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2 04:48 PM

캘리포니아 민주당, '억만장자세' 지지 결정

By 전재희

11월 주민투표 앞두고 주당 공식 지지 확보...뉴섬 주지사 등 주요 인사 반대 속 당내 균열도

캘리포니아 민주당이 주내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한 일회성 부유세 도입안을 공식 지지하기로 했다. 오는 11월 주민투표를 앞두고 해당 법안 지지 진영이 중요한 정치적 지원을 확보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민주당은 주말 회의에서 억만장자세 주민투표안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당 대변인은 이 안건이 공식 지지에 필요한 60% 기준을 넘겼다고 밝혔다.

해당 안이 주민투표에서 통과되면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약 200명의 억만장자는 순자산에 대해 5%의 일회성 세금을 내야 한다.

5% 일회성 세금...의료재정 보전 목적

이번 억만장자세는 대형 의료노조인 서비스노동자국제노조-통합의료노동자 서부지부(SEIU-UHW)가 발의했다.

노조 측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의료재정 삭감에 대응하기 위해 약 1,000억달러를 조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하고 있다. 세수 대부분은 의료재정 부족분을 메우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 억만장자 과세논란
(캘리포니아 억만장자세 논란. 자료화면)

과세 대상은 올해 1월 1일 기준 캘리포니아 거주자이면서, 올해 말 기준 순자산이 10억달러 이상인 사람이다. 다만 순자산 산정 과정에서 직접 소유한 부동산 등 일부 자산은 제외된다.

뉴섬·베세라 반대에도 당 지지 확보

이번 당 공식 지지는 지지 진영에 상당한 홍보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지는 순탄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다.

캘리포니아 민주당 내부는 이 사안을 놓고 크게 갈라져 있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와 차기 주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하비에르 베세라(Xavier Becerra)는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이 세금이 캘리포니아의 최대 납세자들을 다른 주로 떠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반대 진영에는 캘리포니아교사협회(California Teachers Association)와 캘리포니아전문소방관협회(California Professional Firefighters)도 포함됐다.

반면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과 로 칸나(Ro Khanna) 하원의원 등 진보 성향 인사들은 이 안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의료재정 확보가 필요하며, 캘리포니아의 최상위 부유층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지 노조 "민주당은 억만장자세로 단결"

SEIU-UHW의 데이브 리건(Dave Regan) 회장은 민주당 공식 지지를 환영했다.

그는 "이번 지지는 캘리포니아 민주당이 억만장자세를 놓고 단결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끝내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단결했다"고 말했다.

독립 여론조사에서는 캘리포니아 민주당 유권자 다수가 이 세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유권자 중에서도 지지율이 반대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당내 주요 인사들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어, 11월 본투표까지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양측, 당 회의장에서 치열한 로비전

이번 결정은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캘리포니아 민주당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나왔다. 약 380명 규모의 집행위원회는 11월 주민투표에 올라갈 여러 안건을 검토했다.

억만장자세를 둘러싼 찬반 양측은 회의장인 공항 인근 쉐라톤 호텔에서 치열한 로비전을 벌였다.

노조 측은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는 접견실을 운영하고, 억만장자세 지지를 홍보하는 티셔츠와 모자 등 기념품을 나눠줬다.

반대 진영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반대 캠페인은 일부 투표권자와 대리인의 호텔 숙박비, 등록비, 여행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약 7,000달러를 지출했다.

해당 비용은 억만장자세 반대 캠페인인 "No on Prop 40"이 정치 컨설팅 회사 힐톱퍼블릭솔루션스(Hilltop Public Solutions)를 통해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캠페인은 캘리포니아의사협회(California Medical Association)와 캘리포니아 1차진료협회 옹호단체(California Primary Care Association Advocates)의 지원을 받고 있다.

힐톱 측은 비용 지원에 대해 "도움을 요청한 소수의 자원봉사자와 지지자들에게 제한적인 여행 지원을 제공한 것"이라며, 후보자나 주민투표 캠페인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뉴섬 측, 법안 철회 설득 시도

억만장자세 주민투표안이 지난 6월 투표 자격을 확보한 뒤, 뉴섬 주지사와 그의 측근들은 SEIU-UHW에 법안을 철회하도록 설득해왔다.

노조는 한때 뉴섬 주지사가 더 작은 규모의 부유세를 지지하는 조건으로 이번 안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제안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법안은 민주당 공식 지지 절차까지 올라갔다.

이번 당 지지 결정은 뉴섬 주지사에게도 정치적 부담이다. 그는 2028년 대선 잠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며, 캘리포니아 민주당 내 진보 진영과 중도·친기업 진영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위치에 있다.

핵심 쟁점은 세수 확보와 부자 이탈

찬성론자들은 억만장자세가 의료재정 위기를 완화하는 현실적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연방 의료재정 삭감으로 생긴 공백을 주 정부가 메우려면, 가장 부유한 주민들에게 일회성 부담을 요구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다.

반대론자들은 세금이 부유층 이탈을 부추겨 오히려 장기적으로 캘리포니아 세수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캘리포니아는 이미 높은 소득세와 생활비, 기업 비용 문제로 일부 고소득자와 기업의 이탈 논란을 겪어왔다.

또 일회성 세금이라 하더라도 초고액 자산가에게 직접 순자산세를 부과하는 방식은 행정적으로 복잡하고, 자산 평가와 과세 회피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론: 주민투표 앞두고 당내 전선 선명해져

캘리포니아 민주당의 공식 지지는 억만장자세 지지 진영에 중요한 승리다. 그러나 당내 주요 정치인과 강력한 직능단체들이 반대하고 있어, 11월 주민투표는 민주당 내부 균열을 드러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캘리포니아가 의료재정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최상위 부유층에 직접 세금을 부과할 것인가다.

찬성 진영은 억만장자들이 공공 의료재정 안정에 더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진영은 고액 납세자 이탈과 세수 기반 약화, 경제적 부작용을 우려한다.

주당의 공식 지지로 억만장자세는 정치적 동력을 얻었지만, 실제 승부는 11월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