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31 06:08 AM

애플, 메모리 대란 대비 재고 두 배 확대…팀 쿡 "100년 만의 홍수"

By 이재경

IT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는 30일(목) 애플이 생성형 AI 붐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비해 재고를 대폭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팀 쿡(Tim Cook)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현재의 메모리 가격 급등 상황을 "메모리 가격에 닥친 100년 만의 홍수"라고 표현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분기 실적을 "역대 최고의 6월 분기"라고 자평했다. 아이폰과 맥 매출은 시장 예상을 웃돌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29% 성장했다. 하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이른바 '램아마겟돈(RAMageddon)'으로 불리는 메모리 공급 부족 사태가 앞으로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애플이 특히 애를 먹는 부분은 아이폰과 맥에 탑재되는 자체 칩 A시리즈·M시리즈 프로세서 생산에 필요한 고급 메모리 노드 확보다.

애플
(애플로고. 자료화면)

쿡 CEO는 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높은 수준의 수요를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공급망의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공급 제약에 따른 영향이 다음 분기에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공급망에서 이를 해결할 유연성이 제한된 매우 심각한 제약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하듯 애플은 이번 분기 재고 규모를 111억 달러로 보고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보고된 57억 달러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재고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온 쿡 CEO의 오랜 공급망 운영 방식에서 벗어난 대목이라고 테크크런치는 짚었다.

쿡 CEO는 이 같은 공급 제약으로 인해 애플이 지난달 "내키지 않았지만" 맥과 아이패드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가격을 올린 하드웨어 업체는 애플뿐만이 아니다. 메타(Meta),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도 최근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쿡 CEO는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본질적으로 공급 측면에서 분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다음 분기 매출 성장률을 전년 동기 대비 9~11%로 전망했다. 최근 몇 분기 동안 약 16%의 전년 대비 성장률을 유지해온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아진 수치다. 이 같은 전망에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애플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6% 하락했다.

한편 오는 9월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 존 터너스(John Ternus)가 CEO직에 오를 예정인 가운데, 애플은 당분간 험난한 시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급망 압박에 시달리는 곳은 애플뿐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업계 전반이 비슷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테크크런치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