 메시지는 "연준을 보지 말고 공을 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시장이 연준의 해석을 추측하지 않고 데이터를 독립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전제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게이픈(Michael Gapen)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데이터에 대한 해석을 내놓지 않는다고 해서 시장이 연준의 시각을 추측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월러 "생각을 숨긴다고 시장이 좋아지지 않는다"

월러 이사는 공개적으로도 워시식 침묵 전략을 비판했다.

그는 이달 뉴욕에서 열린 경제학자 대상 행사에서 "사람들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하지 않으면 삶이 나아지거나 시장이 더 잘 작동한다는 이론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월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연준 이사이며, 워시 의장과 함께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소통 방식 차이를 넘어, 워시 의장 체제의 정책 운영 방식에 대한 내부 견제 신호로 읽힌다.

전 연준 통화정책국장 윌리엄 잉글리시(William English)도 워시 의장의 접근이 오래가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의장이 경제 전망을 설명하지 않으면 위원회의 결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고, 위원회를 이끄는 중요한 수단도 포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 금리 결정, 이례적 불확실성

이번 주 FOMC 회의 결과는 평소보다 예측하기 어렵다.

많은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 재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깜짝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큰 이유 중 하나는 워시 의장이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릴지, 동결할지, 또는 향후 어떤 조건에서 움직일지에 대한 신호가 부족하다.

만약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향후 경로를 설명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연준이 연속 인상에 나설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어떤 상황에서 행동에 나설지 설명하지 않는다면, 워시 의장이 강조해온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 커질 수 있다.

월러 이사는 이 문제를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노려본다고 그것이 녹아 없어지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혁과 통화정책 사이의 충돌

워시 의장은 연준 개혁과 통화정책 판단을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연준이 더 이상 기존 경제학적 관행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외부 전문가를 불러들이고, 기존 소통 방식과 전망 체계를 재검토하며, 연준 내부의 집단사고를 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화정책은 시장과의 소통을 필요로 한다.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는 상황에서 연준 의장이 경제 전망과 정책 반응 함수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시장은 더 큰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다.

결국 워시 의장의 개혁 실험은 두 가지 질문으로 압축된다. 연준은 과거보다 덜 말하면서도 더 효과적으로 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가. 그리고 내부 논쟁을 확대하면서도 시장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가.

결론: 워시식 연준, 첫 고비

워시 의장은 취임 6주 만에 연준 내부에 새로운 사고의 "해일 같은 변화"를 일으켰다고 자평했다. 그는 동료들이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줬고,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문화가 연준 내부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시험은 이제 시작이다.

이번 주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든 인상하든, 워시 의장은 자신의 침묵 전략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보여줘야 한다. 시장은 단순히 결정 자체가 아니라, 연준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고 앞으로 어떤 조건에서 움직일지를 알고 싶어 한다.

연준 의장이 말을 줄이면 내부 토론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러나 말이 너무 적으면 시장은 불확실성을 더 크게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워시 의장이 원하는 "좋은 가족 싸움"은 시작됐다. 이제 관건은 그 싸움이 연준을 더 강하게 만들지, 아니면 통화정책의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약화시킬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