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0 06:29 AM
By 전재희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에 대한 '의회 모독' 논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미국 폭스뉴스(FOX)는 8일(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상원 국토안보·정부업무위원회는 최근 표결을 통해 파우치를 의회 모독 혐의로 처리하기로 했다. 청문회에서 질문에 답하기를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표결은 8대5,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찬반으로 갈린 정당 라인 투표였다.
의회 모독은 통상 하원이나 상원 위원회 증언을 거부하거나 의원들이 요구한 문서·정보 제공을 거부할 때, 특히 소환장(서브포이나)에 의한 조사 요구를 거부할 때 성립한다. 의회가 누군가를 모독 혐의로 처리하면 이후 법무부(DOJ)에 기소를 요청하는 '리퍼럴(referral)'을 보낼 수 있다. 이는 하원의원이나 상원의원들이 해당 인물의 기소가 타당하다고 판단했음을 연방 당국에 알리는 일종의 제안 절차다.
위원회는 파우치의 출석을 강제하기 위해 소환장을 발부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기 말 파우치를 사면했다는 점을 들어, 그가 더더욱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파우치는 헌법 수정헌법 5조에 따른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파우치는 청문회에서 "변호인의 조언에 따라, 헌법 수정헌법 5조상의 권리에 근거해 답변을 정중히 거부한다"고 답했다. 21개 단어로 구성된 이 답변을 그는 무려 111차례 반복했다. 단어 수로 따지면 총 2331개 단어에 달하며, 파우치는 이 답변에서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를 공화당의 '함정'으로 규정했다. 매기 하산(민주·뉴하지) 상원의원은 "목표는 파우치 박사가 어떤 실언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가, 무기화된 법무부가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새로운 발언을 근거로 형사 기소를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릭 스콧(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은 "나는 지금까지 누군가를 의회 모독으로 처리하는 데 찬성표를 던진 적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모독 처리를 받아야 할 사람이 단 한 명 있다면 그것은 앤서니 파우치"라고 말했다.
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게리 피터스(민주·미시간) 상원의원은 공화당의 이번 시도가 위험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형사 모독죄는 처벌적 성격을 띤다. 증인에게 답변이나 문서 제출을 강제하지 못한다"며 "우리는 향후 증인들이 정당한 의회 감독을 거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해로운 선례를 만들고, 이 위원회가 증언을 강제할 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랜드 폴(공화·켄터키) 상원 국토안보위원장은 이런 비판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이 사안을 직접 법무장관에게 전달할 것이고,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도 직접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법무부는 정식 법무장관이 아닌 권한대행 체제였다.
폭스는 폴 위원장의 이런 행보가 사실상 '독자 행동'이었다고 짚었다. 통상 누군가를 법무부에 기소 요청하려면 상원 전체 표결을 거치는 것이 관례이지만, 폴 위원장은 이를 건너뛰었다. 그는 과거에도 파우치 기소를 요구하며 단독으로 법무부에 리퍼럴을 보낸 적이 있는데, 이 역시 위원회 표결조차 거치지 않은 것이었다. 폭스는 상원 본회의 표결을 우회하는 이런 독자적 조치의 선례를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파우치에 대한 모독 처리를 뒷받침할 51표가 확보될지는 불투명하다. 이런 성격의 의회 모독 결의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저지할 60표를 모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폴 위원장의 행보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피터스 의원은 "어떤 개별 상원의원이나 위원회도 상원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위원장은 상원 전체의 승인 없이 이 사안을 법무부에 회부하려는 뜻까지 내비쳤는데, 이는 훨씬 더 위험하고 전례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모든 의회 리퍼럴을 진지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공화당이 파우치의 수정헌법 5조 권리 행사를 무시한 점이 향후 기소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본다. 리처드 블루먼솔(민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이는 기본적인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승인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파우치의 변호인 데이비드 셔틀러는 성명을 통해 폴 위원장이 자신의 의뢰인을 상대로 "법무부를 무기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측은 또 청문회에 앞서 공화당이 조사 과정에서 자신들을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피터스 의원은 "우리는 증인 인터뷰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폴 위원장은 "그 모든 자료는 여러분도 초대받은 웹사이트에 업로드돼 있었다"며 "당신들은 비밀번호조차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공화당 측 조사는 이제 시작 단계라는 관측도 나온다. 상원의 또 다른 위원회가 파우치가 팬데믹 기간 사용했던 보건복지부(HHS) 지급 휴대전화 사본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론 존슨(공화·위스콘신)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기기들을 이제야 확보했다는 게 답답하지만, 이제는 손에 넣었다"고 말했다. 존슨 의원은 이 휴대전화의 암호를 해독하면 파우치가 청문회에서 답변을 거부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파우치가 지난 7월 말 청문회에서 증언한 이후 두 가지 흥미로운 상황 전개도 있었다. 먼저 워싱턴DC 연방검사 지닌 피로가 내셔널몰 내 반사연못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던 전직 올림픽 선수 데이비드 헌에 대한 기소를 취하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피로를 질책한 일이 있었다. 폭스는 이를 두고 피로가 원칙대로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는 신호인지, 이로 인해 파우치 기소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피로가 파우치 기소를 통해 명예 회복을 시도할 수 있는지 등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파우치의 기소를 원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러나 최종 기소 여부는 신임 법무장관인 토드 블랜치의 손에 달려 있다. 블랜치 인준 과정에서 리사 머카우스키(공화·알래스카), 수전 콜린스(공화·메인) 상원의원이 반대 표를 예고했고, 미치 매코널(공화·켄터키) 전 상원 원내대표까지 부재한 상황에서 공화당은 더 이상 표를 잃을 여유가 없었다. 결국 인준 표결의 향방은 거취를 정하지 못했던 빌 캐시디(공화·루이지애나) 상원의원에게 달렸다. 캐시디 의원은 인준 표결에 앞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캐시디 의원은 "이른바 '법률전(lawfare)'으로 보이는 사례들이 특히 우려스럽다. 법무부가 정치적 적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양당 모두 저지른 잘못"이라며 "이는 멈춰야 하고,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정치적 적수를 끊임없이 기소하는 순환은 법치주의를 훼손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 전적으로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블랜치 인준에는 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폭스는 민주당이 파우치에 대한 기소가 이뤄질 경우, 이를 캐시디 의원이 우려했던 바로 그 '무기화'의 상징적 사례로 지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만큼 파우치 사건은 신임 법무장관에게 특별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