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7 07:58 AM

미 정보당국 "푸틴, 나토 대응 의지 시험할 제한적 침범 가능성"

By 전재희

기존 평가 수정...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러시아 내부 압박 속 사이버공격부터 소규모 지상 침입까지 시나리오 검토

미국 정보당국이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앞으로 몇 년 안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상대로 제한적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는 새 평가를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6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보기관들은 푸틴 대통령이 나토의 대응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사이버공격, 비정규 무장세력 투입, 동부 전선에서의 소규모 지상 침범 등 다양한 방식의 도발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료화면 )

이는 기존 평가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하는 동안에는 나토 회원국을 직접 자극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왔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이 평가가 바뀌었다고 미 당국자들은 전했다.

"러시아, 코너에 몰릴수록 더 위험해질 수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푸틴 대통령이 국내적으로도 승리를 보여줘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드론은 러시아 군과 석유산업에 점점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반면 러시아군은 막대한 사상자를 내면서도 전선에서 제한적인 진전만 얻고 있다.

미 당국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서 더 위험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나토를 겨냥한 제한적 도발을 통해 서방 동맹을 흔들고, 미국과 유럽의 결속을 시험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메리칸엔터프라이즈연구소(AEI)의 헤더 콘리(Heather Conley)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의 목표가 "나토의 신뢰성을 시험하고, 미국을 동맹국들과 분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루마니아 사례도 경고 신호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은 이미 러시아가 나토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공격을 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고 있다.

러시아 순항미사일이 폴란드에 떨어진 사례가 있었고, 러시아 드론이 루마니아 영공으로 들어가 건물을 타격한 일도 있었다. 이런 사건들은 러시아가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나토 회원국 영토를 점점 더 자주 침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의 향후 도발 가능 시점을 올가을부터 2029년 사이로 보고 있다.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인 제한적 지상 침입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지만, 시간이 갈수록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제5조 미만 공격이 핵심 위험

나토 회원국에 대한 명백한 지상 침공은 나토 조약 제5조를 촉발할 수 있다. 제5조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공동방어를 약속하는 조항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대규모 지상 침공을 감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게 평가된다. 그러나 문제는 제5조 적용이 명확하지 않은 회색지대 공격이다.

사이버공격, 비정규 무장세력 투입, 무인기 침범, 제한적 영토 점거 같은 하이브리드 공격은 나토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콘리 연구원은 "제5조에 못 미치는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항상 나토의 과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러시아가 에스토니아를 상대로 대규모 사이버공격을 벌였을 때도, 에스토니아가 위기를 주로 양자 차원에서 관리했다고 지적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지금까지 이런 회색지대 공격에 대해 확전을 피하는 쪽을 선호해왔다는 것이다.

나토 "감시 중이며 억제·방어 준비"

미 국방부와 나토 유럽연합군최고사령부는 민감한 정보 사안에 대한 구체적 논평을 피했다.

나토 대변인 마틴 오도넬(Martin O'Donnell) 대령은 "우리는 항상 여러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며 "나토는 감시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억제하고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 국가정보국장실은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미 정밀무기 재고 부족 우려와 맞물려

이번 정보 평가는 미국의 주요 정밀무기 재고 부족 우려와 맞물려 있다.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나 중국과의 잠재적 전쟁에서 필요한 일부 핵심 무기 재고를 우크라이나 지원과 이란전으로 크게 소모했다. 위험한 재고 목록에는 장거리 정밀타격미사일(PrSM), 육군전술미사일시스템(ATACMS), 단거리 스팅어(Stinger) 지대공미사일 등이 포함된다.

패트리엇(Patriot), SM-3, 사드(THAAD) 요격미사일, 사드 레이더, 방공포 부대 등 핵심 방공 자산도 부족한 상태라고 일부 당국자들은 전했다.

러시아와의 잠재적 충돌에서 PrSM과 ATACMS, 스팅어 미사일은 지상 침공을 저지하는 데 중요한 전력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톰 카라코(Tom Karako)는 이들 무기가 러시아의 지상 공격을 막는 데 핵심적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국방부는 부족론 부인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무기 부족 우려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숀 파넬(Sean Parnell) 국방부 수석대변인은 "우리는 대통령이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타격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여러 전투사령부에서 성공적인 작전을 수행해왔고, 미국 국민과 이익을 방어할 준비된 깊은 무기고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의 소음을 미국의 약함으로 착각하는 적은 그 진실을 힘든 방식으로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나 켈리(Anna Kelly) 백악관 대변인도 미군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목표를 수행하는 데 "충분하고도 남는" 탄약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산업체들에 탄약 생산 확대를 촉구해왔다고 덧붙였다.

이란전 소모가 중국·러시아 억제력에도 영향

정부 밖 분석가들은 중동에서의 탄약 소모가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억제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CSIS는 최근 이란전에서 사용된 핵심 탄약 7종을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이란전에서 패트리엇 미사일 1,060~1,430발을 사용했으며, 미국의 남은 재고가 870발까지 줄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마크 캔시언(Mark Cancian)은 "이란만 상대하는 문제라면 요격미사일 절반 이상을 썼더라도 아직 절반이 남아 있기 때문에 꽤 오래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문제는 국방부가 이제 이것이 중국과의 서태평양 상황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즉 단일 전쟁에서는 감당 가능한 재고라도, 이란·러시아·중국 관련 위기가 겹치면 미국의 정밀무기와 방공 전력에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도발 가능성과 미국 재고 부담 동시 부상

미국 정보당국의 새 평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 충돌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대규모 침공이 아니라, 사이버공격이나 드론 침범, 비정규 무장세력 투입 같은 회색지대 도발이다. 러시아가 나토의 제5조를 명확히 촉발하지 않는 선에서 동맹의 대응 의지를 시험할 가능성이다.

하지만 이런 제한적 도발도 위험하다. 나토가 약하게 대응하면 러시아는 더 나아갈 수 있고, 강하게 대응하면 확전 위험이 커진다.

여기에 미국의 핵심 미사일과 방공 요격무기 재고 부족 우려까지 겹치고 있다. 백악관과 국방부는 충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우크라이나 지원과 이란전으로 정밀무기 재고가 빠르게 줄었다는 분석은 계속 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정보 평가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드러낸다. 하나는 푸틴 대통령이 전황 악화와 내부 압박 속에서 나토를 시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 러시아·중국·이란 같은 여러 위기에 동시에 대비할 만큼 충분한 고성능 무기를 얼마나 빠르게 보충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의 계산은 더 위험해질 수 있고, 미국과 나토의 억제력은 더 자주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